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AF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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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아라비아가 호르무즈 해협을 우회하는 핵심 송유관을 폐쇄하면서 14일(현지시간) 원유 가격이 급등했다.

이 날 미국산 서부 텍사스 중질유(WTI) 선물 가격은 미국 동부시간으로 오전 8시 52분에 배럴당 104.23달러로 4.2% 급등했다. 국제 유가 기준인 브렌트유 선물은 배럴당 108.85달러까지 올라갔다. 지난 주 이후 미국과 이란간의 군사 충돌이 격화되면서 브렌트유는 약 9% 급등했다.

CNBC에 따르면, 지난 주말 이라크에서 발사된 드론이 사우디 아라비아의 동서 송유관을 손상시켜 사우디 정부가 주요 원유 수송로를 폐쇄했다. 사우디는 송유관의 손상 정도나 폐쇄 기간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았다.

리스타드 에너지의 석유 시장 분석가인 자니브 샤는 이 날 보고서에서 ″상대적으로 제한적인 가격 반응은 시장이 여전히 사우디아라비아의 재고가 단기적으로 수출을 완충해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음을 시사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공급 차질이 5~7일치의 재고 완충 효과를 넘어 장기화될 경우 상황은 빠르게 변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리포우 오일 어소시에이츠의 앤디 리포우 대표는 “펌프장이 심각한 손상을 입은 것으로 보인다”며 “수리에 몇 달이 걸릴 것”이라고 밝혔다. 리포우는 그러나 “사우디가 생산량은 줄이겠지만 펌프를 우회해 송유관을 재가동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것이 유가가 더 급등하지 않은 이유라고 덧붙였다.

이란과 걸프 아랍 국가들이 호르무즈 해협 사태를 논의하기 위해 개최할 예정이었던 외교 회담이 이 날 오만에서 열릴 예정이었으나, 송유관 공격 이후 갑작스럽게 연기되었다.

오만의 바드르 알부사이디 외무장관은 13일 소셜 미디어 게시물을 통해 “합의를 도출하기 위해 내일 살랄라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지역 회의를 연기했다”고 밝혔다.

영국 해상무역운영센터에 따르면, 호르무즈 해역의 안보 상황은 여전히 불안정하며, 13일 또 다른 유조선이 공격을 받아 선박에 심각한 화재가 발생했다

하루 700만 배럴을 수송할 수 있는 사우디아라비아의 송유관은 이란 전쟁으로 촉발된 심각한 석유 공급 차질을 완화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해왔다. 이 송유관은 왕국을 동쪽에서 서쪽으로 가로지르며 페르시아만 인근의 석유 생산 지역과 홍해 연안의 수출 터미널을 연결한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이란과 미국이 호르무즈 해협의 통제권을 놓고 다투는 상황에서 원유 수출을 걸프 지역에서 다른 곳으로 돌리기 위해 이 송유관에 의존해 왔다. 사우디 아람코의 CEO인 아민 나세르는 8월 실적 발표에서 이 송유관이 미국 주도의 대규모 전략 비축유 방출보다 석유 시장 안정화에 더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밝혔다.

리스타드의 샤는 사우디아라비아 홍해 연안 얀부항에서 수출용으로 선적된 원유는 지난 7일간 하루 평균 260만 배럴이었다고 밝혔다. 그는 송유관이 폐쇄된 상태로 유지되고 항구에 저장된 제한된 원유 재고도 바닥날 경우, 이 물량이 위험에 처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이란과 연계된 무장 단체들이 사우디 아라비아에 대한 공격 수위를 높이고 있다 사우디 국영언론에 따르면, 예멘의 후티 반군은 지난주 초 사우디아라비아 내 에너지 시설과 기타 민간 시설을 공격해 70명 이상이 부상을 입었다 .

후티 반군이 예멘 서부 해안의 항구 도시 모카를 점령한 데 이어 바브엘만데브 해협의 전략적 요충지인 페림섬까지 장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진격으로 후티 반군은 홍해 남부와 세계 시장을 연결하는 바브엘만데브 해협을 통한 석유 흐름을 차단할 수 있는 유리한 입지를 확보하게 된 것으로 보인다.

후티 반군은 지난 7월 사우디아라비아에 대한 해상 봉쇄를 선언했다.

김정아 객원기자 kj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