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수 부족에 시달리는 지방자치단체들이 정부가 내년에 ‘162조원+α’ 규모로 조성하는 미래대응기금에 잇따라 손을 벌리고 있다. 기금의 여윳돈을 자기 지역으로 더 내려보내달라는 요구가 빗발치고 있다. 당초 재정 안정화가 목적이던 기금의 성격이 지출 중심으로 바뀌면서 이미 예견된 일이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자체 “복지 지출 급증…미래기금 달라”

미래기금 탓에 교부세 줄어든 지자체…"재정 악화, 우리몫 더 달라"
11일 관련 부처에 따르면 경기도는 지난달 열린 중앙지방협력회의에서 미래대응기금 재원 일부를 경기도에 지원해 달라고 공식 요청했다. 경기도는 세수 의존도가 높은 취득세 세수는 감소하고 기초연금, 장기요양급여 등 복지 지출은 늘어나면서 재정이 급속도로 악화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지방교부세로 내려보낼 돈의 일부를 미래대응기금에 먼저 적립하기로 하자 기금 재원을 경기도를 돕는 데 쓰라고 요구하고 나선 것이다. 현행 지방교부세법은 내국세의 19.24%를 지방에 자동으로 나눠주도록 규정하고 있다. 정부는 법을 개정해 산정 기준을 ‘미래대응기금 적립액을 제외한 내국세의 19.24%’로 바꿀 방침이다. 이 여파로 내년 지방교부세 규모(77조1899억원)는 기존 산식을 적용했을 때보다 30조5000억원 줄었다.

정부는 이 30조5000억원을 미래대응기금에 적립하되, 15조3000억원 규모의 지방계정을 통해 중앙정부가 정한 사업지출계획에 따라 다시 지방에 투자한다는 방침이다.

지자체들은 중앙정부가 지방정부의 예산 편성권을 빼앗아 간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이철우 경북지사는 “광역지자체 중 가장 많은 수준인 4조5000억원의 교부세가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며 “지방정부 예산을 중앙정부가 집행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추경호 대구시장은 “지방교부세 감소는 비수도권 지역 현안 사업 축소와 필수 행정서비스의 질 저하, 지방채 추가 발행 등으로 이어질 우려가 크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지방정부의 목소리를 충분히 수렴해 상생할 수 있는 운용 방안을 재검토할 것을 촉구한다”고 했다.

재정자립도가 낮아 교부세 의존도가 높은 지자체일수록 ‘기금 요청’ 목소리는 커질 것으로 보인다. 올해 전국 지자체들의 평균 재정자립도는 42.37%다. 대구는 이에 못 미치는 38.55%, 경북은 23.54%에 불과하다.

◇적금이면서 입출금 통장인 미래기금

논란이 확산하자 박홍근 기획예산처 장관은 지난 10일 기자간담회에서 “(지방교부세) 모수를 변경하더라도 추가세수로 2028년부터 매우 높은 지방교부세가 교부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박 장관은 “지방교부세는 당연히 지방정부 의견을 들어야 하지만, 국가적·사회적 공론과 합의가 필요하다”며 “국민 입장에서는 ‘갑자기 세입이 좋을 때 어떻게 지방으로 한꺼번에 많이 주냐, 이를 적립했다가 나중에 지방정부가 제대로 쓰게끔 주자’고 얘기하는 게 합리적 목소리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정부 안팎에서는 미래대응기금의 기능을 재정 안정화 장치에서 일반회계 사업 지출까지 넓히면서 잡음이 생기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래대응기금의 원래 이름은 ‘재정안정화기금’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경기 침체 시 재정 여력을 보강하는 변동성 완화에 초점을 맞춘 기금이었지만, 일각에서 지출용 사업계정을 넣어야 한다고 강하게 주장해 미래대응기금으로 성격이 바뀌었다. 정치권 관계자는 “적금 통장이면서 동시에 입출금 통장 역할까지 하는 이상한 구조”라고 말했다.

◇“일반회계 사업 왜 기금으로?”

이런 지적은 이날 한국개발연구원(KDI)이 공동 개최한 ‘2027년 예산안 및 미래대응기금 토론회’에서도 이어졌다. 기존 사업을 기금으로 옮겨 담는 것은 비효율적이며, 기금 사업의 경우 국회 통제가 느슨하다는 지적이 주를 이뤘다.

이상민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일반회계로 추진하던 사업을 미래대응기금으로 이전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며 “기존 일반회계 사업은 기존 체계에서 수행하는 것이 효율적”이라고 말했다. 우석진 명지대 경상통계학과 교수도 “청년, 미래성장동력 등 일반회계 예산 사업으로 진행한 사업 상당수가 기금 사업으로 편입됐다”고 지적했다.

우 교수는 “기금의 30% 범위에서 (지출을) 재량껏 늘릴 수 있다”며 “이에 대한 통제 장치 및 국회 보고 의무를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태석 KDI 재정·사회정책연구부장도 “기금의 중대한 목적 변경은 국회 승인을 받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남정민/김익환 기자 peux@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