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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AI와 앤트로픽의 투자 등급 추진은 AI 개발과 데이터센터 건설의 대규모 비용을 세계 연기금과 보험자금까지 나눠 대는 단계로 넘어가고 있음을 보여준다는 분석이 나온다.
AI 기업도 우량채 시장 노린다
16일 파이낸셜타임스(FT) 등에 따르면 오픈AI와 앤트로픽의 기업공개(IPO)를 준비하는 모건스탠리와 골드만삭스 등 투자은행들은 두 회사가 상장 이후 투자 등급을 받을 수 있도록 주요 신용평가사들과 논의하고 있다.투자 등급은 통상 무디스 기준 Baa3, S&P글로벌과 피치 기준 BBB- 이상이다. 투자 등급을 확보하면 투자 등급 채권을 중심으로 운용하는 기관투자가를 상대로 자금을 조달하기가 수월해진다. 미국 회사채시장 전체 잔액은 올해 2분기 말 기준 약 12조1000억달러다. 연기금과 보험사, 우량채 펀드처럼 투기 등급 회사채 매입에 제한받는 기관의 자금도 받을 수 있다.
아직 신용등급이 결정된 것은 아니다. 두 회사 모두 빠르게 성장하고 있지만 안정적인 잉여현금흐름을 내는 기업은 아니다. 오픈AI는 올해 IPO 계획도 접었다.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12일 “2026년에는 상장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앤트로픽은 지난 5월 650억달러를 추가로 조달했다. 기업가치는 9650억달러까지 높아졌다. 당시 회사가 밝힌 연 환산 매출은 470억달러였다. 7월에는 연 환산 매출이 650억달러에 이른 것으로 전해졌다.
적자를 감수하면서 AI 모델 개발과 서버에 돈을 쏟아붓는 AI 기업이 언제까지 지분투자만 받을 수 있느냐는 문제가 생긴 이유다. 상장으로 대규모 현금을 확보하고 투자 등급까지 받으면 다음 단계는 회사채가 된다.
기술기업 사모 대출 1조달러
AI 기업이 공개 회사채시장으로 이동하려는 배경에는 급팽창한 사모 대출 시장이 있다. 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기술기업에 공급된 사모 대출은 2010년 약 220억달러에서 2025년 1조달러 이상으로 불어났다. 전체 사모 대출에서 기술기업이 차지하는 비중도 22%에서 44%로 두 배가 됐다. 전체 사모 대출 잔액은 약 2조5000억달러다.
사모 대출은 AI 산업 성장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분석도 있다. 은행은 공장과 토지 같은 담보와 기존 현금흐름을 중시한다. 반면 사모 대출 운용사는 반복 매출과 고객계약, 소프트웨어의 성장 가능성을 보고 대출 조건을 설계할 수 있다.
BIS는 사모 대출 운용사의 AI·정보기술 분야 대출 비중이 최근 5년 동안 네 배 증가해 포트폴리오의 약 15%에 이른다고 분석했다. AI 기업이 은행 밖에서 대규모 자금을 조달할 수 있었던 이유다.
문제는 위험도 함께 커졌다는 점이다. BIS의 프랭크 스메츠 경제분석 책임자는 “우리가 가장 우려하는 것은 부채와 레버리지의 빠른 증가”라고 말했다. 그는 AI 관련 자금조달 가운데 상당 부분이 장부 밖에 있고 거래 구조가 서로 연결돼 있다고 지적했다.
파블로 에르난데스 데 코스 BIS 사무총장도 최근 AI 투자자금이 기업 이익보다 부채와 사모대출에 점점 더 의존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런 금융구조를 “불투명하고 서로 연결돼 있다”고 평가했다.
올해 AI 관련 부채 5000억달러
AI 자금 조달처는 이미 사모 대출에서 회사채로 넓어지고 있다. 골드만삭스에 따르면 올해 8월 초까지 발행된 AI 관련 부채는 약 5000억달러다. 올해 미국 투자 등급 회사채 발행액의 약 20%를 차지했다. 2024년에는 이 비중이 1%에 불과했다.
투자 규모는 더 커진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fA)는 이들 5개 기업의 올해 설비투자를 약 7950억달러로 전망했다. 내년에는 1조800억달러로 처음 1조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내다봤다.
BIS도 세계 5대 기술기업이 2025~2026년 AI 관련 설비투자에 1조달러 이상을 쓸 것으로 추정했다. 현재 연간 약 5000억달러인 세계 AI 관련 투자는 2030년 3조~4조달러까지 커질 수 있다는 게 업계 전망이다.
에르난데스 데 코스 사무총장은 “AI가 가져올 가능성은 현실적”이라고 평가하면서도 “현재 투자 붐의 규모와 속도는 경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기업의 내부 현금만으로 이 돈을 모두 조달하기는 어렵다. BIS는 AI 기업의 설비투자가 현금흐름을 앞지르기 시작했다고 분석했다. 회사채와 사모 대출, 특수목적법인(SPV), 장기 임차계약 등을 통한 외부조달 의존도가 높아지는 이유다.
데이터센터 금융에서는 부채가 기업 재무제표 밖으로 이동하는 현상도 나타난다. 하이퍼스케일러가 데이터센터를 직접 짓는 대신 별도 법인이 자금을 빌려 건설하고 빅테크가 장기간 임차하는 방식이다.
BIS는 이를 사실상의 ‘그림자 차입’으로 표현했다. 법적으로는 데이터센터 법인의 부채지만 경제적으로는 빅테크의 장기 계약과 보증에 기대 원리금을 갚기 때문이다.
채권 투자자도 까다로워져
돈이 계속 들어오는 것만은 아니다. 투자자들은 이미 더 높은 금리와 강한 안전장치를 요구하기 시작했다. 올해 2월 미국 하이퍼스케일러들이 회사채를 발행했을 때 투자자의 청약 규모는 발행액의 약 5배였다. 7월에는 2배 미만으로 떨어졌다. 아폴로글로벌매니지먼트의 토르스텐 슬뢰크 수석이코노미스트가 집계한 수치다.
메타가 이용하는 미국 루이지애나 데이터센터는 A+ 신용등급을 받았다. 메타가 사업에서 철수하면 16년 동안 데이터센터 자산가치 부족분을 보전하기로 한 것이 신용보강 수단으로 작용했다. 엔비디아도 오픈AI의 오하이오 데이터센터에 비슷한 장치를 제공했다.
반대로 신용보강이 약하면 이자율은 급격히 올라간다. 갤럭시디지털은 코어위브가 사용하는 헬리오스 데이터센터 확장을 위해 지난 7월 35억달러 규모의 BB- 채권을 발행했다. 데이터센터 자산을 담보로 잡았지만 수익률은 약 10%였다. 미국 하이일드채 평균보다 약 3%포인트 높았다.
시장이 더 이상 ‘AI’라는 이름만 보고 돈을 빌려주지 않는다는 의미다. 스메츠 BIS 경제분석 책임자는 AI가 이끌어 온 시장 상승세에 대해 “취약성이 커지는 징후가 나타나기 시작했다”고 평가했다. 다만 그는 현재 금융시장 전체에는 “스트레스의 징후는 없다”고 선을 그었다.
오라클의 투자 등급 논란
오라클은 AI 기업이 투자 등급을 유지하는 것이 왜 중요한지 보여주는 사례다. 오라클은 2027회계연도 1분기(2026년 6~8월) 300억달러 이상의 AI 클라우드 계약을 새로 확보했다. 수주 잔액은 6640억달러로 늘었다. 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보다 30% 증가한 193억달러였다.하지만 설비투자도 285억달러에 달했다. 잉여현금흐름은 54억달러 적자를 냈다. 다행히 고객들이 113억6000만달러를 미리 지급했다. 힐러리 맥슨 오라클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신규 계약의 “대부분이 선급금이나 고객이 직접 장비를 가져오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오라클은 투자 등급의 가장 낮은 경계선에 있다. 지난 5월 기준 오라클의 부채는 1295억달러로 이자·세금·감가상각비 차감 전 영업이익(EBITDA)의 약 4.3배였다. 데이터센터 장기 임차 약정도 약 2600억달러에 달했다.
S&P글로벌은 지난 7월 오라클의 신용등급을 BBB-로 낮췄다. 투기 등급보다 한 단계 높다. 앤드루 창 S&P 애널리스트는 “레버리지가 4.5배를 지속해서 넘으면” 추가 강등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오라클 채권을 둘러싼 논쟁은 AI 채권의 본질도 보여준다는 분석도 있다. 주주는 AI 투자가 성공하면 주가 상승이라는 큰 이익을 얻을 수 있다. 채권자의 최대 수익은 미리 정해진 이자와 원금이다. 투자가 실패하면 채권 가격 하락과 신용등급 강등은 함께 부담한다.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 공무원 퇴직연금을 운용하는 투자위원회를 이끄는 브래드 브리너 주 재무장관은 이를 “하방 위험은 떠안지만 상승 이익은 그만큼 얻지 못한다”고 표현했다. 알렉스 하이슬 로스차일드앤드코 레드번 애널리스트도 "오라클 데이터센터 투자에 대해 “경제성에 훨씬 더 신중하다”고 말했다.
콜비 스틸슨 브라운어드바이저리 채권 운용 책임자는 “아직 발생하지 않은 미래 매출에 투자 논리가 의존할수록 투자는 더욱 불안정해진다”고 지적했다. 오픈AI와 앤트로픽이 투자 등급을 추진할 경우 신용평가사들이 가장 면밀하게 볼 부분도 이 지점이다.
AI 모델의 성능뿐 아니라 얼마나 빨리 매출이 현금으로 바뀌는지, 데이터센터 임차약정이 얼마나 긴지, 고객이 누구인지, 엔비디아·오라클·마이크로소프트 등 파트너가 어떤 보증을 제공하는지가 등급을 좌우할 수 있다는 것이다.
유럽 저축도 미국 AI로
AI 투자 비용은 미국 기업만 부담하는 것이 아니다. 라가르드 총재는 유로존 가계가 펀드 등을 통해 미국 기술주에 약 4400억유로 규모로 노출돼 있다고 밝혔다. 이는 미국 AI 투자 붐의 금융시장 위험이 유럽 가계에도 전해질 수 있음을 보여주는 보유액 통계다.
스위스도 비슷하다. 올해 스위스프랑 회사채시장에서 AI 관련 기업이 차지한 발행 비중은 26.4%에 달한다. 미국 기술기업의 AI 투자 비용이 달러 시장을 넘어 유로와 스위스프랑 시장에서 조달되고 있다.
라가르드 총재는 “유럽은 이 붐의 비용을 부담하게 된다”는 취지로 지적했다. 미국 기술기업이 대규모 채권을 발행하면 유럽 기업도 같은 투자자 자금을 놓고 경쟁해야 하고, 미국 장기금리가 오르면 유럽 금리도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반면 AI 자산과 성장의 상당 부분은 미국에 남는다. 라가르드는 19세기 유럽 자본이 미국 철도 건설을 지원했던 사례를 들었다. 당시 금융위기가 발생했을 때 유럽 투자자는 손실을 보았지만 철도와 그 철도가 만든 생산성은 미국에 남았다. 그는 현재 유럽의 AI 투자를 당시 상황에 비유했다. AI 신용 사이클이 글로벌 문제인 이유다.
연기금까지 위험 넓어지나
오픈AI와 앤트로픽이 투자 등급을 받는다면 가장 큰 변화는 채권을 살 수 있는 투자자의 범위가 커진다는 것이다. 투자 등급 회사채는 보험사 일반계정과 연기금, 투자 등급 채권펀드의 핵심 자산이다. 일정 발행 규모와 만기, 신용등급 요건을 충족하면 주요 채권지수에 편입될 수도 있다. 지수를 따라가는 펀드와 상장지수펀드(ETF)도 채권을 사게 된다.그동안 AI 스타트업의 실패 위험을 주로 부담한 투자자는 벤처캐피털과 사모펀드였다. 사모 대출이 늘면서 보험사와 기관투자가가 들어왔다. 투자 등급 회사채까지 발행되면 위험은 더 넓은 금융시장으로 이동한다.
이들 업체의 투자 등급 진입 자체를 부정적으로 볼 필요는 없다는 의견도 있다. 사모 대출은 거래가격과 차주의 재무 상태를 외부에서 확인하기 어렵다. 공개 회사채를 발행하면 기업은 더 많은 재무정보를 공개해야 한다. 신용평가사와 채권 투자자의 감시도 강화된다.
장기 회사채로 만기를 고정하면 단기대출을 계속 차환해야 하는 위험도 줄일 수 있다. AI 기업의 매출과 현금흐름이 지금처럼 빠르게 증가한다면 회사채시장은 오히려 자금조달 구조를 안정시키는 역할을 할 수 있다. AI 투자 확대가 무조건 거품이라는 분석도 경계해야 한다.
BIS의 에르난데스 데 코스 사무총장은 “AI의 가능성은 현실적”이라고 강조했다. 생성형 AI가 코딩과 컨설팅 등 일부 업무에서 생산성을 10~65% 높인다는 연구도 있다.
최근 금융시장에서도 비슷한 의견이 나왔다. 척 칼슨 호라이즌인베스트먼트서비스 CEO는 AI 투자 둔화를 판단하려면 “주문과 데이터센터 건설 취소 같은 구체적인 증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에릭 크라츠 아레나프라이빗웰스 최고투자책임자(CIO)는 AI 안전 규제가 강화되더라도 “데이터센터 건설 자체가 멈추는 것은 아니다”라고 평가했다. 오히려 신뢰할 만한 안전 규칙이 생기면 장기 투자의 위험을 평가하기 쉬워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AI 투자 붐의 문제는 기술의 가치가 없다는 것이 아니다. 앞으로 벌어들일 이익에 비해 지금 투입되는 돈이 지나치게 많은지를 판단하는 것이다.
철도·닷컴 버블과 다르다?
BIS는 현재 AI 투자 붐을 1830년대 운하, 1840년대 영국 철도, 1920년대 전기, 1990년대 닷컴 투자와 비교했다. 모두 경제의 생산성을 크게 높인 기술이었다. 하지만 실제 수익으로 회수할 수 있는 것보다 많은 자본이 한꺼번에 들어가면서 금융시장의 조정이 발생했다.에르난데스 데 코스 사무총장은 “AI 붐이 반드시 그런 결과로 가야 한다고 말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다만 기대 수익에 못 미치면 현재의 설비투자 붐이 급격한 위축으로 바뀔 수 있다고 경고했다.
AI 산업에는 과거 투자 붐과 다른 특징도 있다. 반도체 기업이 AI 기업에 투자하고, AI 기업은 다시 해당 기업의 반도체 구매를 약속한다. 하이퍼스케일러가 데이터센터 회사에 보증을 제공하고, 데이터센터 회사는 그 보증으로 사모 대출을 받는다. 그 자금으로 다시 하이퍼스케일러의 고객인 AI 기업에 컴퓨팅 자원을 제공한다. BIS가 AI 금융을 “서로 연결돼 있다”고 지적하는 이유다.
한국 경제 영향은
한국 경제는 AI 신용 사이클의 수혜와 위험에 동시에 노출돼 있다. 먼저 실물경제다. 미국 AI 기업이 투자등급 회사채를 이용해 장기자금을 안정적으로 확보하면 데이터센터 투자를 지속할 여력이 커진다. HBM과 서버용 D램, 파운드리, 전력기기, 냉각설비 등 한국 기업의 수요에는 긍정적이다.BIS는 한국을 AI 공급망 확대의 대표적인 수혜국 가운데 하나로 꼽았다. AI 관련 제품 가격이 오르면서 한국과 대만,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등의 교역조건이 개선됐다는 분석이다.
부정적인 우려도 있다 오픈AI와 앤트로픽 같은 기업의 매출 증가율이 둔화하고 회사채 발행비용이 높아지면 데이터센터 투자가 조정될 수 있다. 최근 BofA가 추정한 올해 하이퍼스케일러 설비투자 7950억달러 가운데 일부만 미뤄져도 반도체와 전력설비 주문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다.
최근 시장은 이 위험을 먼저 보여줬다는 분석이다. AI 개발 속도를 늦춰야 한다는 업계 CEO들의 발언이 이어지자 반도체주가 큰 폭으로 조정받았다.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는 올해 여전히 약 60% 올랐지만, 투자 증가율 변화에 주가가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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