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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묘약’이 1970년 평택에 왔다…오페라 ‘정미소 연가’
평택시문화재단 제작 오페라 ‘정미소 연가’ 내달 공연
도니체티 원작에 1970년대 평택의 현대사 녹여
도니체티 원작에 1970년대 평택의 현대사 녹여
평택시문화재단은 자체 제작 오페라 <1970 정미소 연가>를 오는 10월 16~17일 평택시남부문화예술회관 대공연장에서 공연한다. 도니체티의 '사랑의 묘약'이 지닌 음악과 오페라 부파의 형식을 토대로 평택의 역사와 지역민의 이야기를 새롭게 입힌 작품이다. 재단은 이 작품을 향후 평택을 대표하는 자체 제작 레퍼토리로 발전시킨다는 계획이다.
작품의 시간은 베트남전쟁이 한창이던 197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공간은 평택 안중의 정미소와 송탄 미군기지 장교클럽이다. 정미소에서 일하는 청년은 우연히 미군 장교클럽에서 일하는 여인을 만나 사랑에 빠진다. 하지만 여인이 바라보는 곳은 청년과 조금 다르다. 그에게는 미국 시민이 돼 더 나은 삶을 살고 싶다는 꿈이 있다. 여기에 또 다른 남자인 미군 장교까지 등장하면서 사랑과 현실, 꿈과 선택이 충돌하기 시작한다.
오해와 질투, 소동이 꼬리를 문다는 점에서는 원작 '사랑의 묘약'의 희극적 구조를 따른다. 그러나 무대를 19세기 이탈리아 시골 마을에서 1970년 한국의 평택으로 옮기면서 이야기는 전혀 다른 시대적 맥락을 갖는다. 작품은 도니체티 특유의 경쾌한 음악을 따라가면서, 급격한 변화의 한복판에 있었던 당시 평택 청춘들의 사랑과 욕망을 함께 그려낸다.
등장인물의 이름부터 한국식으로 바꿨다. '사랑의 묘약'의 순박한 청년 네모리노는 '나민호', 그가 사랑하는 아디나는 '안도나'가 됐다. 군인 벨코레는 '벨코어', 가짜 사랑의 묘약을 파는 약장수 둘카마라는 '도난감'이라는 이름으로 등장한다. 원작을 아는 관객이라면 각각의 인물이 어떻게 1970년대 평택 사람으로 변주됐는지를 비교하며 보는 재미도 있다.
특히 작품에서 중요한 것은 '송탄'이라는 공간이다. 송탄의 K-55 미 공군기지는 한국전쟁 중인 1952년 조성됐다. 미군기지가 본격적으로 운영되면서 정문 주변에는 미군을 대상으로 한 상점과 음식점, 유흥시설 등이 들어섰고 기지를 중심으로 도시가 성장하기 시작했다. 1960년대 들어 K-55가 미 공군의 주요 전략기지로 자리잡으면서 송탄의 도시화도 빨라졌다.
1960년대 후반부터 1980년대 초반은 송탄과 안정리 일대 기지촌이 특히 번성했던 시기였다. 미군기지와 관련한 서비스업은 지역 경제의 한 축을 이뤘다. 동시에 기지촌을 둘러싼 사회 문제와 인권 문제 등 그늘도 존재했다.
‘정미소 연가’는 이 복합적인 지역사를 사랑 이야기의 배경으로 가져온다. 정미소에서 일하는 청년과 미군 장교클럽의 여인이라는 설정 역시 당시 평택 안에서 공존하던 서로 다른 삶의 풍경을 대비시킨다. 도니체티의 희극을 그대로 재현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한 지역이 급격하게 변화하던 시기의 기억을 오페라 속에 넣었다는 점이 이번 제작의 특징이다.
공연은 희극적인 사건과 빠른 전개가 특징인 오페라 부파 형식으로 만든다. 원작의 익숙한 선율을 활용해 오페라를 처음 접하는 관객도 어렵지 않게 접근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 복잡한 갈등 끝에는 원작과 마찬가지로 사랑과 화해가 기다린다.
연출은 김재희, 지휘는 김홍식이 맡는다. 나민호 역에는 테너 김동원과 지명훈이 더블 캐스팅됐다. 안도나 역은 소프라노 김예은과 임은송, 벨코어 역은 바리톤 이승왕과 김인휘가 맡는다. 도난감 역에는 베이스바리톤 박상욱과 김동섭이 출연하고, 장막단 역에는 소프라노 윤나영이 무대에 오른다.
규모도 작지 않다. POC 평택오페라합창단 24명과 프라임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40명을 포함해 배우와 합창단, 오케스트라 등 모두 73명이 참여한다. 기획·운영과 무대기술 인력까지 더하면 제작에 참여하는 인원은 약 90명이다. 지역 합창단과 외부 전문 예술인이 함께 만드는 지역 제작 오페라라는 점도 특징이다.
공연은 10월 16일 오후 7시30분과 17일 오후 5시 두 차례 열린다. 공연시간은 130분이며 8세 이상 관람할 수 있다.
조동균 기자 chodog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