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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자산 거래소 지분 제한, 첫 삽은 언제쯤 뜰 것인가 [태평양의 미래금융]
지분 제한, 경영의 자유 직접 제약
근거와 필요성에 대한 이해도 '부족'
검증 및 의견 논의 시급...공감대도 필요
근거와 필요성에 대한 이해도 '부족'
검증 및 의견 논의 시급...공감대도 필요
한경 로앤비즈의 'Law Street' 칼럼은 기업과 개인에게 실용적인 법률 지식을 제공합니다. 전문 변호사들이 조세, 상속, 노동, 공정거래, M&A, 금융 등 다양한 분야의 법률 이슈를 다루며, 주요 판결 분석도 제공합니다.
가상자산 사업에 대한 새로운 제도 설계라는 틀에서 가상자산 거래소 지분 제한 규제가 하나의 테마가 될 수 있다는 점에 필자도 동의한다. 이용자 보호, 시장 건전성 확보라는 규제 목적을 위해 가상자산 거래소에 대한 지분 제한이 2차 입법 과정에서 논의될 수 있다는 점에도 동의한다.
그러나 가상자산 거래소 지분 제한 논의는 산업 전반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규제임에도 불구하고, 충분한 실태조사와 이해관계자 논의, 해외 사례 비교 연구, 규제영향분석 등 기본적인 정책 수립 절차가 부족하다고 느끼는 건 필자뿐만이 아닌 듯하다.
여전히 모호한 규제 근거·목적
헌법상 기본권 제한은 과잉금지 원칙에 따라 목적의 정당성, 수단의 적합성, 침해의 최소성, 법익의 균형성이라는 네 가지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이는 단순한 이론적 원칙이 아니라, 헌법재판소와 법원에서 적극적으로 인정해온 원칙이다.
그러나 현재까지 공개된 규제 방향을 보면, '왜 하필 지분 제한인지', '어느 수준의 제한이 적정한지', '다른 규제 수단으로는 같은 목적을 달성할 수 없는지'에 대한 실증적 근거가 충분히 제시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기존 규제로는 해결할 수 없는 문제가 무엇인지, 즉 기존 규제 체계와 별도로 지분 제한까지 도입해야 할 구체적인 필요성에 대한 설명이 부족하다.
가상자산 사업자에 대한 지분 제한의 경우, 구체적으로 발생한 시장 실패 상황이나 지분 집중이 이용자 피해와 어떤 인과관계를 지니는지에 대한 분석이 아직 충분히 공유되지 않았다. 규제 방향 자체가 모호하게 제시된 것도 그 근거에 대한 설명이 부족하기 때문으로 보인다.
공식 검증·의견 논의는 어디에?
그러나 현재까지 공개된 정보를 종합하면, 이런 절차가 충분히 이뤄지지 않은 채 규제안 마련이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산업계나 학계를 대상으로 한 공식적인 의견 수렴이나 공청회가 개최됐다는 소식을 찾기 어렵고, 독립적인 연구용역이나 규제영향분석 결과가 공개됐다는 정보도 확인되지 않는다.
미국은 가상자산 관련 규제를 논의할 때 SEC와 CFTC 등 복수의 규제기관이 공개 의견 수렴(public comment) 절차를 거치고 의회 차원에서도 여러 차례의 청문회를 개최한다. 유럽연합(EU)의 MiCA도 수년간의 논의 속에서 논의되고 합의한 결과물이다.
좋은 규제는 충분한 논의와 공감에서 시작
정부가 진정으로 이용자를 보호하고 건전한 시장 질서를 확립하고자 한다면, 규제의 속도보다 규제의 품질 및 완성도에 집중해야 한다. 규제를 도입했다는 사실 자체보다, 가상자산 시장의 문제를 극복할 수 있는 합리적인 규제를 마련해야 하기 때문이다. 가상자산 거래소 지분 제한과 관련해 정부는 다음과 같은 방안을 최소한 검토하거나 거쳐야 한다.
셋째, 규제영향분석을 충실히 수행해 지분 제한이 산업 경쟁력, 투자 환경, 이용자 보호에 미치는 영향을 종합적으로 평가해야 한다. 넷째, 해외 주요국의 규제 사례를 체계적으로 비교·분석해 한국의 시장 상황에 맞는 규제 모델을 설계해야 한다.
가상자산 사업자 지분 제한은 산업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요한 정책 결정이다. 그만큼 속도보다는 과정의 충실함을 우선시해야 한다. 2차 입법의 틀에서 이를 포함하지 못하더라도 정부가 열린 논의의 장을 마련하고,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좋은 규제는 시장에 대한 이해와 시장 참여자의 신뢰에서 출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