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이 2005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을 결심하면서 한 말이다. 참모들은 정치적 득실을 따지며 격렬하게 반대했다. 협상을 연기하고 차후를 모색하자는 제안도 나왔다. 이때 노 전 대통령은 끊임없이 도전해온 우리 역사를 되짚었다. 그러면서 “거역할 수 없는 시대의 대세라고 생각하자”고 매듭을 지었다. 최근 출간된 <노무현 평전>에 담긴 내용이다.
노 전 대통령의 사후 그를 다룬 책과 영화, 다큐멘터리는 400여 편에 이른다. 회고록과 증언집, 정치적 평가와 연구서가 쌓였다. 그런데도 노무현재단이 기획해 그의 생애 전체를 복원한 공식 평전은 이번이 처음이다. 정치인과 인간 노무현에 관한 수많은 기록 가운데 단연 ‘정본(正本)’이라고 부를 만하다.
이 책을 특별하게 하는 또 하나의 이유는 저자 윤태영이다. 그는 노 전 대통령이 ‘청문회 스타’로 떠오른 1988년 처음 인연을 맺었다. 대선 캠프를 거쳐 참여정부 청와대에서 연설기획비서관과 대변인, 제1 부속실장을 지냈다. 가장 가까이에서 노 전 대통령의 말과 글을 직접 기록했다. 노무현의 ‘복심’이자 ‘필사’인 그가 10년에 걸쳐 완성한 928쪽짜리 <노무현 평전>이 나올 수 있었던 배경이다.
책은 개인적 기억에만 기대지 않았다. 청와대 시절 기록한 600여 권의 포켓수첩과 1000개의 업무 파일이 자료가 됐다. 이를 통해 사실 관계의 뼈대를 세우고, 신문 기사에서 확인한 뒤, 개인 보관 자료까지 맞춰가며 집필했다. 그는 “10년 동안 노 대통령의 말과 글 속에서 살다 보니 2~3일에 한 번씩 꿈에 나타났다”고 회고했다.
평전이 지금 나온 것도 묘한 시의성을 갖는다. 참여 정부가 정면으로 부딪친 과제들이 20년 가까이 지난 지금 다시 한국 정치의 쟁점으로 돌아와서다. 지방분권과 균형발전, 검찰개혁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이라크 파병과 한·미 FTA도 자유무역 질서와 안보 환경이 요동치는 지금 새로운 의미로 읽힌다.
이 책은 노 전 대통령을 미화하는 추모록도, 참여정부 공과를 재단하는 평론도 아니다. 그가 중요한 갈림길에서 무엇을 고민했고, 왜 그런 선택을 했으며, 어디에서 좌절했는지를 당대의 기록으로 복원한다. 이 책의 가치는 정치인 노무현의 선택을 사실과 맥락 속에 되돌려 놓은 데 있다. ‘노무현의 시대’는 지나갔지만 그가 붙든 질문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노무현 평전>을 지금 펼쳐볼 이유도 여기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