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하이브미디어코프
/사진=하이브미디어코프
영화 '암살자(들)'의 한 장면. 하이브미디어코프 제공
영화 '암살자(들)'의 한 장면. 하이브미디어코프 제공
올해 설 연휴 1600만 관객을 동원하며 한국 영화사에 대기록을 작성한 배우 유해진이 1974년 고(故) 육영수 여사 저격 사건을 모티브로 한 영화 '암살자(들)'을 통해 2026년 추석 극장가로 돌아온다. '서울의 봄', '내부자들'을 제작한 하이브미디어코프와 '덕혜옹주', '천문: 하늘에 묻는다'의 허진호 감독이 의기투합하고, 유해진·박해일·이민호라는 최정예 라인업이 구축됐다.

10일 서울 용산구 CGV 아이파크몰에서 영화 '암살자(들)'의 제작보고회가 열렸다. 이날 현장에는 연출을 맡은 허진호 감독을 비롯해 주연 배우 유해진, 박해일, 이민호가 참석해 작품에 대한 다채로운 비하인드 스토리와 추석 시즌을 맞이하는 솔직한 소회를 밝혔다.

영화 '암살자(들)'은 1974년 8월 15일, 대한민국을 충격에 빠뜨린 영부인 저격 사건의 의혹과 배후를 추적하는 고밀도 미스터리 추적극이다. 6발의 총성 중 발견된 탄환은 단 4개, 공식 기록에서 사라진 두 발의 행방을 두고 현장 경호를 담당했던 형사, 사건의 이면을 좇는 신문사 사회부 부장, 그날의 혼란을 직접 목격한 신입 기자가 뭉쳐 진실을 파헤치는 과정을 담아냈다.

단순한 역사적 사건의 재현을 넘어, 거대한 국가 시스템과 언론의 소명의식, 그리고 외면할 수 없었던 인물들의 책임감을 밀도 있게 그려낸 것이 관전 포인트다.

◇ "혈색 돌아온 극장가, 모처럼 오시는 맛 있을 것"
사진=뉴스1
사진=뉴스1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올해 초 '왕과 사는 남자'로 통산 5번째 천만 흥행 신화를 써 내린 유해진은 상반기 극장가 부흥을 이끈 주역이다. 명절 흥행 카드로 다시 한번 추석 대전에 나서게 된 그는 "명절에 돌아오니 좋다"며 특유의 위트 있는 미소로 소감을 전했다.

유해진은 "설에 생각지도 못하게 너무 많은 분들이 봐주셨다. 지금 마음으로는 '암살자(들)' 역시 그랬으면 좋겠지만, 아시다시피 흥행이라는 게 모든 삼박자가 잘 맞아야 하는 영역 아니겠냐"며 겸손한 태도를 보였다. 이어 "그전까지는 우리가 할 수 있는 만큼 최선을 다해 열심히 하고, 그 뒤의 결과는 겸허히 받아들이고자 한다. 이번 영화도 고생한 만큼, 노력한 만큼 많이 봐주셨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특히 최근 영화계 동향에 대한 반가움도 표했다. 유해진은 "다행히 요즘 극장에 다시 혈색이 도는 것 같아 매우 좋은 느낌을 받고 있다. 우리 영화 '암살자(들)' 덕분에 극장가 혈색이 한층 더 좋아졌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며 "어느 작품이 웃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관객분들 입장에서는 골라볼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모처럼 극장에 오시는 맛이 있을 것 같다"고 강조했다.

작품을 반드시 극장에서 봐야 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거장들의 시너지와 밀도 높은 연출을 꼽았다. 유해진은 "여기 있는 배우들뿐만 아니라 연기 잘하는 수많은 분들이 출연한다. 그 사이에서 발생한 시너지가 아주 밀도 있게 생성됐다"며 "예고편에서도 보이듯 공간을 보여주는 영상미가 기가 막히게 그려질 것이며, 이야기 속에 담긴 드라마 역시 매우 흥미진진할 것"이라고 확신했다.

유해진은 이번 작품에서 영부인 저격 사건 현장을 직접 목격하고 수사의 최전선에 서게 되는 중부서 경감 '철구' 역을 맡았다. 동료를 향한 책임감과 형사로서의 직관을 바탕으로 사건 이면의 의혹을 파헤치며 극의 무게중심을 단단히 잡을 예정이다.

◇ 유해진·박해일·이민호의 연기 앙상블
영화 '암살자(들)'의 한 장면. 하이브미디어코프 제공
영화 '암살자(들)'의 한 장면. 하이브미디어코프 제공
이날 현장에서는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연기파 배우들의 화기애애한 팀워크와 서로를 향한 극찬이 이어졌다. 영화 '이끼' 이후 오랜만에 호흡을 맞추게 된 유해진과 박해일은 서로의 연기 내공에 엄지를 세웠다.

유해진은 박해일과의 재회에 대해 "'이끼'를 할 때부터 부러웠던 게 박해일의 눈이었다. 눈에서 느껴지는 뚝심과 에너지가 늘 부러웠는데, 이번 작품을 하면서 오랜만에 현장에서 그 눈빛을 직접 볼 수 있어 정말 좋았다"고 전했다.

이에 박해일 역시 "해진 선배님은 '이끼' 이후로도 활약이 대단하시지 않나. 보기만 해도 든든하고 오랜만에 작품을 함께하게 돼 배울 점이 나열하기 힘들 정도로 많았다"고 화답했다. 이어 "선배님의 매력은 어느 시대이든 그 시대의 리얼리티를 완전히 부여해 준다는 점이다. 조선시대면 조선, 1970년대면 1970년대의 공기를 완벽히 만들어 주신다. 유해진 선배님과 민호를 포함해 내가 어떤 연기를 자유롭게 펼쳐도 다 받아주는 분들이라 한마디로 현장이 너무 편했다"고 고마움을 표했다.

박해일은 무수한 검열과 외압 속에서도 사건의 진상을 규명하려는 동성일보 사회부 부장 '재환' 역으로 분한다. 흩어진 단서들 속에서 결정적 연결고리를 포착하며 극 전체의 팽팽한 긴장감을 이끌어간다.

추석 개봉과 관련해 박해일은 "명절이 아니더라도 4년 만에 신작을 선보이는 자리라 떨린다. 오랜만에 한국 영화가 다양한 밥상으로 관객을 맞이한다는 것 자체가 기분 좋은 기회이며, 그 안에 내가 참여할 수 있어 감사하다"고 털어놨다.

또한 "추석에는 온 가족이 모이는 자리가 많지 않나. 과거의 사건을 기억하는 세대나 잘 모르는 젊은 세대 모두 남녀노소 보시기에 뜻깊은 계기가 될 것"이라며 "다만 다큐멘터리가 아니기 때문에 호흡이 굉장히 빠르고, 배우들의 드라마 사이로 허진호 감독님 특유의 디테일한 짜임새가 맞물린다. 추석 때 풍성한 차림표처럼 메뉴가 다양할 테니 많은 관객들이 영화관을 찾아주셨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실제 사건을 다룬 것에 대한 신중한 접근법도 밝혔다. 박해일은 "실제 사건을 모티브로 한 작품이라 배우로서 처음에 다가갈 때 조심스럽고 예민했던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하지만 감독님과 제작진이 재미있는 장르 영화로서의 요소도 놓치지 않고 균형 있게 만들어냈다. 관객분들이 흥미롭게 지켜봐 주신다면 충분히 괜찮은 작품으로 다가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글로벌 팬덤을 보유한 이민호는 광복절 경축식 현장 취재 중 초유의 저격 사건을 목격하고 사건 속으로 과감히 뛰어드는 동성일보 신입 기자 '영일' 역을 맡아 극에 동적인 에너지를 불어넣는다.

이민호는 자신의 캐릭터에 대해 "어디 가서 막내 하기 쉽지 않은 나이이긴 한데, 형님들과 함께라 정말 좋았다"며 "영일이 동적인 에너지를 가진 활어 같은 이미지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연기에 임했다"고 입을 뗐다.

이어 "영일은 백그라운드가 굉장히 좋은 집안에서 태어나, 시대에 타협하고 집안의 기대에 부응하는 안정적인 길이 정해져 있던 청년이다. 그러나 가슴 한편에 채워지지 않는 무언가를 갈망하다, 신념과 진실이라는 가치를 좇아 우당탕탕 기자실로 뛰어든 인물"이라며 "전형적이고 전문적인 기자의 느낌보다는 그 순간순간을 직접 경험하고 성장해 나가는 느낌으로 연기하려 노력했다. 모든 공간과 상황이 날것처럼 느껴져 자유롭게 연기할 수 있었다"고 분석했다.

현장에서 보여준 선배 박해일의 배려에 대한 감동적인 미담도 전했다. 이민호는 "첫 촬영 날 박해일 선배님이 아침 일찍부터 와 계신다는 소리를 듣고 분장할 때부터 굉장히 긴장되고 부담스러웠다"며 "하지만 첫 테이크에서 선배님의 목소리를 듣는 순간 역할에 확 몰입되는 경험을 했다. 특히 제가 출연하지 않는 장면이자 전화 통화만 하는 대사 신이었음에도 선배님이 옆에 쪼그려 앉아 직접 대사를 받아주셨을 때 큰 감동을 받았다"고 고개를 숙였다.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이민호의 이야기를 들은 허진호 감독 역시 "재환 역할은 논리적이고 깊게 생각하는 인물이라 대본을 봤을 때부터 박해일이 떠올랐다"며 "현장에서 신문사라는 공간의 리더 역할을 맡아 후배 기자인 이민호와 같이 나오는 신에서 쪼그려 앉아 대화를 맞춰주는 등 같이 연기 호흡을 맞출 수 있도록 이끌어줬다. 많은 배우들이 참 좋아했다"고 거들었다.

유해진 역시 이민호를 향해 "현장에서 이민호를 보며 정말 똑똑한 배우라는 생각이 들었다. 평소 자신의 주관을 이야기할 때도 귀담아듣게 되는 말들이 많았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이민호는 "대한민국에서 가장 존경받는 두 선배님과 작업하며 인격에서 시작된 품격이 좋은 배우를 만든다는 것을 깊이 깨달았다. 처음으로 현장에서 온전한 안정감을 느끼며 연기할 수 있어 더할 나위 없이 행복했다"고 소회를 밝혔다.

추석 극장가를 향한 당찬 출사표도 잊지 않았다. 이민호는 "각 영화마다 하고자 하는 이야기와 장르적 매력이 다 다르다. 관객분들이 극장에서 모든 영화를 다 봐주셨으면 좋겠고, 그중에서 저희 '암살자(들)'이 가장 첫 번째로 선택해서 보는 영화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유쾌하게 밝혔다. 이어 "유해진 선배님이 '왕과 사는 남자' 흥행 이후 혈색이 많이 좋아지셨다. 우리 허진호 감독님도 혈색이 좋아지실 수 있도록 많은 분들이 극장에서 재미있게 봐주셨으면 좋겠다"고 덧붙여 좌중을 폭소케 했다.

'암살자(들)'은 단순한 사건 추적을 넘어 1974년이라는 시대의 공기와 인물들의 섬세한 심리선을 포착하는 데 주력했다. '8월의 크리스마스', '봄날은 간다'부터 '덕혜옹주', '보통의 가족'에 이르기까지 장르를 넘나들며 깊은 여운을 남겨온 허진호 감독은 이번 작품을 위해 당시 신문 기사, 뉴스, 서적, 논문 등 방대한 자료를 조사해 역사적 사실의 결을 치밀하게 다졌다.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허진호 감독은 "범인이 누구인지 단순히 밝혀내는 1차원적인 이야기가 아니다. 그 사건을 직접 목도하거나 이면을 알게 된 인물들이 공식 기록 뒤에 가려진 질문들을 던지며 추적해 나가는 상황과 인간적인 고민을 그리고 싶었다"고 연출 의도를 설명했다.

여기에 '파묘', '서울의 봄', '헌트'를 통해 정교한 미학을 선보여온 이모개 촬영감독이 콘티 단계부터 합류해 빛의 농도와 인물의 감정선을 고스란히 담아냈다. 김병한 미술감독, 이성환 조명감독, 정재훈 VFX 수퍼바이저, 최윤선 의상 총괄 등 최정예 스태프들이 의기투합해 1974년 8월 15일의 경축식장, 신문사의 긴장감, 70년대 거리의 질감을 스크린 위에 오롯이 재현해냈다.

믿고 보는 천만 배우 유해진의 검증된 흥행력, 박해일의 깊이 있는 카리스마, 이민호의 패기 넘치는 연기 변신, 그리고 허진호 감독의 정교한 연출력이 결합된 영화 '암살자(들)'은 오는 2026년 추석 극장가에서 관객들을 만날 예정이다.


김예랑 한경닷컴 기자 yesr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