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청년 구직자가 서울 도화동 서울서부고용복지플러스센터에서 실업급여 신청서를 작성하고 있다.  이솔 기자
한 청년 구직자가 서울 도화동 서울서부고용복지플러스센터에서 실업급여 신청서를 작성하고 있다. 이솔 기자
지금까지 실업급여를 5개월간 매월 198만원씩 받던 구직자는 내년부터 매월 수급액이 176만원으로 줄어드는 대신 수급 기간이 5.8개월로 늘어난다. 주당 실업급여 지급일을 7일에서 6일로 바꾸는 데 따른 변화다. 매월 월급에서 떼는 고용보험료율은 0.9%에서 1.0%로 인상해 월 급여가 300만원인 근로자의 보험료 부담이 연간 3만6000원 늘어난다.

◇ 조기 재취업 유도

고용노동부는 1일 고용보험위원회에서 실업급여 산정·지급 방식과 고용보험 가입 기준을 대폭 변경하는 내용의 ‘고용보험 제도 개편 방안’을 심의·확정했다고 밝혔다. 먼저 주당 실업급여 지급일이 7일에서 6일로 줄어든다. 1995년 실업급여제도를 도입할 때는 주 6일 근무가 일반적이었지만 2004년부터 주 5일제가 시행된 만큼 실업급여 산정 방식을 일반 근로자의 임금 산정 방식과 맞출 필요가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실업급여 지급일이 5일이 아니라 6일인 것은 1일 치 유급주휴일(주휴수당)을 반영해서다.
실업급여 月 198만→176만원…내년부터 확 달라진다
주당 지급일이 하루 줄면서 하한액 기준 월 실업급여 지급액은 198만원에서 내년부터 약 176만원으로 줄어든다. 월 지급액은 감소하는 대신 총 수급 기간이 늘어난다. 지급액 총액은 동일하게 유지되기 때문이다. 지급일이 150일인 최저임금 근로자의 경우 올해는 5개월간 월 198만원씩 총 990만원을 받지만 내년부터는 990만원을 월 176만원으로 나눈 5.8개월 동안 실업급여를 받는다. 실업급여를 줄이는 대신 지급 기간을 늘림으로써 사회안전망을 넓히고 재취업 동기를 높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실업급여 산정 기준은 ‘이직 전 3개월 평균 임금’에서 ‘1년 평균 월 보수’로 바꾼다. 직장을 그만두기 직전에 수당 등을 최대한 늘려 실업급여를 의도적으로 높이는 사례를 막기 위해서다.

실업급여 상한액은 하한액의 103%로 연동해 최소 3% 이상 많도록 했다. 현재 상한액은 정부가 일정액을 기준으로 정하는 반면 하한액은 최저임금의 80%로 연동되다 보니 최저임금이 급격히 오르면 하한액과 상한액이 역전되는 문제가 있었다.

조기 재취업수당 지급 기준은 강화한다. 조기 재취업수당은 실업급여 수급 기간의 절반이 지나기 전 재취업해 12개월 이상 근무하면 남은 실업급여의 절반을 주는 제도다. 실업급여 수급자의 빠른 재취업을 유도하기 위한 제도다. 현재는 월 소득이 574만원 이상인 재취업자를 지급 대상에서 제외했지만 내년부터는 월 300만원 이상으로 기준을 강화한다. 조기 재취업수당이 없어도 충분히 재취업이 가능한 일시적 실업자에게까지 수당을 주는 ‘사중 손실’을 줄이기 위한 조치다.

◇ 고용보험 기금, 목적별로 분리

고용보험 기금은 실업급여, 육아휴직급여, 출산전후휴가급여 등 지출 목적별로 계정을 분리한다. 2028년부터 고용보험 기금에 ‘일가정 양립 계정’을 새로 개설해 육아휴직급여 등 모성보호 관련 지출을 이 계정으로 옮긴다. 출산전후휴가급여와 같이 사업주에게 지급 의무가 있는 항목은 고용안정·직업능력개발 계정으로 넘긴다.

모성보호 제도에 대한 정부 재정 지원도 확대한다. 내년 일반 회계 전입금은 9000억원으로 올해(6000억원)보다 50% 늘린다. 근로자가 매월 부담하는 고용보험료율은 0.9%에서 1.0%로 인상해 늘어난 보험료 수입 일부를 일가정 양립 계정으로 이전한다.

정부가 고용보험을 대폭 개편한 것은 고용보험기금 재정이 갈수록 악화하고 있어서다. 2025년 실업급여 계정은 약 15조7000억원을 수입으로 거뒀지만 17조4000억원을 지출해 약 1조8000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적립금 1조8000억원이 남아 있지만 공공자금관리기금에서 차입한 7조7000억원을 고려하면 실질 적립금은 6조원 적자다. 특히 저출생 대책으로 육아휴직급여 등 모성보호급여 지출이 2022년 2조1000억원에서 지난해 4조3000억원으로 두 배 넘게 불어나 적자 폭이 커지고 있다.

고용보험 가입 기준은 근로시간에서 소득 중심으로 바뀐다. 현재 ‘월 60시간 이상 근로’에서 ‘월 보수 80만원 이상’으로 가입 기준을 바꾼다. 정부는 연내 관련 법률과 하위 법령 개정을 추진할 방침이다.

곽용희 기자 ky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