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가 정년퇴직자를 촉탁직으로 다시 고용한 관행이 있다면 명시적인 재고용 의무가 없더라도 근로자에게 ‘재고용 기대권’이 인정될 수 있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13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엄상필 대법관)는 나주교통이 중앙노동위원회를 상대로 낸 부당해고 구제 재심판정 취소 소송에서 회사 측 손을 들어준 원심을 깨고 사건을 대전고법으로 돌려보냈다.

나주교통 취업규칙은 정년을 61세로 정하면서 ‘업무상 특별히 필요하다고 인정된 자는 퇴직 후 촉탁계약직으로 고용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2022년 2월 정년에 도달한 버스기사 2명은 촉탁직 재고용을 요청했지만 회사가 별다른 답변 없이 근로관계를 종료하자 노동위에 구제를 신청했다. 전남지방노동위와 중앙노동위가 이들의 손을 들어주자 회사는 중앙노동위의 재심 판정을 취소해달라며 행정소송을 냈다. 2021~2022년 정년퇴직한 버스기사 38명 가운데 18명은 촉탁직으로 재고용됐다.

1심과 2심의 판단은 엇갈렸다. 1심은 취업규칙과 기존 재고용 관행 등을 근거로 기사들의 재고용 기대권을 인정했다. 반면 2심은 취업규칙이 회사에 재고용 의무를 부과하지 않았다는 점 등을 들어 기대권을 인정하지 않았다.

대법원은 이를 다시 뒤집었다. 명시적인 재고용 의무가 없더라도 일정 요건을 갖추면 다시 고용될 수 있다는 신뢰관계가 형성됐다면 근로자에게 재고용 기대권이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김유진 기자 magiclam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