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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체제 우위가 가를 美·中 AI 경쟁
노경목 국제부 부장
일반적 인식과 달리 이번 경쟁의 승패는 미국 오픈AI와 중국 딥시크 중 어느 쪽이 가성비 높은 AI 모델을 선보는지와 큰 관계가 없다. 그것은 미국 월스트리트와 중국 상하이 자본시장에 달려 있고, AI에 직업을 잃은 베이징 배달 노동자와 데이터센터 반대 시위에 나선 미시간 주민들의 분노에 좌우될 것이다.
미국, 자본시장 인프라 우세
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 최고경영자(CEO)를 비롯해 여러 인사가 말하듯 AI 경쟁은 19세기 철도 경쟁과 닮았다. 당시 열강들은 기관차의 성능 우위를 놓고 다투지 않았다. 철도 인프라를 어느 곳에 얼마나 부설할지를 놓고 각축전을 벌였다. AI 역시 핵심 인프라인 데이터센터 역량을 비교하는 것이 모델 경쟁력을 살피는 것보다 중요하다.지난 6월 중국은 향후 5년간 2조위안(약 450조원)을 투자하겠다고 발표했다. 적지 않은 돈이지만 이는 미국 4대 하이퍼스케일러(대규모 데이터센터 운영 기업)가 내놓은 올해 투자 규모 7250억달러(약 970조원)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세계 자본시장에서 두 나라가 차지하는 입지가 압도적으로 차이 나는 것이 그 배경이다.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CXMT)는 중국 최대 규모의 기업공개를 통해 약 14조원을 조달했다. 하지만 비슷한 시기 구글은 유상증자만으로 여덟 배에 달하는 투자금을 끌어모았다. 올해 빅테크들이 쏟아낸 회사채 275조원 중 92조원은 영국, 캐나다, 일본 등 미국 바깥에서 발행됐다.
산업 생태계 전반의 역량까지 감안하면 차이는 더 크게 벌어진다. 엔비디아 최신 AI 칩을 사용할 수 없는 중국 데이터센터는 같은 용량의 전력을 사용하더라도 미국보다 성능이 크게 뒤처진다. ‘연산의 가성비’를 내세우는 중국 AI 모델도 이 같은 물리적 격차를 넘어설 수는 없다.
개인 창발성이 장기 경쟁력 좌우
AI 기술과 데이터센터 확산 과정에서 부닥칠 사회적 반발 강도는 두 나라 체제의 본질적 성격에 따라 엇갈린다. 레닌주의의 유산인 중국 공산당은 서구 국가보다 효과적으로 국민의 불만을 관리했다. AI 도입에 따른 실업과 데이터센터 소음에 따른 분노를 통제하는 데도 효과를 발휘할 가능성이 크다. 미국은 그런 점에서 불리하다. 데이터센터 건설 계획이 곳곳에서 막히는 한편 AI 활용 방향을 놓고도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와 민주사회주의자 간 논쟁이 치열하다.다만 제조업부터 콘텐츠산업까지 한계비용 감소를 특징으로 하는 AI 시대에 가장 중요한 자원은 개인의 창발성이다. 경직된 정치·사회 시스템하에서 중국 산업이 장기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을지 의문스러운 대목이다. 냉전이 막 시작된 1949년, 사회주의자이던 영국 철학자 버트런드 러셀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미국의 승리를 점쳤다. “수동적이고 순종적인 개인으로 구성된 사회는 발전할 수 없다. 인간의 정신을 짓밟는 체제는 결코 진보할 수 없으며 결국 전복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