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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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기사 A씨는 작년 8월 강원 양양에서 운전을 하던 중 생명의 위협을 느꼈다. 한 승객이 욕설과 함께 A씨 목을 졸랐기 때문이다. A씨가 경찰에 신고해 재판까지 갔지만 법원은 지난 6월 벌금 500만원을 선고했다.

택시·대리 기사를 상대로 한 폭행 범죄의 3분의 1 이상은 벌금 과료 등 재산형 처벌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에선 낮은 형량 탓에 신고를 꺼리는 기사가 많은 것으로 보고 있다. 안전 운전을 위한 격벽 마련 등의 조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신고할 시간에 운행하는 게 낫다”

"두들겨 맞는 것도 서러운데"…택시기사들 비명 터졌다
15일 대법원 법원행정처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1심 법원에 접수된 운전자 폭행 사건은 710건이었다. 이 가운데 피고인이 1심에서 징역형 등 유기 자유형을 선고받은 비율은 17.17%에 그쳤다. 벌금 등 재산형이 선고된 비율은 34.46%로 유기 자유형의 두 배에 달했다.

일선 기사들은 “아무리 심하게 맞아도 벌금이나 집행유예가 선고되면 폭행당한 순간이 떠올라 힘들다”며 “경찰에 신고하느니 합의금을 받고 끝내는 게 낫다”고 입을 모았다. 한 변호사는 “원하는 형량이 선고되지 않을 것 같다고 피해 기사에게 이야기하면 사건 의뢰를 포기하고 합의하러 가는 기사가 많다”고 했다.

"두들겨 맞는 것도 서러운데"…택시기사들 비명 터졌다
운행 중인 차량의 운전자를 폭행하면 특정범죄가중처벌법을 적용받아 일반 폭행죄보다 무거운 처벌을 받는다. 단순 폭행은 5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 벌금을, 상해가 발생하면 3년 이상 유기징역, 사망에 이르면 무기 또는 5년 이상 징역에 처해진다. 하지만 만취 상태 등을 이유로 벌금형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는 게 법조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서울에서 10년 넘게 개인택시를 운행 중인 한 기사는 “욕설이나 침 뱉는 행위를 자제해달라고 요청하면 내릴 때 팔다리를 때리는 사람이 많다”며 “그 사람들을 신고해서 조사받을 시간에 한 명이라도 더 태우는 게 나아 대부분 참고 넘긴다”고 했다.

경찰서를 방문해도 가해자가 증거 제출을 거부하면 처벌이 쉽지 않다. 지난 6월 대리기사 B씨가 양해를 구하고 에어컨을 줄이자 승객이 돌연 기사의 멱살을 잡고 머리를 석 대 때린 사건이 있었다. 기사는 경찰서로 향했지만, 가해자는 “블랙박스 영상이 삭제돼 증거를 제출할 수 없다”고 발뺌했다. 증거를 확보하지 못한 경찰은 사건을 종결했다. 오승민 대리운전노조 조직국장은 “사소한 폭행은 조사가 이뤄지지 않아 통계에 잡히지 않는 운전자 폭행 사건은 훨씬 더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운전석 격벽 설치는 난항

버스처럼 택시에도 운전석 격벽을 설치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다. 시내버스는 2005년부터 보호 격벽 설치가 의무화됐지만, 택시는 관련 법령이 없다. 일부 지방자치단체가 시범사업을 추진하는 정도다. 서울시는 2014년, 2019년, 2021년 총 9500만원의 격벽 설치 예산을 지원했지만 택시 759대에 6900여만원만 집행됐다. 기사들이 운전할 때 걸리적거리고 승객도 거슬린다는 이유로 불만을 제기했기 때문이다.

서울법인택시조합 관계자는 “지금은 예산도 지원되지 않아 격벽을 사비로 설치하는 기사는 거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임민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