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K팝이 위기라는 사람들에게
미국 로스앤젤레스(LA) 공연도 첫날부터 인산인해였다. 그룹 방탄소년단(BTS) 월드투어 아리랑의 LA 콘서트는 1일(현지시간) 7만여 명을 수용할 수 있는 소파이스타디움을 가득 채웠다. 지난 4월 투어를 시작한 이후 45회째 매진 행렬이다. 미국 음악 매체 빌보드에 따르면 38회까지의 매출만 해도 4억3320만달러(약 6000억원)에 달했다. 앞으로 공연이 40회 넘게 남아 있는데 이런 추세라면 전 회차 매진은 기정사실이다.

'빌보드 200' 1위는 또 K팝

사흘이 멀다 하고 전 세계 BTS 팬이 수만 명씩 모여서 아리랑을 불러대니 천하의 그래미도 움츠러들었다. 6월 최우수 아시아 팝 음악 퍼포먼스 부문을 신설하겠다고 공지했다가 보름 전엔 “일부 아티스트가 피땀 흘려 만든 음악을 원하는 방식으로 담아내지 못한다고 느낀 점이 명확하다”며 물러섰다. BTS가 음악이나 국적이라는 틀에 갇히기 싫다며 출품 포기를 선언하면서다.

K팝의 질주를 논하는 건 이제 새삼스럽지 않다. 북중미 월드컵에서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가수 이재와 BTS가 각각 개막식과 결승전 하프타임 쇼를 장식했는데도 놀라는 기색이 없다.

BTS 이후 새로운 거물들이 눈에 띄지 않는다고 하지만 모르고 하는 이야기다. 미국 최고 권위 앨범 차트 ‘빌보드 200’의 이번주 1위는 남성 K팝 그룹 엔하이픈이 차지했다. 스트레이키즈는 2022년 빌보드 200에 처음 진입한 이후 9개 앨범을 모조리 1위에 올려놨다. 빌보드 70년 역사상 처음이다.

그런데도 K팝 인기가 오래가지 못할 것이란 비관론은 여전하다. 흘러간 유행가 같지만 현재 진행형이다. 주식시장만 봐도 그렇다. 하이브 SM JYP YG 등 대표적 엔터테인먼트 회사들의 주가는 최근 1년 동안 고점 대비 반토막 났다. 단기 투자가 일반적인 증시 특성상 부침이 심하다는 점을 감안해도 미래 성장동력에 대한 의구심이 반영됐을 것이다.

물론 K팝 인기가 꺾일 수도 있다. 하지만 어느덧 20년에 이른 한류 음악의 뒷심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K팝은 유튜브에서 반짝하고 사라지는 동영상 클립이 아니다. 전 세계 청소년들이 대학생이 되고, 중년이 될 때까지 날마다 듣는 일상 그 자체다. 이들이 K팝을 떠나 새로운 음악을 들을 수 있을 것인가.

젊었을 때 들은 음악은 평생 간다

인지심리학에서는 회고 절정이라는 말이 있다. 50대 이상 성인에게 자신의 생애를 자유롭게 회상하도록 했을 때 10~30세에 경험한 사건을 다른 시기에 비해 훨씬 더 많이 그리고 생생하게 기억해내는 경향을 뜻한다. 이것을 음악 시장에서는 음악적 취향 정체라고 부른다. 청춘을 함께한 음악을 평생토록 듣는다는 얘기다. 어른들이 소싯적 듣던 팝송을 아직도 흥얼거리고, 예전 노래들을 들려주는 KBS 가요무대가 건재한 이유와 다르지 않다.

세계 최대 음원 스트리밍 플랫폼인 스포티파이 등에 따르면 새로운 음악을 적극적으로 찾아 듣는 비율은 20대 중반에서 30대 초반 사이에 정점을 찍고 이후 급격히 줄어드는 경향이 있다. 지금 K팝에 빠진 젊은이들은 앞으로 평생을 K팝과 함께할 것으로 봐도 무방하다는 얘기다.미국 LA에서는 오늘 밤에도 수만 명의 사람이 아리랑을 부르고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