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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주민 텃세·고령화·고립…청년 로컬창업 '씁쓸한 현실'
지원금만 노린 창업가 사례도
소멸 위기 지역에서 창업한 청년들이 마주한 현실은 ‘기회의 땅’이라는 기대와 사뭇 다른 면도 있다. ‘인구소멸 위기 지역 청년의 창업 경험 인터뷰’ 등 다수의 보고서와 논문에 담긴 현장 인터뷰를 보면, 청년 창업가는 익숙하던 지역조차 창업을 계기로 새롭게 ‘재인식’하고 있었다.
소도시에서 퓨전 식당을 운영하는 30대 A씨는 “손님이 주로 어르신이다 보니 소화가 안 된다며 김밥 한 줄을 사서 아침에 반, 저녁에 반만 드신다. 네 분이 커피 두 잔을 시켜놓고 종일 앉아 계시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다른 청년 창업가는 “지역 특산물을 무작정 끌어모은 아이템은 차별성이 없어 성공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지역의 시장 규모와 소비 특성, 사업 아이템의 한계를 냉정하게 따져야 한다는 얘기다.
지역 주민의 텃세도 적지 않은 장벽이다. 시니어 돌봄 사업을 하는 30대 B씨는 “외지인을 색안경 끼고 보는데, 3~4년쯤 지나야 인식이 바뀌더라”라고 말했다. “주민에게 인정받기 위해 끊임없이 자신을 증명해야 하는 ‘관계 노동’의 피로도 만만치 않다”는 것이다.
정부의 창업 지원 정책에 대한 불만도 적지 않다. 청년이 공통적으로 꼽은 어려움은 세무 처리, 카드 매출 분석, 특허 조회, 시장 조사 방법 등 실무적인 문제였다. 하지만 정작 이런 내용을 가르치는 프로그램은 드물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과 디저트 사업을 하는 C씨(34)는 “홍보와 마케팅은 교육을 받는다고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며 “반면 세무·법률은 배울 곳이 마땅치 않은데 관련 교육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퓨전 한식집을 운영하는 30대 D씨는 “지방자치단체는 일단 창업이 끝나면 관심을 두지 않는다”며 “청년들의 ‘주소 이전’ 자체에만 목적이 있는 것 같다”고 했다.
로컬 창업이 정부 지원금에 의존하는 수단으로 변질한 사례도 있다. 실버쇼핑몰 업체를 운영하는 한 청년은 “로컬 창업은 정부 지원금이 있어 실패해도 손해가 크지 않다”며 “지원 사업만 계속 신청하면서 생계를 이어가려는 사람도 있다”고 했다.
곽용희 기자 ky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