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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려 1000장…읽다 지치는 증권신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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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출·정정 반복에 분량 눈덩이
투자자 정보 접근성 떨어져
제출·정정 반복에 분량 눈덩이
투자자 정보 접근성 떨어져
투자자를 위한 공시인 증권신고서가 계속 두꺼워지고 있다. 금융감독원의 정정 요구와 기업의 자진 정정이 맞물리면서 많게는 1000쪽에 달하는 신고서가 속출하는 모습이다. 투자자 사이에선 필요한 정보를 얻기가 더 힘들어졌다는 불만이 나온다. 알맹이 없는 형식적 정정이 증권신고서의 가독성을 떨어뜨리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신규 상장이나 유상증자를 추진하는 기업의 증권신고서는 정정을 거칠 때마다 분량이 늘어난다. 코스닥시장 상장을 추진 중인 빅웨이브로보틱스의 증권신고서는 최초 491쪽이었으나 일곱 차례 정정을 거쳐 766쪽으로 증가했다. 유상증자 신고서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유상증자 신고서는 852쪽에서 1243쪽으로 늘었다. 최근 한울반도체도 주주배정 유상증자 과정에서 정정을 거듭하며 신고서 분량이 431쪽에서 940쪽으로 두 배 이상 불어났다.
문제는 늘어난 분량만큼 정보의 질이 개선되지 않는다는 데 있다. 기업과 증권사가 처음부터 완성도를 높이기보다 일단 신고서를 낸 뒤 당국 지적에 맞춰 문구를 보강하는 식으로 대응하는 경우가 많다. 기업과 증권사 사이에 “어차피 몇 차례는 정정을 거친다”는 인식이 확산하자 철저한 사전 검증보다 일단 낸 뒤 고치는 전략이 유용해졌다. 투자자가 본질적인 정보를 가려내기 오히려 더 어려워진 이유다. 이를 기업과 증권사의 안이한 관행 탓으로만 돌릴 수는 없다는 시각도 있다. 금감원이 투자자 보호라는 명분을 앞세워 과도한 정정을 요구하고 있어서다. 자본시장법상 신고제인 증권신고서 제도가 실질적으로는 허가제처럼 운영된다는 푸념이 나오는 배경이다.
제출과 정정이 반복되는 동안 기업은 정정 보고서를 쏟아내고, 금감원은 심사 부담을 호소하고, 투자자는 방대한 분량에 지쳐 읽기를 포기한다. 이에 금감원은 신고서 완성도와 위험 수준에 따라 심사 수위를 달리하는 ‘정정요구 차등화’ 제도를 도입하기로 했다. 이 제도가 정정에 정정을 거듭하는 악순환을 실질적으로 끊는 실마리가 될지 아니면 또 하나의 형식적 절차에 그칠지에 관심이 쏠린다.
최석철 기자 dolsoi@hankyung.com
15일 업계에 따르면 신규 상장이나 유상증자를 추진하는 기업의 증권신고서는 정정을 거칠 때마다 분량이 늘어난다. 코스닥시장 상장을 추진 중인 빅웨이브로보틱스의 증권신고서는 최초 491쪽이었으나 일곱 차례 정정을 거쳐 766쪽으로 증가했다. 유상증자 신고서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유상증자 신고서는 852쪽에서 1243쪽으로 늘었다. 최근 한울반도체도 주주배정 유상증자 과정에서 정정을 거듭하며 신고서 분량이 431쪽에서 940쪽으로 두 배 이상 불어났다.
문제는 늘어난 분량만큼 정보의 질이 개선되지 않는다는 데 있다. 기업과 증권사가 처음부터 완성도를 높이기보다 일단 신고서를 낸 뒤 당국 지적에 맞춰 문구를 보강하는 식으로 대응하는 경우가 많다. 기업과 증권사 사이에 “어차피 몇 차례는 정정을 거친다”는 인식이 확산하자 철저한 사전 검증보다 일단 낸 뒤 고치는 전략이 유용해졌다. 투자자가 본질적인 정보를 가려내기 오히려 더 어려워진 이유다. 이를 기업과 증권사의 안이한 관행 탓으로만 돌릴 수는 없다는 시각도 있다. 금감원이 투자자 보호라는 명분을 앞세워 과도한 정정을 요구하고 있어서다. 자본시장법상 신고제인 증권신고서 제도가 실질적으로는 허가제처럼 운영된다는 푸념이 나오는 배경이다.
제출과 정정이 반복되는 동안 기업은 정정 보고서를 쏟아내고, 금감원은 심사 부담을 호소하고, 투자자는 방대한 분량에 지쳐 읽기를 포기한다. 이에 금감원은 신고서 완성도와 위험 수준에 따라 심사 수위를 달리하는 ‘정정요구 차등화’ 제도를 도입하기로 했다. 이 제도가 정정에 정정을 거듭하는 악순환을 실질적으로 끊는 실마리가 될지 아니면 또 하나의 형식적 절차에 그칠지에 관심이 쏠린다.
최석철 기자 dolso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