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금융부자 47만명 시대…글로벌 금융사와 손잡는 국내 증권사
국내 대형 증권사들이 최근 해외 대형 운용사·금융사와 잇따라 손을 잡고 있다. 늘어난 고액자산가에게 다양한 투자처를 보여줘야 하는 데다, 해외 투자 상품을 원하는 일반 투자자도 많아졌기 때문이다.

14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한투는 해외 운용사의 상품을 국내에 파는 수준을 넘어 이들과 손잡고 상품을 공동 개발·공동 발굴하며 협력 범위를 넓히고 있다. 최근에는 피델리티·핌코·칼라일과 나란히 업무협약(MOU)을 맺었다. 영국계 자산운용사 피델리티와는 함께 '한·중·미 테크펀드'를 개발해 선보일 예정이다. 글로벌 채권 운용사인 핌코와는 회사가 보유한 단기 여유자금 운용을 맡기는 동시에 핌코의 시장 전망 콘텐츠를 한투 고객에게 전달한다. 사모펀드(PEF)가 주축인 대체자산 운용사 칼라일과는 2023년부터 대체투자·인수금융에서 협력해왔는데, 이번엔 회사 자금을 직접 맡기는 위탁운용까지 범위를 넓혔다.

한국투자증권은 이들 외에도 골드만삭스, JP모간 등 대형 종합금융사와도 협력 관계를 이어오고 있다. 김성환 한국투자증권 사장이 직접 나서 2024년부터 뉴욕·홍콩 등지에서 'KIS 나잇'이라는 자체 IR행사를 열며 네트워크를 다져온 결과다. 한국투자증권 관계자는 "젊은 직원들을 제휴 운용사에 연수 형태로 파견해 역량을 배워오게 하고 있다"며 "단순 판매 대행이 아니라 자체 역량을 갖추기 위한 파트너십을 구축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회사는 2030년까지 개인고객 운용자산(AUM) 2000억달러, 이 중 글로벌 자산 비중 30%를 달성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韓 금융부자 47만명 시대…글로벌 금융사와 손잡는 국내 증권사
삼성증권은 자산관리(WM) 분야에서 해외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국내 증권업계 전반에서 WM은 최근 가장 빠르게 크는 영역으로 꼽힌다. 거래 한 건당 수수료를 받는 브로커리지 중심 수익구조가 시장 변동성에 취약하다는 인식이 커지면서, 증권사들이 고액자산가를 겨냥한 자산관리를 핵심 시장으로 재정의하는 추세다. 삼성증권은 싱가포르 DBS와 지난 7월 자산관리 분야에서 협력을 맺고, 아시아의 프라이빗 뱅킹 허브로 꼽히는 싱가포르 금융권의 기법과 시스템을 벤치마킹하고 있다.

동시에 해외 거래 자체가 늘면서 이를 뒷받침할 인프라도 보강하고 있다. 최근 미국 수탁은행 BNY와 포괄적 업무협약을 맺고 결제·청산·담보관리 등에서 협력하기로 했다. 지난 5월에는 IBKR과 외국인통합계좌 서비스도 열어, 원래 국내 투자자의 해외주식 매매를 대신 처리해주던 관계에 반대 방향의 서비스를 더했다. 해외 투자자가 한국 주식을 살 때 자기 나라 증권사를 거쳐 거래할 수 있게 한 것이다.

KB증권은 늘어난 자산가층에게 공급할 대체투자 상품 확보에 무게를 두고 있다. 세계 최대 사모대출 운용사로 꼽히는 아폴로글로벌매니지먼트와의 협력이 대표적이다. 2022년부터 아폴로 캐피탈 솔루션(ACS) 팀과 해외 인수금융 딜을 함께 봐온 KB증권은 지난해 10월 이 관계를 사모대출 전반으로 넓혔다. 좋은 해외 대출 딜을 찾는 단계부터 실제 자금을 모아 빌려주는 단계까지, 딜의 전 과정에서 아폴로와 손발을 맞추기로 했다.

이런 흐름은 결국 빠르게 늘어난 국내 우량 투자자들을 잡기 위한 경쟁의 일환이다.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의 '2025 한국 부자 보고서'에 따르면 금융자산 10억원 이상을 보유한 한국 부자는 2011년 13만명에서 2025년 47만6000명으로, 15년 새 매년 평균 9.7%씩 늘었다. 한동안 부동산에 쏠렸던 이들은 최근 국내외 금융투자로 무게중심을 옮기는 추세다. 여기에 서학개미로 대표되는 개인 투자자의 해외 주식·채권 투자까지 대중화되면서, 국경을 넘는 투자 자체가 보편화됐다. 이정환 한양대 경제금융학과 교수는 "투자 자산이 계속 다변화되고 글로벌 상품이 네트워크를 통해 거래되는 경우가 많아지는 만큼, 해외 파트너사와의 협력 및 할당량 확보는 필수적인 방향"이라고 평가했다.

최다은 기자 max@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