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투안 배달 기사
메이투안 배달 기사
2030세대 사이에서 상하이와 충칭 같은 중국 대도시 여행이 인기입니다. 최근 중국을 다녀온 분이라면 노란 헬멧과 점퍼를 입고 거리를 오가는 메이투안 배달기사를 한 번쯤은 봤을 겁니다. 호텔 로비와 아파트 입구, 식당 앞을 쉴 새 없이 오가는 이들은 중국 도시의 일상적인 풍경이 됐습니다. 그런데 이 익숙한 노란색 유니폼 뒤에서는 지난 1년간 30조원이 넘는 보조금 전쟁이 벌어졌습니다.

쿠폰 줄여 흑자 전환한 메이투안

14일 중국 최대 음식배달 서비스 플랫폼 메이투안과 로이터 등에 따르면 메이투안의 지난 2분기 매출은 1046억위안(약 20조9000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14.4% 증가했습니다. 순이익은 21억5500만위안(약 4300억원)을 기록했습니다. 1분기 68억2000만위안의 순손실을 냈던 것을 고려하면 석 달 만에 손익이 약 90억위안, 원화로 1조8000억원가량 개선된 것입니다. 세 분기 연속 이어진 적자 행진도 끝났습니다.

중국 배달시장의 보조금 경쟁이 잦아들었기 때문입니다. 로이터는 지난 1년간의 상황을 '상처투성이의 보조금 경쟁'이라고 표현했습니다. 중국 규제 당국이 배달 플랫폼들의 출혈경쟁을 '바닥을 향한 경쟁'이라고 잇달아 비판하면서 올 들어 할인과 쿠폰 살포가 줄었습니다. 세 회사가 스스로 멈추지 못한 전쟁을 규제 당국이 멈춰 세운 셈입니다.

경쟁은 지난해 2월 중국 전자상거래 기업 징둥닷컴이 음식배달 시장에 뛰어들면서 시작됐습니다. 두 달 뒤에는 알리바바가 타오바오를 앞세워 참전했습니다. 메이투안이 시장을 지키기 위해 맞불 쿠폰을 뿌리면서 세 회사의 주문량은 치솟고 이익은 급감했습니다.
징둥닷컴 베이징 본사.
징둥닷컴 베이징 본사.
중국 테크매체 36Kr은 지난해 2분기부터 올 1분기까지 메이투안과 알리바바, 징둥닷컴이 음식배달과 즉시배송 사업에 투입한 보조금이 최소 1500억위안에 달한다고 추산했습니다. 현재 환율로 30조원이 넘습니다. 하루 8000만~9000만 건이던 중국의 음식배달 주문은 경쟁이 가장 치열했을 때 2억 건을 넘어섰습니다.

하지만 실적엔 승자가 없었습니다. 메이투안은 지난해 3분기 160억위안의 조정 순손실을 내며 2022년 이후 처음으로 분기 적자를 기록했습니다. 전년 동기에는 128억위안의 이익을 냈던 회사가 1년 만에 288억위안의 손익 변화를 겪었습니다. 무료배달이 수요를 늘릴 수는 있어도 수익성 있는 수요까지 만들어주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보여준 셈입니다.

목표는 ‘한 끼’가 아니었다

알리바바와 징둥닷컴은 왜 이처럼 많은 돈을 음식배달에 쏟아부었을까요. 이들의 진짜 목표는 점심 한 끼가 아니라 소비자의 하루 전체였습니다. 음식과 커피는 스마트폰으로 가장 자주 주문하는 상품입니다. 일주일에 여러 번 음식배달 앱을 열게 만들면 그 화면에서 생필품과 신선식품, 의약품, 화장품, 전자제품까지 팔 수 있습니다. 주문한 물건을 한 시간 안에 가져다주는 퀵커머스의 출발점으로 음식배달을 선택한 것입니다.

알리바바 중국전자상거래사업그룹을 이끄는 장판은 즉시배송 사업이 신규 고객 확보와 이용 빈도, 거래액, 수익화 능력을 함께 높이고 물류망 확장에도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습니다. 음식배달에서 손해를 보더라도 타오바오 쇼핑이 늘어난다면 그룹 전체로는 남는 장사가 될 수 있다는 계산입니다.

메이투안에는 까다로운 경쟁 구도입니다. 메이투안은 음식배달과 지역생활 서비스에서 이익을 내야 하지만 알리바바와 징둥닷컴은 배달사업의 손익만 볼 필요가 없습니다. 자기 핵심 시장에서 반드시 돈을 벌어야 하는 회사가, 그 시장에서 당장 돈을 벌 생각이 없는 경쟁자와 싸우는 상황입니다.

메이투안도 대응하고 있습니다. 올 2분기 음식배달과 호텔·여행, 매장 서비스 등을 포함한 핵심 지역상권 사업 매출은 715억위안으로 10.1% 증가했습니다. 신선식품과 자체 상품, 해외 배달 등을 포함한 신규 사업 매출도 25% 늘었습니다.
"30조원 쏟고도 남는 장사?"…中 기업들 '쩐의 전쟁' 벌인 이유 [고은이의 산업 레이더]
배달전쟁의 무대가 쿠폰 화면에서 물류망으로 옮겨가고 있는 것입니다. 누가 더 큰 할인쿠폰을 주느냐보다 누가 도심 곳곳에 상품을 가까이 보관하고 더 낮은 비용으로 배달할 수 있느냐가 중요해졌습니다.

중국 소비자는 지난해 배달전쟁을 거치며 음식뿐 아니라 꽃과 의약품, 휴대전화까지 한 시간 안에 받는 경험에 익숙해졌습니다. 플랫폼들이 보조금을 줄인다고 해서 이 기대 수준까지 되돌리기는 어렵습니다. 메이투안의 흑자 전환은 전쟁이 끝났다는 선언이라기보다 1라운드인 쿠폰 전쟁이 휴전에 들어갔다는 신호에 가깝습니다. 2라운드의 목표는 소비자의 ‘한 시간 장바구니’를 차지하는 것입니다.

고은이 기자 kok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