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보다 먼저 극심한 고령화와 인구 감소를 겪은 일본에서는 지방자치단체가 직접 지역 자원을 새로운 콘텐츠로 바꾸는 ‘로컬 크리에이터형 지역 재생’을 주도하고 있다.

8일 주일본대한민국대사관의 ‘일본 지방소멸 대응 지방자치단체 성공사례’ 보고서에 따르면 아오모리현 이나카다테촌은 대표적인 지역 재생 사례로 꼽힌다. 쌀농사가 주력인 이 마을은 1993년부터 논을 거대한 캔버스로 활용했다. 색이 다른 7색·12종의 벼를 심어 대형 그림을 그리고 이를 관광 콘텐츠로 발전시켰다. ‘전국 논 아트 서밋’과 겨울 논 아트로까지 확장되면서 평범한 논은 마을을 대표하는 관광자원으로 탈바꿈했다. 그 결과 이나카다테촌은 2014년 ‘소멸가능 지자체’로 분류됐지만 2024년에는 ‘기타’ 지자체로 재분류돼 공식적으로 소멸 위기에서 벗어났다.

빈집 활용 방식도 진화하고 있다. 기후현 미노시는 쇠락한 전통 제지산업의 흔적인 옛 민가와 창고를 호텔·상점·업무협업 공간으로 바꿨다. 지역 기업이 빈집을 숙박시설로 고치고 공예시장 등과 연계해 도시 전체를 체류형 관광지로 조성한 것이다. 그 결과 2023년 연간 숙박객은 2만 명으로 종전의 두 배로 증가했다. 일본 정부는 2025년 이 사례를 빈집 문제 해결과 지역 관광 활성화를 결합한 지역 재생 모델로 소개했다.

에히메현 오즈시는 빈집과 고택 26동을 객실·식당 등으로 활용해 ‘일본 호텔 오즈 성하마을’이라는 분산형 호텔을 조성했다. 2023년 7월 기준 고택 31채가 재생됐고 호텔과 주변 상권에 20개 사업자가 새로 들어서면서 일자리 71개가 생겼다.

오카야마현 니시아와쿠라촌은 2008년부터 산림 소유자와 면사무소, 삼림조합이 손잡고 ‘숲의 학교’를 중심으로 임업 벤처를 육성했다. ‘백년의 숲 구상’을 바탕으로 62개의 로컬 벤처가 탄생했고, 2008년 이후 연고 없이 이주한 ‘I턴’ 인구 408명 가운데 274명이 지역에 정착했다.

곽용희 기자 ky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