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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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규백 국방부 장관이 취임 1년여 만에 교체 수순을 밟게 됐다. 안 장관은 군 출신은 아니지만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20년 가까이 활동하며 여야를 막론하고 국방 분야 전문성을 인정받아온 인물이다.

그러나 장관 취임 이후 각종 국방개혁 정책과 병역 문제를 둘러싼 논란이 이어지면서 의원 시절 쌓아온 이미지에도 적잖은 타격을 입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오랜 기간 국방 분야에 천착해온 인물이 정작 국방부 장관을 지낸 뒤 정치적 상처를 입고 물러나게 된 데 대해 안타깝다는 시선도 나온다.

안 장관은 31일 국회 국방위원회에 출석해 장관 교체 결정과 관련해 "참으로 복잡한 마음이다. 감정을 억누를 길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국민주권 정부 첫 문민장관이자 국방부 장관으로서 공도 있고 과도 있다고 생각한다"며 "혼란스러운 시기에 하루하루가 고통의 시간이었고, 내란 종식 과정에서 눈에 밟히는 장군들을 생각하면 가슴이 미어지는 시간이었다"고 돌아봤다.

그는 "첫 출근부터 오늘이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하루하루를 보냈는데 벌써 1년 2개월이 됐다"고도 했다.

안 장관은 이재명 정부의 첫 국방부 장관이자 64년 만의 문민 출신 국방장관이라는 상징성을 안고 취임했다. 군 출신은 아니지만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오랜 기간 활동하며 간사와 위원장을 거쳤고, 방산과 전시작전통제권, 군 구조 개편 등 군 관련 현안을 꾸준히 파고든 대표적인 '국방통'으로 꼽혀왔다.

정치권에서 상대적으로 선호도가 높지 않은 국방위를 장기간 지킨 것도 그의 이력에서 빠지지 않는다. 안 장관은 이날도 "젖과 꿀이 흐르는 상임위도 아니고, 접경지역도 아닌 서울 사대문 안의 지역구에 있는 제가 어떤 마음으로 20년 가까이 국방위를 일관되게 했겠나"라고 말했다.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안 장관은 전시작전통제권 전환과 군 구조 개편, 사관학교 통합, 방첩사 해체 등 굵직한 국방개혁 과제를 연이어 추진했다. 문민 통제 강화와 군 개혁이라는 명분을 앞세웠지만, 추진 속도와 방식 등을 두고 군 안팎과 정치권에서 적잖은 논란도 뒤따랐다. 특히 군 조직의 근간을 건드리는 사안들이 한꺼번에 추진되면서 야권을 중심으로 안보 공백과 군 내부 혼선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이어졌고, 안 장관 역시 정책 추진 과정에서 상당한 정치적 부담을 떠안아야 했다.

안 장관은 이날 "국방정책에서 많은 진척이 있었다"며 "저보다 훌륭한 장관 후보자가 오시기에 그분에게 바통을 넘기고 여러분과 함께 의정활동을 하겠다"고 밝혔다.

안 장관은 방위병으로 복무하던 당시 복무이탈 의혹이 불거지면서 야권의 집중 공세를 받았다. 국방부 장관이라는 자리의 특성상 다른 공직자보다 훨씬 엄격한 병역 검증을 피하기도 어려웠다.

안 장관은 이날도 "원래 신체검사를 받고 3년 지나면 면제인데, 저는 최소한 입대는 해야겠다고 생각해서 주소까지 바꿔 신병교육을 받았다"며 "제 발로 들어간 것인데 제가 어떤 일을 할 수 있겠나"라고 반문했다.

장관직을 내려놓은 뒤에는 병적기록 문제를 직접 풀겠다는 뜻도 재확인했다. 그는 "제가 물러나면 여러 가지 절차를 밟고 여러 의원에게 소상히 설명해 드릴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날 오전 서울 용산구 국방부 청사에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도 군무 이탈 의혹과 관련해 "(입장에) 변화가 없다. 자체가 사실이 아니니까"라고 선을 그었다.

특히 안 장관은 의원 시절 여야를 막론하고 원만한 관계와 국방 분야 전문성을 인정받아온 인물이라는 점에서 장관직 수행 과정에서 기존 이미지가 적잖이 훼손된 데 대해 씁쓸하다는 반응도 나온다. 국방 문제에 대한 관심과 몰입도가 남달랐던 정치인이 정작 자신이 가장 오래 준비해온 자리에서 가장 큰 상처를 입었다는 점에서다.

정치권에서는 장관직을 거치며 기존 정치적 자산이 크게 소진된 사례가 이전에도 있었다. 대표적으로 김현미 전 국토교통부 장관이 꼽힌다. 김 전 장관은 입각 전 3선 의원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장을 거치며 정책 능력과 협상력을 인정받았지만, 국토부 장관 재임 당시 집값 급등과 잇단 부동산 대책 논란의 한복판에 서면서 기존 이미지가 크게 달라졌다. 장관직 수행에 대한 평가가 그동안 쌓아온 정치인으로서의 평판을 상당 부분 덮어버린 사례다.

안 장관은 이날 교체 소감을 묻는 연합뉴스 말에 "소감이 어디 있겠나. 푹 쉬고 싶다"고 했다.

한편 이재명 대통령은 전날 강신철 주사우디아라비아 대사를 신임 국방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했다. 국방부는 강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 준비 태스크포스(TF) 구성 작업에 착수했다. 강 후보자는 조만간 귀국해 청문회 준비에 들어갈 예정이다.

신현보 한경닷컴 기자 greaterf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