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븐 배넌 전 트럼프 정부 수석전략가가 15일(현지시간) '프로 휴먼 어셈블리' 행사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AFP
스티븐 배넌 전 트럼프 정부 수석전략가가 15일(현지시간) '프로 휴먼 어셈블리' 행사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AFP
AI 개발 속도와 통제 방안이 11월 중간선거의 핵심 쟁점으로 부상하고 있습니다. 워싱턴 정계에서 치열한 찬반 논란이 이어지고 있는데요.

두달도 채 남지 않은 중간선거를 앞두고 미국 정치권에서 인공지능 문제에 관한 뜨거운 공방전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오늘(15일) 워싱턴DC 에서는 '프로 휴먼 어셈블리'라는 행사가 진행됐는데요. 좌파 중의 좌파로 손꼽히는 버니 샌더스 미국 상원의원(범 민주당 계열, 버몬트)과 트럼프 1기 정부 수석전략가인 스티븐 배넌이 '한편'을 먹은 모습을 볼 수 있는 드문 자리였습니다.

오늘 행사에서 샌더스 의원은 AI의 미래를 결정하는 문제를 소수의 재벌들에게 맡겨선 안 되고, 미국 국민들이 더 큰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촉구했습니다.

그리고 핵무기와 마찬가지로 초지능은 인류에 대한 위협이라면서 초지능 개발을 금지하는 법안을 발의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최측근이자 팟캐스트를 통해 MAGA 지지자들에게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배넌도 AI 위기론에서는 샌더스와 의기투합했습니다. 오늘 연설에서 배넌은 AI 업계 리더들이 위험을 은폐하려 하고 있다면서 이익은 자기들이 챙기고, 위험은 공동체 전체의 책임으로 전가하려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미국 정치권은 AI 문제로 둘로 쪼개졌습니다. 대체로 민주당은 AI 개발을 우려하고 데이터 센터 설립에 대해서도 규제를 주장하는 편입니다. 최근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과 카멀라 해리스 전 부통령도 각각 성명을 내서 AI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는 주장을 펼쳤습니다.

민주당의 하킴 제프리스 하원 원내대표도 의회가 행동할 때라면서 이번 주에 민주당이 의원 총회를 열어서 AI 속도조절 계획을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버니 샌더스 미 상원의원이 15일(현지시간) '프로 휴먼 어셈블리' 행사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AFP
버니 샌더스 미 상원의원이 15일(현지시간) '프로 휴먼 어셈블리' 행사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AFP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AI 종말론, AI 위기론은 조작된 음모에 불과하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습니다. 중국과의 경쟁에서 이기려면 더 빠르게 개발해야 하고 데이터센터도 더 많이 지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사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메일도 거의 사용하지 않는 컴맹에 가깝습니다. 아무래도 80대 고령이다 보니 전화를 주로 이용하는데요.

그런 트럼프 대통령이 갑자기 AI 문제에 대해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높이는 것은 인공지능에 대한 반대론이 / 정치적으로 유리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액시오스는 분석했습니다.

중국이 AI 경쟁에서 미국의 우위를 막기 위해 이런 목소리를 '조작'하고 있다는 프레임이 대중에게 먹힌다는 겁니다. 게다가 AI는 지금 미국 경제의 성장 동력이자 증시를 지탱하는 요인이기 때문에, 이것이 거품이라는 주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이해관계와 맞지 않는다고 CNN은 설명했습니다.

공화당의 입장은 다소 모호합니다. 일단 민주당에 비해서는 AI 개발을 지지하는 목소리가 많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AI 경쟁을 강조하는 만큼 당 지도부도 이런 주장을 대체로 따르는 편입니다. 하지만 오늘 스티븐 배넌의 경우에서 볼 수 있듯이 공화당 내에서도 AI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는 중입니다. 오늘 프로 휴먼 어셈블리 행사에도 하원의 마샤 블랙번 의원과 칩 로이 의원 같은 공화당 의원들이 참석했습니다.

기업인들의 입장도 첨예하게 엇갈립니다. 어제는 젠슨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에 힘을 실어줬습니다. 공개석상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스피커폰으로 대화하면서 AI 종말론이 사기라는 주장에 "핵심을 꿰뚫었다"면서 맞장구를 쳤습니다. 엔비디아 칩을 많이 팔아야 하는 젠슨 황 입장에서는 AI 때문에 인류가 멸망할 위험이 있다는 식의 주장에 동조하기는 아무래도 어 려운 상황입니다.

앞서 클로드 서비스를 제공하는 앤트로픽의 다리오 아모데이나, 챗GPT(오픈AI)의 샘 올트먼 같은 이들이 AI 개발을 늦추자고 선언했는데요. 이들이 이런 주장을 하고 나선 배경이 정말 인류를 위한 것이냐는 의심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차기 서비스 개발속도가 예상보다 지연되면서 이를 정당화하기 위해 '인류를 위한 선의'로 포장하고 있다는 해석입니다.

결국 AI가 가지고 있는 위험성을 진짜로 인류의 관점에서 평가한다기보다는 저마다의 이해관계에 맞춘 주장을 하고 있을 뿐이라는 관점인데요.

실제로 정치인들이 불과 몇 달 전까지만 해도 '남의 일'처럼 생각하던 AI 이슈에 대해서 갑자기 저마다 뛰어들어서 한마디씩 하는 것을 보면, 이들의 행동이 유권자들의 심리를 이용하기 위한 전략적인 결정일 여지도 있어 보입니다.

워싱턴=이상은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