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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장기전략 없는 한국의 mRNA 연구
감염병·암 정복 시대 열 핵심기술
국가 안보 관점서 개발 지원해야
이지현 바이오헬스부 기자
국가 안보 관점서 개발 지원해야
이지현 바이오헬스부 기자
2022년 미국 보스턴 바이오클러스터. 모더나 본사에서 만난 연구진은 한목소리로 이렇게 말했다. 메신저리보핵산(mRNA) 기술로 고통스러운 질환을 치료할 새로운 해법을 찾겠다는 의지가 느껴졌다. 4년이 지난 지금, 모더나는 암 정복이 더 이상 허황한 꿈이 아니라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다.
지난 19일 세계 최초로 mRNA 기반 암 백신의 최종(3상) 임상시험에 성공한 모더나가 설립된 것은 불과 16년 전이다. 2010년 mRNA를 치료제로 만든다는 목표로 회사를 세운 뒤 자본과 기술, 인재를 한곳에 모았다.
환자 종양 유전체를 인공지능(AI)으로 분석해 개인 맞춤형 암 백신을 제조하는 전용 공장을 세우기 시작한 것은 2016년이다. 첫 암 환자 대상 1상 투약은 이듬해 11월 이뤄졌다. 2020년엔 코로나19 백신 개발에 성공해 글로벌 제약산업의 스타로 떠올랐다. 모더나 내부에선 당시 백신 개발을 일시적인 행운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연구진은 “오랜 기간 올림픽 경주를 위해 훈련한 결과”라고 했다.
모더나는 당장 큰돈을 벌지 못하더라도 대규모 연구개발(R&D) 투자를 멈추지 않았다. 2019년까지 연평균 매출은 6000만달러(약 830억원)에 불과했다. 대부분 정부 등으로부터 받은 연구비 수입으로 상업용 제품 매출은 전무했지만, 매년 3억달러를 투자했다. 정부와 투자자의 과감한 지원은 모더나를 키운 토양이 됐다. 코로나19 전후 미국 정부가 백신 개발과 구매 등을 위해 모더나에 쓴 비용은 100억달러가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의 현실은 초라하다. 미국에 이어 일본과 중국도 차례로 mRNA 기술 자급화에 성공했지만, 아직 한국에서는 상업화에 성공한 곳이 없다. 국내 mRNA 백신 개발 기업들은 코로나19 팬데믹이 지나간 뒤 ‘돈 가뭄’에 허덕이고 있다. 감염병에 대한 시장의 관심이 수그러들면서다. 정부가 국산 mRNA 백신 개발을 위해 GC녹십자와 한국BMI 등에 임상 비용을 지원하고 있지만, 아직 모두 3상에 진입하지 못했다. 이들 중 일부는 내년 상업화를 위한 최종 임상에 들어갈 전망이지만, 업계에선 벌써 자금 부족을 우려하고 있다. 수백억원에 달하는 예산을 집행해야 하는 정부의 태도가 언제 어떻게 바뀔지 알 수 없어서다.
백신 개발은 국가 안보의 영역이다. 국산 제품이 없어 국민의 건강 주권을 담보 잡히는 경험은 코로나19 사태로 충분하다. mRNA 기술은 감염병을 넘어 암, 희소질환 등을 해결할 열쇠인 만큼 장기적인 육성이 필요하다. 또다시 ‘반짝 관심’으로 끝나선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