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한국형 핵추진잠수함 도입에 필요한 절차를 대폭 간소화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연내 법적 기반을 마련해 2030년대 중반 선도함을 진수하고 8000t급 핵잠 세 척을 순차적으로 확보한다는 구상이다.

국방부는 29일 ‘핵추진잠수함 획득·운영 및 안전 관리 등에 관한 특별법’ 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핵잠은 무기체계와 원자력 기술이 결합하는 국내 첫 사례인 만큼 방위사업과 원자력 안전 관련 법률을 아우르는 별도 법체계가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핵잠 특별법 연내 제정…8000t급 세 척 건조할 듯
제정안은 핵잠 사업을 신속하게 추진할 수 있도록 각종 특례를 뒀다. 대형 무기체계 사업 착수 전에 거쳐야 하는 사업타당성 조사 대상에서 제외할 수 있도록 하고, 연구개발과 시험평가 기간을 단축할 수 있게 했다. 방위사업 계약 과정에서는 일반 무기체계와 다른 원가 산정 기준을 적용할 수 있다. 2030년대 중반으로 잡은 선도함 진수 일정을 맞추기 위해 사실상 ‘패스트트랙’을 마련한 것이다.

국무총리가 위원장인 핵추진잠수함전략위원회를 설치해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는다. 전략위는 핵잠 관련 시설이 들어설 지역과 재원 조달 등 주요 사안을 심의한다. 국방부 장관은 핵잠 획득과 운영, 안전 관리 방안을 담은 기본계획을 10년마다 수립해야 한다.

핵잠 개발이 핵무장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국제사회 우려를 차단하기 위한 조항도 담겼다.

법안은 핵무기 개발·제조·보유·사용을 목적으로 하지 않고, 핵물질을 전용하거나 국제 비확산 체계의 신뢰를 훼손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명시했다. 핵확산금지조약(NPT)을 준수하고 국제원자력기구(IAEA) 등의 확인 절차에 협조한다는 내용 또한 포함했다.

정부는 ‘장보고 N사업’이라는 이름으로 20% 미만의 저농축 우라늄을 사용하는 한국형 핵잠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구체적 제원과 건조 규모는 공개하지 않았지만 군당국은 약 8000t급 핵잠 세 척을 확보하는 방안을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2030년대 중반 선도함을 진수하고 2030년대 후반부터 전력화한다는 목표다.

국방부는 9월 7일까지 의견을 수렴한 뒤 법안을 국회에 제출해 연내 제정할 계획이다. 다만 특별법이 마련되더라도 핵잠에 사용할 핵연료를 확보하고 국제 비확산 기준을 충족하기 위한 대외 협의가 남아 있다. 미국산 핵연료, 미국 기술을 활용할 경우 공급 및 사용 조건을 미국과 별도로 협의해야 한다. IAEA와도 핵잠에 투입되는 핵물질에 안전 조치를 적용하지 않는 기간과 조건 등을 협의해야 한다.

김다빈 기자 davinc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