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이비통이 파리 패션위크에서 피나렐로 '도그마 F' 로드바이크를 선보였다. 사진=피나렐로
루이비통이 파리 패션위크에서 피나렐로 '도그마 F' 로드바이크를 선보였다. 사진=피나렐로
최근 프랑스 파리 패션위크 런웨이에는 뜻밖의 아이템이 등장했다. 런웨이를 걷는 모델이 손에 든 것은 핸드백 같은 명품 잡화가 아닌 이탈리아 자전거 브랜드 피나렐로의 '도그마 F'였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루이비통은 최근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남성복 봄·여름 2027 패션쇼에서 피나렐로와 협업한 한정판 모델을 선보였다. 루이비통 남성복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퍼렐 윌리엄스가 디자인에 참여한 자전거로, 피나렐로는 "엘리트 스포츠와 하이엔드 럭셔리의 만남"이라고 소개했다.

이번 협업이 주목받는 이유는 명품 브랜드가 스포츠를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지고 있다는 걸 보여주는 사례이기 때문이다. 루이비통이 속한 LVMH는 최근 포뮬러원(F1)과 10년 글로벌 파트너십을 체결하는 등 스포츠 영역으로 활동 반경을 넓혀왔다. 요트와 테니스, 럭비 등 이른바 '엘리트 스포츠'와 접점을 확대하며 경기 자체보다 그 주변의 문화와 라이프스타일, 소비층에 주목하고 있다.

자전거 역시 그 연장선상에 있다. 피나렐로는 뚜르 드 프랑스 등 세계 최고 권위 사이클 대회에서 명성을 쌓은 브랜드로, 2016년 LVMH와 아르노 가문이 후원하는 투자사 L캐터튼에 인수되면서 한때 명품 업계와 접점을 넓힌 바 있다. 현재 지분 관계는 정리됐지만, 루이비통이 이번 런웨이에 피나렐로를 세운 장면은 자전거를 새로운 '럭셔리 오브제'로 바라보는 명품 업계의 관심을 입증했다.

실제 고급 로드바이크 시장은 일반적 운동용품과는 결이 다르다. 최상급 카본 프레임과 구동계, 휠을 갖춘 제품 가격이 수천만원씩 해 웬만한 자동차 한 대 가격과 맞먹는 정도다.
사진=REUT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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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나렐로 도그마 F 또한 프레임 국내 판매가가 950만원에 달한다. 여기에 시마노 최상급 듀라에이스 Di2 구동계와 독일 라이트웨이트 오베마이어 휠 등을 조합해 완성차로 만들면 가격은 3000만원 안팎으로 올라간다.

한정판 가격은 더 치솟는다. 루이비통이 런웨이에서 선보인 도그마 F 한정판 가격은 약 7700만원에 달한다. 웬만한 자동차 가격을 뛰어넘기에 성능은 물론 희소성과 브랜드 서사, 소유 경험까지 함께 구매하는 소비가 이뤄진다.

특히 피나렐로, 콜나고, 비앙키로 대표되는 이탈리아 하이엔드 로드바이크 문화와 일부 전통 프레임 공방이 이어가는 맞춤 제작 관행은 명품업계와 유사하다. 현지 전통 공방 브랜드들은 지금도 라이더 체형과 취향에 맞춰 맞춤 제작을 제공한다. 프레임 지오메트리와 재질부터 도장 색상, 장식, 부품 조합까지 세밀하게 선택할 수 있다. 기성품을 구매하는 게 아니라 자신만의 작품을 주문 제작하는 셈이다. 패션으로 치면 기성복이 아닌 '오뜨꾸뛰르'(고급 맞춤 의상)에 가깝다.

이처럼 고급 로드바이크는 단순한 운동 장비를 넘어 취향과 경제적 지위를 드러내는 소비재로 부상하고 있다. 자동차 시장에서 슈퍼카가 갖는 상징성과 비슷하다. 자신이 어떤 라이프스타일과 취향, 안목을 지닌 사람인지 보여주는 수단으로 소비되는 영역이 점점 넓어지고 있단 얘기다.

때문에 루이비통 런웨이에 자전거가 등장한 것은 가방과 시계, 자동차를 넘어 이제는 로드바이크까지 럭셔리 아이템이 확장하면서 또 하나의 명품으로 위상을 끌어올린다는 상징적 사건으로 읽힌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