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이 10일 서울 근로복지공단에서 열린 소득기반 고용보험 추진상황 점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이 10일 서울 근로복지공단에서 열린 소득기반 고용보험 추진상황 점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1995년 도입된 고용보험 제도가 30여 년 만에 크게 바뀐다. 사각지대에 있는 초단기근로자, n잡러, 일용직 근로자 등을 제도 안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정부가 가입 기준을 근로시간(주 15시간 이상)에서 월 소득 기준(80만원)으로 바꾸기로 하면서다. 내년부터는 주말에만 일하는 아르바이트생이라도 월 80만원 이상 벌면 고용보험 가입 대상이 된다.

◇ 180만 명 이상 새 가입 기준 충족

한국노동연구원이 지난해 말 제출한 ‘소득기반 고용보험 도입을 위한 소득정보 분석’에 따르면 소득기반 체계 도입 시 현재 고용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상용 근로소득 일자리(상용직) 가운데 월평균 162만5000개가 ‘월 보수 80만원’ 기준을 충족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초단시간 근로자도 상당수가 가입 대상이 될 전망이다. 예를 들어 시급 1만3500원을 받으며 주말 이틀간 하루 7시간씩 주 14시간 근무하는 아르바이트생은 현행 제도에서는 주 15시간 미만 근로자여서 고용보험 적용 대상이 아니다. 하지만 소득기반 체계에서는 월 보수가 약 82만원이므로 80만원 기준을 넘어 가입 대상이 된다.

건설 현장 등에서 일하는 일용근로자도 대거 제도 안으로 편입될 전망이다. 노동연구원은 현재 고용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65세 미만 일용근로자 중 개인별 합산 일용근로소득이 월 80만원 이상이어서 새로 가입 대상이 되는 근로자가 월평균 26만3000명을 넘는 것으로 추산했다. 현재 일용직 미가입자의 72.5%에 달하는 규모다.
초단기 알바·일용직도 가입…고용보험 사각지대 줄인다
여러 사업장에서 일해 각각의 소득이 기준에 못 미쳐도 합산액이 80만원을 넘으면 본인 신청으로 가입할 수 있는 ‘보수 합산제도’도 새로 생긴다. 현재 배달라이더 등 노무제공자(특수형태근로종사자)의 고용보험 가입 기준으로 활용되고 있는데 이를 일반 근로자에게도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플랫폼 노동은 물론 n잡, 미니잡(단기 알바) 등 일하는 방식이 다변화하면서 시간 기준으로는 걸러지지 않던 취약 근로자를 끌어안겠다는 취지다. 정부는 이를 ‘전 국민 고용보험’으로 가기 위한 첫 단계라고 설명했다.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은 “소득기반 고용보험은 대한민국 고용보험 30년 역사에서 가장 큰 전환점”이라며 “저소득·단시간 노동자에 대한 사각지대를 해소하고 나아가 노무제공자에 대한 적용 범위를 넓히는 등 고용보험 대상을 계속해서 확대해 나가겠다”고 했다

◇ 영세 자영업자 보험료 부담 늘어

일각에서는 이들에게 실업급여와 육아휴직급여, 출산휴가급여 등을 지급하려면 고용보험 재정에 큰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해 실업급여 계정 지급액이 역대 최대인 17조원을 넘어서면서 고용보험 사업비 지출액이 코로나19 이후 처음으로 20조원을 돌파했다. 이에 고용보험 기금은 5920억원 적자를 냈고, 차입금을 제외한 실질적립금은 796억원에 불과하다.

일용직 및 초단기 아르바이트생을 쓰는 영세 자영업자도 근로자 월 보수의 0.9%를 보험료로 내야 해 부담이 늘어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n잡러는 실업급여를 받으려면 현재 종사하는 모든 일자리에서 근로 관계가 종료돼야 해 보험료 부담에 비해 받는 혜택이 제한적일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제도 시행 직후 행정 혼선 우려도 제기된다. 내년부터 사업주가 매년 한 차례 근로복지공단에 제출하던 ‘연 보수총액 신고’가 폐지되고 ‘월별 보수 신고’ 제도가 신설되기 때문이다. 지금까지는 사업주가 전년도 보수 총액을 신고하면 이를 12개월로 나눠 월평균 보수를 산정해 보험료를 부과했다.

한국재정학회가 지난달 근로복지공단에 제출한 ‘소득기반 부과체계 개편에 따른 국세소득 신고율 예측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상용 근로소득 신고율은 올해 98.6%까지 높아질 것으로 예상되지만, 내년에는 94.7%로 떨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월 보수를 매월 제출하게 되면서 사업자의 행정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곽용희 기자 ky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