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1일 화이트리에 반포점 오픈런현장. /사진=박상경 기자
지난달 31일 화이트리에 반포점 오픈런현장. /사진=박상경 기자
비가 내리던 지난달 31일 오전 10시3분께. 서울 반포동의 생식빵 전문점 '화이트리에' 앞은 이미 우산을 쓴 사람들로 북적였다. 매장 문을 연 지 3분이 채 지나지 않았지만 손에 쥐어진 대기번호는 18번이었다.

앞서 16번 표를 받은 한 손님은 "최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초코식빵이 맛있다고 난리가 나 아침 일찍 찾아왔다"며 발을 굴렀다. 당초 하루 15개만 생산하던 반포점은 쏟아지는 수요에 생산량을 30개로 늘렸지만, 오전 대기표를 받아 오후에 찾아가야 할 만큼 품귀를 빚고 있었다.
10시 오픈에 맞춰 10시 3분 도착했고, 대기번호 18번을 받았다. /사진=박상경 기자
10시 오픈에 맞춰 10시 3분 도착했고, 대기번호 18번을 받았다. /사진=박상경 기자
SNS를 달군 화제의 신제품 '초코식빵'을 직접 구했다. 정사각형 빵을 들어 올리자 손끝으로 묵직한 무게감이 단번에 전해졌다. 화이트리에 특유의 결을 살린 생식빵 반죽 사이로 1908년부터 역사를 이어온 스위스 명품 '펠클린(Felchlin)' 초콜릿이 빈틈없이 들어찼다.

빵을 반으로 갈라 단면을 뜯어보자마자 묵직한 무게감의 이유를 알 수 있었다. 페이스트리는 아니지만 결 사이사이에 넉넉하게 녹아든 초콜릿이 촘촘하게 층을 이루고 있었다. 겉으로만 흉내 낸 수준이 아니라 빵을 뜯는 족족 초콜릿이 묻어날 만큼 충실한 함량이다.

가장 돋보이는 대목은 '절제된 단맛'이다. 일반 양산형 베이커리의 초코식빵이 혀끝을 자극하는 단순한 단맛 100%에 머문다면, 이 제품은 다크 초콜릿과 밀크 초콜릿의 경계에서 고급스러운 쌉쌀함을 살렸다. 카카오 본연의 깊은 풍미 덕분에 단맛에 거부감이 있는 어른들의 입맛에도 물리지 않고 즐길 만한 밸런스를 갖췄다. 기존 생식빵의 촉촉하고 쫄깃한 식감도 초콜릿의 무게에 짓눌리지 않고 끝까지 살아있다.

다만 9000원이라는 높은 가격대와 한정 수량을 고려할 때, 일부 SNS 후기에서 제기되는 '제품별 초콜릿 함량 편차'를 줄이고 균일성을 유지하는 것은 과제로 꼽힌다.
화이트리에 초코식빵. /사진=박상경 기자
화이트리에 초코식빵. /사진=박상경 기자
초콜릿의 진한 맛과 생식빵의 결을 동시에 구현해 낸 것은 정교한 배합 덕분이다. 김지현 화이트리에 대표는 "초콜릿의 강한 맛이 생식빵 본연의 풍미를 해치지 않도록 덜어낼 수 있는 재료의 비율을 최소화했다"며 "초코식빵의 빵 부분만 먹었을 때도 기존 화이트리에 생식빵의 쫄깃한 식감과 풍미가 그대로 살아나도록 반죽 내부에 직접 초콜릿을 넣어 개발했다"고 설명했다.

수량 제한을 두는 이유도 빵의 퀄리티와 맞닿아 있다. 김 대표는 "모든 매장에서 현장 직접 생산을 고수하고 있다"며 "초코식빵 생산에 치중하다 보면 기존 간판인 생식빵의 생산량과 품질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어, 브랜드 본연의 색을 지키기 위해 일일 한정 수량만 생산하는 원칙을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화이트리에는 '흰 빵(white bread)'과 공방을 뜻하는 '아틀리에(atelier)'를 합쳐 '식빵을 만드는 공방'이라는 뜻을 담고 있다. 2019년 서울 반포동 1호점을 열었을 당시만 해도 단일 식빵 메뉴만 고집하는 방식을 두고 모험적이라는 시선이 적지 않았다. 그러나 7년째 생식빵 단일 카테고리를 고수하고 있다.
식빵 사이사이 초콜릿이 묻어날 만큼 초콜릿 양을 아끼지 않았다. /사진=박상경 기자
식빵 사이사이 초콜릿이 묻어날 만큼 초콜릿 양을 아끼지 않았다. /사진=박상경 기자
재료 선정 단계부터 차별화를 꾀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껍질을 벗겨내 소화 부담을 낮추고 수분 유지력이 좋은 캐나다산 1CW 밀가루를 주원료로 택했다. 여기에 프랑스산 발효버터와 국산 죽염을 더했다.

특히 계란과 보존료를 배제한 점을 내세운다. 김 대표는 "계란을 넣으면 농후한 맛을 낼 수 있지만 알레르기가 있는 소비자도 편하게 먹을 수 있도록 덜어냈다"며 "보존료가 없어 상온에서 사흘만 지나도 곰팡이가 피지만, 신선하고 건강한 빵이라는 인식을 심어주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화이트리에는 현재 전국에서 115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대형 상권이나 중심가 대신 아파트 단지와 주택가 등 주거 밀집 지역 위주로 점포를 냈다. 특별한 날에만 찾는 디저트가 아니라, 출퇴근길이나 산책길에 들르는 일상적인 소비재로 자리 잡겠다는 전략이다. 가맹 사업 역시 매장 수를 무한정 늘리기보다 현장 제조 품질을 관리하기 위해 공식 가맹점 모집을 100개 점에서 중단했다.

김 대표는 "유사한 제품을 흉내 낼 수는 있어도 만드는 데 들어가는 시간과 정성은 쉽게 따라올 수 없다"며 "단순히 매장을 늘리기보다 품질 경쟁력을 지키고, 생식빵을 중심으로 다양한 시도를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박상경 한경닷컴 기자 highseo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