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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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의점주와 갈등을 빚던 아르바이트생이 점주는 물론 경찰과 근로감독관까지 상대로 3100만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했지만 법원에서 패소했다. 사법경찰 공무원의 직무 수행에 불만을 품고 제기한 고소·고발이 늘면서 일선 노동감독관도 민원인의 '보복성 소송' 부담에 시달리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9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항소11-2부는 편의점 아르바이트생 A씨가 편의점주, 수서경찰서장, 고용노동부 근로감독관을 상대로 제기한 3100만원 상당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 항소심에서 원고 항소를 기각하고 1심과 같이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A씨는 2020년 11월 B씨의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2021년 4월 초까지 5개월가량 근무하는 동안 A씨는 점주 B씨로부터 반말과 인격 침해, 사생활 침해, 부당 지시, 모욕, 협박 및 부당해고를 당했다고 주장했다. A씨는 2021년 4월 네이버 블로그에 피해 사실을 담은 글을 올려 공론화에 나섰다.

이에 점주 B씨는 2021년 8월 A씨를 명예훼손, 모욕, 업무방해 혐의로 고소했고, 결국 A씨는 형사재판에서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하지만 A씨는 수사기관과 노동관청으로 화살을 돌렸다. A씨는 고용노동부 서울강남지청에 점주를 신고했으나 담당 근로감독관이 주휴수당 미지급만 확인했을 뿐 협박·모욕·부당해고 등 중대한 부당행위 조사를 고의로 묵살했다고 주장했다. 또한 수서경찰서 경찰관들이 굴욕적인 신문과 협박을 하고 국민신문고 고소장을 반려해 자신을 일방적인 가해자로 만들었다며 점주, 수서경찰서장, 근로감독관을 묶어 3100만원을 배상하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하지만 법원 판단은 냉정했다. 재판부는 "수서경찰서장은 민법상의 권리능력이 인정되지 않아 민사소송 당사자 능력을 갖지 못한다"며 소를 각하했다. 공무원의 직무상 불법행위에 대해 배상을 청구하려면 국가배상법에 따라 '대한민국'을 피고로 삼았어야 한다는 법리적 허점을 짚었다. 이어 "A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감독관 등 피고들의 고의·과실에 기한 가해행위의 존재 및 손해배상책임의 성립을 인정하기에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김위상 국민의힘 의원이 고용노동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1년부터 올해 5월까지 5년여간 업무 수행 중 민원인으로부터 고소·고발당한 고용노동부 공무원은 총 521명에 달한다. 직무유기,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혐의가 대부분이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 2023년 8월 중앙부처 최초로 악성 민원에 대응하는 특별민원 직원보호반을 출범시켰지만, 그 이후에도 올해 6월까지 민원인에게 고소·고발 당한 노동감독관은 248명에 이른다.

이런 상황이 반복되면 공무원들이 소신 있는 판단을 내리기 어려워질 수 있다. 특히 '법왜곡죄' 시행으로 '고소·고발' 건수가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법왜곡죄는 수사·재판·행정 처분 등 법 적용 업무를 맡은 공무원이 고의로 법을 왜곡해 적용할 경우 처벌하는 규정으로, 올해 3월부터 시행됐다. 경찰은 물론 특수사법경찰관 등도 해당 죄목의 주요 타깃이 될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법왜곡죄로 처음 고소당한 공무원은 직장 내 괴롭힘 사건을 담당한 근로감독관으로 알려졌다.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결론을 내렸다가 법왜곡죄를 포함해 직무유기, 직권남용권리행사 방해죄 등 총 8개 죄목으로 고소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노사관계 전문가는 "근로감독관은 제한된 인력으로 방대한 사건을 처리하면서도 조사 결과에 불만을 가진 민원인으로부터 고소·고발에 노출되는 구조적 문제를 안고 있다"며 "감독관들이 방어적으로 결론을 내리게 만드는 부작용을 낳을 수 있어, 악성 민원으로부터 공무원을 보호할 제도적 장치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곽용희 기자 ky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