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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수수께끼 배달부'의 변신
이태호 바이오헬스부장
코로나19 백신으로 일반에도 익숙해진 mRNA 의약품 기술이 미국 제약사인 모더나의 암 백신 3상 성공으로 다시 주목받고 있다. 동시에 당장 어디에 쓰일지 알 수 없는 기초과학 연구가 수십 년 뒤 얼마나 큰 산업적 가치로 돌아올 수 있는지를 보여줬다.
50조원 가치 치료제
모더나와 머크(MSD)는 지난 19일 mRNA 기반 암 백신과 면역항암제 키트루다를 함께 투여한 대규모 임상 3상에서 키트루다를 단독 투여했을 때보다 악성 피부암의 재발·전이 위험을 낮추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mRNA 암 백신이 후기 임상에서 효과를 입증한 첫 사례다.시장은 즉각 반응했다. 나스닥시장 상장사인 모더나의 시가총액은 발표 직전 약 30조원에서 약 80조원으로 뛰었다. 기업 가치가 단숨에 50조원가량 불어났다. 이번 성과가 악성 피부암 치료에 그치지 않고 다른 암종으로 확장될 수 있다는 기대가 반영됐다.
특히 주목할 점은 환자마다 다른 암의 특성을 치료에 활용했다는 것이다. 환자의 종양 유전체를 인공지능(AI)으로 분석해 면역계가 공격할 표적을 고른 뒤 그 정보를 mRNA에 담아 몸에 주입했다. 환자 한 명 한 명의 종양 특성에 맞춰 제조하는 사실상의 ‘1인용 백신’이다. 미리 만들어 놓은 항원을 몸에 넣어 면역반응을 유도하는 전통적인 백신과는 접근법 자체가 다르다.
모더나는 여기서 더 나아가 유전적으로 암 발생 위험이 높은 사람에게 mRNA 백신을 투여해 발병을 막는 연구까지 구상하고 있다. 감염병 예방 기술로 주목받은 mRNA가 암 치료를 거쳐 예방 영역으로 반경을 넓히고 있는 것이다.
기초과학 장기 투자의 결실
이번 성과가 갖는 또 하나의 의미는 오랜 기초과학 연구 투자의 결실이라는 사실이다.mRNA가 발견된 것은 1961년이다. 이후 과학자들은 RNA가 어떻게 생성되고 분해되는지, 세포 안에서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수십 년간 연구했다. mRNA를 몸에 넣으면 쉽게 분해되고 과도한 면역반응을 일으킨다는 난제도 하나씩 풀어갔다. 원하는 곳까지 mRNA를 안전하게 운반하는 기술도 발전했다. 서로 다른 분야에서 수십 년간 축적된 연구가 오늘날 mRNA 의약품의 토대가 됐다. 모더나와 머크의 이번 임상은 개인 맞춤형 암 백신을 불과 6주 만에 만들어낼 수 있다는 사실을 입증했다.
코로나19가 터지기 수십 년 전 RNA를 연구하던 과학자들은 자신의 연구가 팬데믹을 막을 것이라고 예상하지 못했다. 지금의 mRNA 기반 치료제도 어떤 방향으로 얼마나 더 발전할지 아직 알 수 없지만, 준비된 국가와 그렇지 않은 곳의 운명을 극적으로 갈라놓을 수 있다. 한국은 어느 쪽에 서게 될까. 60여 년 전 수수께끼였던 mRNA는 이제 기초과학 투자의 중요성을 각국 정부에 전파하는 배달부로 거듭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