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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양보호사 혼자 옮기다 94세 환자 사망…대법 "시설장도 유죄"
'2인 1조' 안 지킨 채 환자 옮기다
침대 아래로 미끄러져
1심 시설장 무죄→2심 유죄
"낙상 예방 관리·감독 의무"
침대 아래로 미끄러져
1심 시설장 무죄→2심 유죄
"낙상 예방 관리·감독 의무"
4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마용주 대법관)는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기소된 인천의 한 요양원 시설장 B씨의 상고를 기각하고 금고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2023년 6월 해당 요양원에서 근무하던 요양보호사 A씨는 당시 94세인 환자를 목욕시키기 위해 침대에서 이동시키려 했다. 환자는 평소 골다공증을 앓고 있었고 하반신 거동도 불편했다.
A씨는 환자를 옮길 때 2인 1조로 움직여야 한다는 지침을 지키지 않고 혼자 환자를 일으켜 세웠다. 이 과정에서 환자가 침대 아래로 미끄러지면서 대퇴골 골절상을 입었다. 환자는 이후 골절 후유증인 색전증으로 같은 달 17일 숨졌다.
검찰은 A씨뿐 아니라 시설장 B씨도 재판에 넘겼다. B씨가 요양보호사들이 고령·거동불편 환자를 옮길 때 2인 1조 원칙을 지키도록 실질적인 관리·감독 체계를 갖추지 않았고, 사고 당일 저녁 보고를 받고도 즉각적인 병원 이송 등 응급조치를 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1심은 무죄…2심 “시설장도 환자 안전 책임”
1심은 A씨와 B씨의 책임을 달리 판단했다. 직접 환자를 옮기다 사고를 낸 A씨에게는 금고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지만 시설장 B씨에게는 무죄를 선고했다.1심 재판부는 B씨가 요양보호사들에 대한 관리·감독을 소홀히 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사고 당일 환자를 병원으로 이송했더라도 환자 측이 수술을 거부한 만큼 결과가 달라졌을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며 B씨의 과실과 사망 사이 인과관계도 인정하지 않았다. A씨에 대한 판결은 항소 없이 그대로 확정됐다.
하지만 2심 판단은 달랐다. 시설장에게는 낙상 위험이 큰 환자가 안전하게 이동할 수 있도록 요양보호사들을 실질적으로 관리·감독하고, 사고가 발생하면 신속하게 병원으로 이송하는 등 환자의 생명과 신체를 보호할 의무가 있다고 봤다.
재판부는 특히 피해자가 90세가 넘는 초고령자이고 평소 골다공증까지 앓아 작은 충격에도 크게 다칠 위험이 있었다는 점에 주목했다. 이런 환자를 돌보는 시설장이라면 2인 1조 이동이 이뤄지도록 관리하고 낙상 사고가 발생했을 경우 즉시 상황을 파악해 병원 진료를 받도록 조치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2심은 1심의 무죄 판결을 뒤집고 B씨에게 금고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병원 안 가겠다” 했어도 시설장 책임 사라지지 않아
쟁점은 환자 측이 사고 이후 병원 이송이나 수술을 거부한 것이 시설장의 형사책임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였다.B씨 측은 사고 당일이나 이튿날 병원으로 이송했더라도 환자 측이 수술을 받지 않기로 한 만큼 자신의 과실 때문에 환자가 숨졌다고 볼 수 없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그러나 2심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환자 측의 치료 거부는 B씨의 책임을 줄이는 사정으로 고려할 수는 있지만, B씨의 관리·감독상 과실과 환자의 사망 사이 상당인과관계 자체를 끊는 사정은 아니라고 판단했다.
대법원 역시 같은 결론을 내렸다. 대법원은 원심 판단에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거나 업무상과실치사죄의 성립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며 B씨의 상고를 기각했다.
김유진 기자 magiclam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