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추천 뉴스
[취재수첩] 경찰 직업윤리 돌아보게 한 제주 실종 사건
허위 종결로 수색 골든타임 허비
경찰기강 무너지면 국민안전 위태
우연수 사회부 기자
경찰기강 무너지면 국민안전 위태
우연수 사회부 기자
성인 실종 신고는 한 해 약 7만 건이다. 신고 한 시간 안에 해제되는 비율은 지난해 53.1%로 높아졌다. 실종수색팀은 교대근무를 하고 야간에는 한 명이 당직을 선다. 그 시간 접수한 신고는 담당자의 사건이 된다. 밀려드는 사건을 빠르게 종결해야 업무 하나가 줄고, 그렇지 못하면 쌓여가는 구조다.
그렇다고 허위 종결이 설명되진 않는다. 지난해 실종자 931명이 시신으로 발견됐다. 사고나 강력범죄에 연루된 사례도 적지 않다. 대부분 곧 돌아온다는 경험이 단 한 건의 위험을 무시할 근거가 될 수 없다.
경찰의 직업윤리는 확인하지 않은 것을 확인했다고 쓰지 않고, 끝나지 않은 사건을 끝났다고 하지 않는 것부터 시작된다. A경장은 장씨 관련 기록에 ‘소재 발견’ 및 ‘자진 귀가’가 아니라 ‘교통사고 사망’을 입력했다. 실종자가 사망했거나 발견된 실종자 본인이 기록 삭제를 요구하는 경우, 이 두 가지가 아니면 기록은 최소 5년간 보존된다. 기록까지 고의적으로 삭제한 것으로 의심되는 대목이다.
직업윤리가 망각된 사이 사건은 암장되거나 부풀려졌다. 서울에서는 교통법규 위반 신고 3193건을 사실관계 확인 없이 종결 처리한 경찰관이 지난 6월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경북 구미 경찰은 절도 한 건을 51건으로 쪼개 실적을 부풀렸다는 의혹까지 불거졌다.
일부 경찰관의 일탈로 치부하기엔 징계 통계에 드러난 숫자가 너무 크다. 올해 2분기 경찰 중·경징계 대상자는 1968명으로 전분기보다 77% 증가했다. 연간으로 따져보면 8000명에 육박한다는 것으로, 전체 경찰관의 5%가 징계 대상자라는 얘기다. 아무리 고삐 풀린 조직이라고 해도 한 해 구성원의 5%가 징계 대상에 오른다면 조직 기강이 정상적이라고 보기 어렵다.
경찰관은 강제력을 행사하고 시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킨다. 그만큼 다른 어떤 직역보다 높은 수준의 책임감과 직업윤리가 요구된다. 시민들이 사적 폭력을 통한 자력 구제를 포기하는 대신 국가에 공권력 행사를 맡긴 만큼 이를 현장에서 집행하는 경찰관에게는 그에 상응하는 무거운 책임이 따른다. 기강이 흐트러진 경찰관을 추스르고, 허위 기록과 부실한 사건 처리를 제때 찾아내는 것이 경찰 조직에 중요한 이유다. 경찰의 직업윤리가 무너지면 법치주의가 무너진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