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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진호 감독, '암살자(들)'로 던진 시대의 질문 [무비라운드업]
영화 '서울의 봄', '내부자들'을 기획·제작한 하이브미디어코프와 '덕혜옹주', '천문: 하늘에 묻는다'의 허진호 감독이 손을 잡은 영화 '암살자(들)'이 8일 서울 강남구 메가박스 코엑스에서 언론시사회 및 기자간담회를 열고 베일을 벗었다. 허 감독은 흥행작 '서울의 봄'과 비교하는 시선에 감사 인사를 전하며 작품에 임한 솔직한 연출 의도를 이같이 밝혔다. 이날 현장에는 허진호 감독을 비롯해 배우 유해진, 박해일, 이민호가 참석해 다채로운 비화와 소회를 밝혔다.
'암살자(들)'은 1974년 8월 15일, 제29회 광복절 경축식 현장에서 벌어진 영부인 저격 사건의 의혹과 배후를 추적하는 이야기다. 생중계 현장에서 전 국민이 지켜보는 가운데 6발의 총성이 울리고 영부인이 저격당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한다. 용의자가 체포되면서 사건은 국가적 비극으로 서둘러 종결되지만, 현장을 지키던 중부서 경감 철구(유해진 분)와 동성일보 사회부 부장 재환(박해일 분), 신입 기자 영일(이민호 분)이 수사 발표와 실제 정황 사이에서 지워지지 않는 의문을 품으며 침묵의 시대에 맞선 뜨거운 추적을 시작한다.
이어 "'왕사남' 덕분에 너무 많은 분이 사랑해 주셔서 올 한 해는 제게 너무나 특별하다"면서도 "영화는 개봉 시점이 되면 극장에서 하나의 독립된 생명체로 살아간다고 생각한다. '암살자(들)' 역시 '왕사남'처럼 모진 세상에 나와 건강하게 제 역할을 다하길 바란다"고 남다른 애정을 표시했다.
허진호 감독은 이번 작품이 단순한 진상 규명에 목적을 두지 않았음을 명확히 했다. 허 감독은 "'서울의 봄'과 비교해 주셔서 감사하다"면서도 "이 영화를 처음 시작할 때부터 지금까지 감춰왔던 진실이나 배후를 완벽히 밝혀내는 방향으로 접근하진 않았다. 충격적인 사건을 목도하고 알아가게 된 인물들이 그 이면을 추적하는 과정에서 느꼈을 시대적 감정과 반응을 그려내고자 했다"고 연출 의도를 설명했다.
이어 작품의 핵심 축을 담당한 특별출연 배우들을 향한 고마움도 잊지 않았다. 재일교포 2세 문세광 역으로 극 전체에 강렬한 잔상을 남긴 박정민에 대해 허 감독은 "대사가 많지 않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지배하는 핵심 캐릭터라 여겼다"며 "과연 이 역할을 선뜻 맡아줄까 고민했는데 다행히 대본을 재밌게 읽고 합류해 줬다. 캐릭터 해석이 워낙 어려워 감독인 저조차 계속 질문만 던졌는데, 기대 이상으로 훌륭한 연기를 보여줬다"고 극찬했다.
외압과 검열 속에서도 굴하지 않고 사건의 진상을 규명하는 동성일보 사회부 부장 김재환 역의 박해일, 그리고 현장을 발로 뛰는 패기 넘치는 신입 기자 한영일 역의 이민호는 언론인 캐릭터를 소화하며 느낀 무게감을 강조했다.
박해일은 "언론인분들의 아주 보편적인 직업적 소명과 책임감을 바탕에 두고 연기했다"며 "한국 영화에서 기자라는 역할이 잠깐 등장하거나 기능적으로 소비되는 경우는 있어도, 이처럼 긴 호흡으로 작품 전체를 끌고 가는 사례는 드물었다. 한 시대를 관통하는 작품 속에서 기자 캐릭터가 얼마나 밀도 있게 사건을 이끌 수 있을지가 제게 주어진 큰 숙제였다"고 밝혔다.
이어 "그런 관점에서 제가 직접 경험해보지 못한 과거 시대 속에서 진실을 열렬히 좇았던 사람들의 신념이 그립게 다가왔다"며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는 것이 개인적인 추구미였기 때문에 연기할 때도 그 신념을 가장 중점적으로 염두에 두었다. 감독님과 활어처럼 생동감 있는 인물로 만들고자 끊임없이 논의했다"고 덧붙였다.
대한민국 현대사를 흔든 거대한 사건과 그 뒤에 숨겨진 진실을 향해 질문을 멈추지 않았던 이들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 '암살자(들)'은 오는 23일 개봉한다.
김예랑 한경닷컴 기자 yesr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