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로레알
사진=로레알
가방보다는 립스틱이었다. 로레알이 LVMH 그룹을 제치고 프랑스 시가총액 1위 자리를 탈환했다.

15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종가 기준 화장품 기업 로레알(L'Oréal)의 시가총액이 약 2,030억 유로(약 2,340억 달러)를 기록하며, 루이비통 모기업인 LVMH(약 2,010억 유로)를 제치고 프랑스 증시(파리 증시) 시가총액 1위에 올랐다. 파리 증시에서 명품(럭셔리)이 아닌 비(非)럭셔리 기업이 장 마감 기준 시총 1위를 차지한 것은 2017년 이후 9년 만의 일이다.

로레알 주가는 아르마니, 입생로랑 등 하이엔드 뷰티 브랜드를 포함해 탄탄한 수요를 바탕으로 올해에만 약 5% 상승한 반면, LVMH 주가는 명품 실적 둔화 여파로 올해만 35% 폭락했다. 이에 대한 여파가 시가총액에 반영됐다.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립스틱 효과'라는 해석도 내놓는다. 립스틱 효과는 경기가 좋지 않을 때 가방이나 신발, 옷 등 고가의 명품 대신 립스틱과 같이 작은 제품을 사는 소비자가 늘어나는 현상을 말한다.
프랑스 파리 샹제리제 명품 거리/사진=한경DB
프랑스 파리 샹제리제 명품 거리/사진=한경DB
지속적인 가격 인상과 중국의 경기 침체, 중동 분쟁 등으로 지난 3년간 글로벌 명품 시장은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컨설팅업체 베인앤컴퍼니에 따르면 약 6,000만 명의 소비자가 명품 소비를 이탈했다.

반면, 고물가와 경제적 스트레스 속에서 소비자들이 고가의 명품 가방 대신 비교적 적은 돈으로 만족감을 얻을 수 있는 '립스틱(화장품)' 등 소소한 사치를 선택하는 사람들이 늘면서 로레알의 실적을 견인했다는 분석이다.

2021년 팬데믹 소비 붐 당시 유럽 시총 1위 기업이었던 LVMH는 지속적인 주가 하락으로 인해 이번에 유럽 시총 상위 10개 기업 밖으로 밀려났다. 현재 유럽 시총 1위는 반도체 장비기업 ASML이다.

주가 하락으로 LVMH의 베르나르 아르노 회장은 자라(Zara) 창업자인 아만시오 오르테가에게 '유럽 최고 부호' 자리를 넘겨주기도 했다. 블룸버그 억만장자 지수에서도 베르나르 아르노 LVMH 회장은 지난주 세계 최고 자산가 '톱 10'에서 밀려났다. 상위 10대 자산가 대부분은 미국 테크 부문 억만장자다.

로레알의 강세, LVMH의 약세를 두고 DWS 포트폴리오 매니저 슈테판 바우크네히트는 "명품 트렌드가 단기간 내 뚜렷하게 개선될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며 "로레알이 LVMH를 제친 현 구도는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ING 수석 투자 전략가 뱅상 주뱅은 "유럽 증시의 성장 동력이었던 '럭셔리 파워' 엔진이 멈췄음을 LVMH의 사례가 극명하게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