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생성 이미지. 사진=생성형AI (제미나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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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자체가 업무 특성을 고려해 임기제공무원의 연령 기준을 따로 정할 수 있는 재량권이 인정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민간 기업의 경우 연령차별금지법을 고려해 신중하게 공고를 올려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30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전지방법원 민사단독은 A씨가 대전광역시 OO구를 상대로 낸 1억 6000만 원 상당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다.

○64세 지원자, 임기제 공무원 서류 탈락에 "1억6천만원 배상" 소송

2025년 대전광역시 OO구는 지방임기제공무원 채용시험 시행계획을 공고했다. 모집 분야는 국민신문고 민원 처리와 불법 주정차 과태료 상담 등을 담당할 '불법주정차 단속원'이었다.

당시 만 64세였던 A씨는 응시원서를 제출했다. 원서 접수 담당 공무원은 A씨에게 "불법주정차 단속원은 만 60세에 도달하면 계약이 종료되는데, 이미 만 60세가 지나셨다"고 안내했지만, A씨는 접수를 강행해 응시표를 교부받았다. 며칠 뒤 발표된 서류심사 합격자 명단에 A씨의 이름은 없었다.

A씨는 돌연 법원으로 향했다. A씨는 "임기제공무원 연령을 만 60세로 제한하는 것은 연령차별금지법 및 평등권 위반"이라며 "상위법에 근거도 없이 직무상 불가피성도 인정되지 않는데 연령을 제한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채용 공고에서 '응시자격'란에 연령 상한선이 없었는데, '채용분야 및 선발인원'란에 작은 글씨로 '만 60세 도달 시 계약 종료'라고 적어뒀다"며 "응시 자격란만 보고 기대해서 응시 원서를 접수했는데 불합격 처분을 했다"고 주장했다.

이를 바탕으로 "공무원연금을 받을 수 있는 기회를 상실하는 손해를 입었다"며 "합격했다면 10년간 수령할 수 있었을 공무원연금 예상액 1억 3200만 원과 위자료 2800만 원 등 총 1억 6000만원을 배상하라"고 소송을 제기했다.

재판부는 A씨의 청구를 기각했다. 연령차별금지법 제4조의5가 연령 차별 예외 사유로 규정한 '직무 성격상 특정 연령기준이 불가피한 경우(제1호)' 및 '법령에 따라 정년을 설정한 경우(3호)' 등에 해당해 위법한 연령차별이 아니라는 뜻이다. 법원은 "지방공무원법 제27조 2항 등에 따라 지자체는 직무성격 등을 고려해 임기제 공무원의 연령기준을 정할 수 있다"며 "불법 주정차 과태료 민원 상담 안내가 주요 업무인 특성을 고려해 만 60세로 연령기준을 정한 것이 불합리하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연령제한 기재 위치에 대해선 "연령제한은 근무기간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이므로 '근무기간' 항목에 이를 기재할 수 있고, 다른 내용과 다르게 파란색으로 기재해 눈에 잘 띄게 했으므로 응시자격란에 이를 기재하지 않았다고 위법하다고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원서 접수 시 받은 응시표에 대해서도 재판부는 "응시표 교부만으로 합격할 것이라는 기대이익이 발생한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채용 공고 무심히 넣었다가 형사처벌까지


채용 담당자가 채용 공고에서 자칫 '차별적' 채용 조건을 제시하면 형사 처벌에 이를 수 있어 주의를 요한다. 특히 채용 공고에 떡하니 적어 놓을 경우 확실한 '차별 증거'가 된다. '30세 이하 지원 가능' '1990년생 이후 출생자 선호' '생산직 남성 OO명 채용' '미혼 여성 우대' '용모 단정한 여성 모집' '외국인 사절' 등의 표기가 여기 해당한다.

규제하는 법률도 여러 개다. 남녀고용평등법은 성별과 혼인, 임신, 용모, 키, 체중 등을 이유로한 채용 제한을 금지하고 있다. 연령차별금지법도 연령을 이유로 채용 차별을 할 경우 처벌한다. 모두 5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이다. 연령차별금지법은 임금피크제 무효 소송의 주요 근거가 되는 법이기도 하다. 장애인 차별 금지법도 장애인 채용 차별에 대해 최대 3년 이하 징역, 3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한다.

고용정책기본법도 형사처벌 규정은 없지만 성별, 신앙, 연령, 신체조건, 사회적 신분, 출신지역, 학력 등을 이유로 한 차별을 금지하고 있다. 위법이 인정될 경우 손해배상 책임도 발생할 수 있다. 고용노동부는 적발 업체에 서면경고나 시정조치를 내리지만, 재차 적발되는 경우 형사처벌로 이거지기도 한다.

올해 1월에는 헌법재판소가 연령차별금지 규정에 대해 '합헌 결정'을 내린 바 있다. 시중은행이 채용 과정에서 자체 연령 기준을 정해 초과자를 서류에서 일괄 배제한 사건이었다. 헌재는 "채용 기회 박탈은 사후 배상이 어렵기 때문에 형벌을 통한 예방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다만 모든 성별·연령 제한이 곧바로 위법은 아니다. 연령차별금지법도 직무 성격상 특정 조건이 불가피한 경우는 예외로 인정된다. 여성 목욕탕의 목욕 관리사나 연극·영화의 특정 성별 배역 등이 대표적이다.

곽용희 기자 ky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