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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년만에 리뉴얼한 '더그랜드롯데 서울', 객실을 147개나 없애버린 이유
새 단장한 롯데호텔의 비밀
객실 737실→590실
가족형 객실 중점 변화
업무용 책상도 사라져
'숙박' 넘어 체류 경험 승부
객실 737실→590실
가족형 객실 중점 변화
업무용 책상도 사라져
'숙박' 넘어 체류 경험 승부
시선을 돌리자 네이비와 라이트블루 색깔로 꾸며진 꽃 장식이 눈에 들어왔다. 더그랜드롯데 서울이 새롭게 정한 브랜드 컬러다. 벽면에는 최명영 작가의 작품이 걸려 있었다. 50년 넘게 작품 활동을 이어온 한국 단색화의 주요 작가다. 1979년 문을 연 뒤 47년 동안 서울 도심을 지켜온 호텔이지만 로비의 첫인상은 이전의 롯데호텔 서울과는 사뭇 달랐다.
'더그랜드롯데 서울'로 재탄생
이 호텔은 지난해 5월부터 메인타워 7~21층을 리뉴얼해 개별 객실 공간을 넓혔다. 이날 엘리베이터를 타고 새롭게 단장한 객실층으로 올라갔다. 문이 열리자 과거 짙은 우드톤으로 꾸며져 다소 무거운 분위기였던 기존의 복도 대신, 밝은 화이트톤 벽과 푹신한 카펫이 눈앞에 펄쳐졌다. 엘리베이터 홀에는 유충목 작가의 작품이 걸려 있었다. 물방울의 형성과 기억의 순환을 한 화면에 담은 작품이다.
20층에 위치한 슈페리얼 스위트 패밀리(57.7㎡) 객실은 침실과 거실이 분리돼 있어 개방감이 돋보였다. 거실에는 가족이 둘러앉을 수 있는 테이블과 소파를 배치했고, 침실과 공간을 분리해 여러 명이 머물러도 답답하지 않도록 설계했다. 객실 수를 줄이는 대신, 객실 하나 당 더 많은 공간을 확보하도록 한 이번 리뉴얼의 방향성을 가장 선명하게 느낄 수 있는 곳이다.
객실 수 줄이고 공간 넓혀
서울 한복판에 세워진 호텔이 어떻게 객실 당 공간을 단번에 늘릴 수 있었을까. 더그랜드롯데 서울은 이번 리뉴얼 과정에서 객실 수를 과감하게 포기했다. 메인타워 객실 737실을 590실로 줄였다. 한 번에 147개, 약 20%에 해당하는 객실을 없앤 것이다. 리모델링을 하지 않은 이그제큐티브 타워를 포함하면 이 호텔의 전체 객실 수는 1015실에서 868실로 감소했다.
투숙객의 취향을 반영한 서비스도 눈에 띄었다. 객실에는 기본 베개가 놓여 있지만 요청하면 취향에 맞는 베개로 교체할 수 있다. 하우스키핑을 통해 무료로 제공되는 서비스다. 넓어진 욕조와 세면 공간, 테이블처럼 따로 떼어놓고 보면 작은 변화지만 객실에서 보내는 시간을 늘리기 위한 장치가 된다.
피부과 등 7~9층 웰니스 시설
변화는 객실에 그치지 않는다. 메인타워 7~9층은 객실 대신 임대 공간으로 바뀐다. 피부과, 스파 등 의료·웰니스 관련 시설이 들어설 예정이다. 외국인 관광객이 호텔에서 잠만 자는 것이 아니라 미용과 의료, 웰니스 서비스를 함께 이용하도록 하기 위해서다.한국적 요소는 객실 밖에서도 돋보인다. 로비 직원들이 입은 새 유니폼은 목 부분과 옷깃의 선이 일반적인 호텔 유니폼과 다르다. 한복을 비롯한 한국 전통복식의 ‘동정’과 ‘깃’에서 모티브를 따왔다. 로비의 향부터 꽃 장식, 복도와 객실의 색상, 직원 유니폼까지 하나의 브랜드 경험으로 묶은 셈이다.
호텔을 둘러보고 다시 1층 로비로 내려오자 처음 맡은 달콤한 시그니처 향이 다시 느껴졌다. 객실 하나를 더 만들어 한 명이라도 더 재우는 대신 한 명의 투숙객이 호텔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떠날 때까지 무엇을 보고, 맡고, 경험할지를 설계한 것이다. 47년 된 서울 도심 호텔의 변신은 ‘얼마나 많은 사람을 재울 것인가’에서 ‘한 명에게 얼마나 높은 가치를 제공할 것인가’로 향하고 있었다.
류은혁 기자 ehry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