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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00억원 요구한 中투자자에 정부 ISDS 최종 승소
"위법 투자는 보호 못해"
中투자자 취소 신청 전부 기각
배상책임 '0원' 확정
中법원서 89억 집행 절차도
中투자자 취소 신청 전부 기각
배상책임 '0원' 확정
中법원서 89억 집행 절차도
13일 법무부에 따르면 세계은행 산하 국제투자분쟁해결센터(ICSID) 취소위원회는 지난 12일 오전 5시25분께 중국 국적 투자자 민모씨가 제기한 중재판정 취소 신청을 전부 기각했다. 이에 따라 민씨의 청구를 전부 기각한 2024년 5월 원 중재판정이 그대로 유지됐다.
취소위원회는 민씨에게 정부가 취소 절차에서 지출한 소송비용 약 15억1283만원과 이에 대한 이자를 지급하라고 명령했다. 중재인 수수료와 ICSID 행정비용 등 취소 절차에 들어간 중재비용 42만6751달러(한화 약 5억7300만원)도 민씨가 전액 부담하도록 했다.
민씨는 2007년 10월 중국 베이징 소재 화푸빌딩 매입·개발사업을 위해 국내에 파이코리아를 설립한 뒤, 국내 금융기관이 주선·지급보증한 PF 대출로 약 3800억원을 조달했다.
이후 파이코리아가 대출금을 갚지 못하자 대출채권을 인수한 은행은 담보로 잡은 회사 주식을 처분했다. 민씨는 이에 반발해 민사소송을 제기했지만 2017년 7월 대법원에서 최종 패소했다.
별도로 진행된 형사재판에서는 대출 과정에서 은행 임직원에게 금품과 이익을 약속하거나 제공한 사실 등이 인정돼 2017년 3월 유죄 판결이 확정됐다.
민씨는 은행의 담보권 실행과 한국의 민·형사 사법절차 등이 한·중 투자협정을 위반했다며 2020년 ISDS를 제기했다. 최초 청구 규모는 약 2조원에 달했다. 이후 최종 서면 단계에서는 파이코리아 주식의 원상회복 또는 최소 2641억원의 금전 배상 등을 요구했다.
“불법 대출 위한 투자…협정 보호 대상 아니다”
원 중재판정부는 2024년 5월 정부의 손을 들어줬다. 파이코리아 설립과 주식 취득이 금융기관 임직원에게 금품 등을 제공해 PF 대출을 조달하려는 불법적인 계획의 일부라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민씨의 투자는 한·중 투자협정이 보호하는 적법한 투자에 해당하지 않아 중재판정부에 관할권이 없다며 청구를 전부 기각했다.민씨는 같은 해 9월 판정부가 한·중 투자협정과 한국 법률을 잘못 해석했고 충분한 변론 기회를 보장하지 않았으며 판정 이유에도 누락과 모순이 있다며 판정 전부의 취소를 신청했다.
취소위원회는 이 같은 주장을 모두 받아들이지 않았다. 원 판정부의 한·중 투자협정상 적법성 요건에 대한 해석이 협정 문언에 근거한 합리적인 해석이라고 판단했다. 원 판정부가 수사기록 등 관련 증거의 신빙성과 관련성을 검토했고 민씨에게도 충분한 변론 기회를 줬다고 봤다. 판정의 논리와 이유 역시 충분히 제시됐다고 판단했다.
ICSID의 판정 취소 절차는 사실관계와 법률 판단을 처음부터 다시 따지는 항소심과 다르다. 판정부의 명백한 권한 일탈이나 근본적인 절차 규칙의 중대한 위반, 판정 이유의 불비 등 제한적인 사유가 있을 때만 판정을 취소할 수 있다.
취소 신청이 전부 기각되면서 원 판정도 확정됐다. 취소된 부분이 없어 민씨가 같은 사건을 다시 2차 중재에 부치는 것도 불가능하다는 게 법무부 설명이다.
소송비 100억원대 환수도 추진
정부는 민씨를 상대로 소송비용 환수 절차에도 나서고 있다. 원 중재판정부는 2024년 정부가 지출한 소송비용 약 89억원과 이자를 민씨가 부담하도록 했다. 민씨가 이를 지급하지 않으면서 정부는 현재 중국 법원에서 중재판정 승인·집행 절차를 밟고 있다.법무부 관계자는 "ICSID 판정 자체에 집행력이 있더라도 실제로 중국 내 재산을 대상으로 집행하려면 현지 법원에서 중재판정의 승인·집행 절차를 거쳐야 한다"며 "현재 관련 절차가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취소 절차에서 인정된 15억원 상당의 소송비용과 이자 역시 자진 지급되지 않을 경우 집행 절차를 통해 환수할 방침이다.
법무부는 이번 결정이 국내법을 위반해 이뤄진 투자는 ISDS를 통한 보호를 받을 수 없다는 원칙을 재확인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특히 국내 법원에서 이미 확정된 민·형사 사법절차를 투자협정 위반으로 문제 삼아 ISDS를 통해 뒤집으려는 시도를 막아냈다는 설명이다.
강준하 법무부 국제법무국장은 "이번 결정으로 국내법상 위법한 투자는 ISDS에서 보호받지 못한다는 원칙이 다시 확인됐다"며 "소송비용을 철저히 집행해 환수하고 청구인 측과 협의해 취소결정문 등 관련 정보도 최대한 공개하겠다"고 말했다.
김유진 기자 magiclam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