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핵추진잠수함 도입을 위해 국제원자력기구(IAEA)와 핵 비확산 절차를 밟기 시작했다. 그러나 정작 핵연료 확보와 군사적 원자력 협력 등을 다룰 대미 협상은 석 달째 답보 상태다.

라파엘 그로시 IAEA 사무총장은 7일(현지시간) 한국이 포괄적 안전조치협정(CSA) 제14조에 따른 별도 약정을 논의하겠다는 의향을 IAEA 사무국에 공식 통보했다고 밝혔다. 한국은 관련 신고자료를 제출하고 핵확산금지조약(NPT)과 CSA, 추가의정서상 비확산 의무를 준수하겠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CSA 14조는 핵무기 비보유국이 핵물질을 핵무기가 아니라 군사적 목적으로 사용할 때 적용되는 예외 규정이다. 대표적 사례가 핵추진잠수함이다. 잠수함 원자로에 핵연료가 들어가면 통상적인 IAEA 안전조치를 그대로 적용하기 어려운 만큼 핵물질이 핵무기로 전용되지 않았다는 점을 확인할 별도의 신고·검증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한국은 올초부터 이 문제를 IAEA와 조율해 왔다. 조현 외교부 장관은 지난 3월 그로시 사무총장과 통화하며 핵잠 도입 과정에서 IAEA와 투명하게 소통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로시 사무총장은 4월 방한해 조 장관과 만났고, 6월 기자회견에서 한국의 핵잠 도입과 CSA 14조 적용 문제를 논의했다고 공개했다.

IAEA는 핵잠 도입을 승인하거나 핵연료를 제공하는 기관은 아니다. IAEA의 역할은 한국이 확보한 핵물질이 핵무기로 전용되지 않도록 검증 체계를 마련하는 데 있다. 잠수함에 사용할 핵연료를 어떤 방식으로 확보할지, 미국과 어떤 법적·기술적 협력 틀을 세울지는 별도의 한·미 협상을 통해 풀어야 한다.

문제는 핵잠 관련 대미 협상이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한·미는 6월 서울에서 첫 범정부 안보협의를 열고 핵잠 도입과 우라늄 농축, 사용후 핵연료 재처리 문제를 논의했다. 당시 양측은 7월 워싱턴에서 2차 회의를 여는 방안을 추진했지만 현재까지 후속 협의 일정조차 잡지 못하고 있다. 외교부 당국자는 8일 ‘미국과의 협의에도 진전이 있느냐’는 질문에 “IAEA와의 협의와 미국과의 협의는 별개”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2030년대 중반 핵잠 1번함을 진수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한 전직 외교관은 “IAEA는 비확산 문제를 처리하기 위한 부수적인 절차”라며 “미국과의 논의가 아무것도 진전되지 않은 상황에서 IAEA와 협의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느냐”고 지적했다.

김다빈/강현우 기자 davinc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