'온나라'로 수사자료 공유하기로
민감 기밀도 공문 주고받듯 처리
사건 누락·중복…보안 우려 커
인력 구성·청사 구축도 '아직'
개청을 보름여 앞둔 중대범죄수사청이 당분간 경찰청, 공소청과 일부 사건자료를 정부 부처 업무관리 시스템인 ‘온나라’ 공문으로 주고받게 된다. 형사사법정보시스템(KICS)의 기관 간 연계 기능 일부가 개청 시점까지 완성되지 않아서다. 온나라는 지난해 외부 침입 정황이 확인된 만큼 민감한 수사자료가 거쳐 가는 데 대한 보안 우려가 나온다.
◇행정용 공문처럼 수사 사건 전달
16일 각 수사기관에 따르면 경찰청, 중수청, 공소청은 다음달 2일 개청 이후 일부 사건자료를 온나라 공문으로 주고받기로 가닥을 잡았다. 세 기관 간 사건자료 송수신에 필요한 KICS 연계 기능 일부가 개청일까지 완성되지 않기 때문이다.
정부는 현재 KICS 개편 작업을 개청 전후로 나눠 진행하고 있다. 중수청이 경찰에서 자료를 받는 기능은 갖춰지지만, 중수청에서 경찰로 보내는 기능은 개청일까지 마련되지 않는다.
KICS는 사건 접수부터 수사·송치까지 진행 상황을 기록하고 기관 간 사건 정보를 이어주는 통합 전산망이다. 경찰에서 검찰 등 다른 기관으로 사건이 넘어가도 바뀐 사건번호와 처리 상황을 연계해 확인할 수 있다. 현행법도 형사사법기관끼리 전자문서를 보낼 때는 원칙적으로 형사사법 전산시스템을 통해 송부하도록 하고 있다.
정부는 연계 기능이 완성되는 연말까지 경찰청, 중수청, 공소청이 함께 사용하는 온나라를 임시 통로로 활용할 방침이다. 사건자료를 공문에 첨부해 전달한 뒤 KICS 개발이 끝나면 정상적인 전산 연계로 전환하는 방식이다.
온나라는 정부 기관이 공문 작성·결재·유통에 쓰는 정부 업무관리시스템이다. 사건의 접수, 수사, 송치에 특화된 KICS와 달리 사건 자체를 연계·관리하는 기능은 없다. 중수청에서 받은 사건을 경찰이 KICS에 별도로 등록해야 할 경우 이중 업무와 처리 지연이 발생할 수 있다. 사건번호와 기록을 다시 연결하는 과정에서 자료 누락이나 중복 입력 가능성도 있다.
보안도 과제다. 사건자료에는 피의자·피해자 개인정보와 진술, 수사 진행 상황 등 민감 정보가 담긴다. 온나라에서는 지난해 외부 침입 정황이 확인됐으며 공무원 약 650명의 인증서 파일이 유출된 바 있다. 정부는 이후 원격 접속 때 추가 인증을 적용하는 등 보안을 강화했다.
김영식 순천향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시스템을 두 갈래로 운영하면 누락, 중복, 지연 문제가 생길 수 있다”며 “개편된 뒤에도 시스템을 충분히 테스트하지 못하기 때문에 초기 업무 혼선은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인력·청사도 개청 이후까지 준비
전산망뿐 아니라 중수청이 금융·경제범죄 등 주요 사건을 맡을 전문 수사 인력을 충분히 갖출 수 있을지도 과제로 꼽힌다. 지난달 20일 마감한 1차 특례 임용에 지원한 검사는 104명으로 전체 검사 정원 2292명의 약 4.5%다. 검사와 수사관 등을 합친 전체 신청자 2376명 중에서는 615명이 지원을 철회했다.
중수청 개청준비단은 이달 20일까지 2차 신청을 받아 월말까지 임용 대상자를 선정할 계획이다. 경찰, 공인회계사, 금융 전문가 등 외부 전문인력도 경력 채용으로 충원할 방침이다. 개청 직전까지 인력 선발이 이어지는 만큼 분야별 전문인력 배치와 수사팀 구성을 신속히 마무리해야 하는 상황이다.
중수청 청사도 모든 시설을 갖춘 상태에서 출범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개청일까지 민원·수사·행정 업무에 필요한 사무공간을 우선 조성하고 나머지 시설은 연말까지 단계적으로 완공한다. 수원청은 임시 청사에서 업무를 시작한 뒤 내년 초 본 청사로 옮기고, 대전청도 세종시 민간 건물을 우선 사용할 예정이다. 개청 이후에도 공사와 이전이 이어지는 셈이다. 조사실과 압수물 보관실 등 핵심 수사시설을 개청일부터 사용할 수 있는지도 불투명한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