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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부에서 여성 기관사까지…日 연극이 그린 ‘영원한 노동’
일본 OLTA '영원한 노동' 창작진 인터뷰
서울변방연극제 주제전으로 18~20일 공연
광부부터 기관사, 영상 크리에이터까지 그려
서울변방연극제 주제전으로 18~20일 공연
광부부터 기관사, 영상 크리에이터까지 그려
서로 다른 시대와 공간을 살아가는 인물이 무대에 등장한다. 이들이 보여주는 것은 끝나지 않는 노동의 모습. 일본의 식민지배와 한반도의 분단, 고도 경제 발전, 젠더 문제까지 한데 겹쳐 놓으며 노동이 역사적으로 어떻게 이어져 왔는지 드러낸다.
일본 창작집단 OLTA의 연극 ‘영원한 노동(Eternal Labor)’이 서울변방연극제 주제전으로 오는 18~20일 서울 신수동 서강대 메리홀 소극장에서 열린다. 작년 일본 최대 규모 국제예술제 아이치트리엔날레서 초연한 작품으로 일본 탄광에서 시작된 문제의식을 한반도 역사와 오늘날의 노동 문제까지 확장했다.
연출을 맡은 재일교포 장치(43)는 한국경제 아르떼와의 인터뷰에서 “일본 탄광에서 할아버지가 일했다고 들은 적이 있다”며 “과거의 노동과 오늘날의 노동이 이어진다는 문제의식에서 작품이 시작됐다”고 설명했다.
무대에는 특정한 주인공이 없다. 다양한 직업의 인물이 여러 개의 이야기를 오가며 등장한다. 이들은 서로 관계를 맺기도 하지만 아무런 접점 없이 각자의 삶을 이어가기도 한다. 일본과 한국이라는 구체적인 장소가 등장하기도 하고, 어디인지 명확하게 알 수 없는 공간도 등장한다.
장치 자신의 위치가 이런 문제의식과 맞닿아 있다. 어머니는 재일교포 3세, 아버지는 4세인 그는 25세에 일본으로 귀화했다. 장치는 “일본에 있는 재일교포라고 해도 상황은 모두 다르다”며 “한국인도 일본인도 아닌 어느 쪽에도 하나로 특정되지 않는 사람이 있다”고 말했다.
오락실의 인형뽑기도 무대에 등장한다. 극작가 메구닌자(38)는 “돈을 내도 상품을 확실하게 얻을 수 없고, 얼마를 지불해야 얻을 수 있을지도 알 수 없는 부조리한 게임이라고 생각했다”며 “그런 모습이 부조리한 세상과 닮아 오락실을 표현했다”고 했다.
거대한 시소 형태의 경사 구조물도 무대에서 관객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창작진이 탄광을 조사하면서 본 갱도의 경사에서 착안했다. 배우들이 줄을 힘껏 잡아당겨야 무대가 기운다. 메구닌자는 “무언가를 아래에서 위로 끌어올리기 위해선 인간의 강한 노동이 필요하다는 것을 표현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젠더에 관한 문제의식이 현재의 일터 이야기로 이어지기도 한다. 함께 일하는 남성 인플루언서와 여성 영상 크리에이터가 무대에 등장한다. 남성은 여성에게 일을 지시하지만 정작 직접 돕지는 않는다. 이에 맞서는 인물로는 남성 페미니스트인 양봉가를 배치했다.
OLTA는 2009년 결성된 예술가 집단이다. 미술관과 갤러리, 야외 공간 등에서 설치와 퍼포먼스를 선보이다 2020년부터 극장 공연을 시작했다. 메구닌자는 “처음부터 장소나 형식을 정하는 것이 아니라, 작품의 주제를 표현하려면 어떤 방법이 필요한지를 고민한다”고 했다. ‘영원한 노동’ 역시 탄광과 한반도를 직접 오간 조사 끝에 연극이라는 형식이 좋겠다고 판단했다는 설명이다.
창작진은 한국 초연의 의미가 뜻깊다고 했다. 장치는 “제작 단계부터 한국과 일본을 오가며 조사했기 때문에 이 작품을 한국 관객에게 보여주는 것은 굉장히 중요하다”고 말했다. 메구닌자는 “세상의 모든 일이 잘 해결되지 않고 뒤죽박죽인 상태로 남더라도 우리는 결국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야 한다”며 “작품 속 여러 인간을 바라보면서 자신의 존재를 한 번 더 돌아보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했다.
최한종 기자 onebel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