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AI 시대, 전력도 선택과 집중이다
인공지능(AI)과 탄소중립이 동시에 진행되는 지금, 국가의 희소자원은 전력공급 능력과 계통 수용 여력, 온실가스 배출 여력이다. AI 데이터센터(AIDC)는 대규모 전력과 계통설비를 필요로 하며, 이를 화석연료로 공급하면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배출 여력도 줄어든다. 유한한 전력과 배출 여력을 어디에 먼저 배분할지는 개별 사업자의 투자 결정에만 맡길 수 없다. 어떤 수요가 더 큰 국가적 편익을 창출하고 사회에 얼마나 많은 부담을 주는지를 함께 따져야 한다.

대규모 신규 AIDC 수요를 앞두고 논의는 어떤 전원으로 공급할지에 집중돼 있다. 그러나 그에 앞서 모든 수요에 같은 우선순위를 부여하는 것이 국가적 이익에 부합하는지 따져야 한다. 수요 자체도 배분의 대상으로 보면 논의의 틀은 달라진다. 정부는 3대 메가프로젝트를 통해 18GW가 넘는 AIDC 구축 계획을 제시했다. 그러나 국내 수요와 글로벌 하이퍼스케일러를 위한 수요가 얼마인지는 분명하지 않다. 전력과 계통, 배출 여력을 배정하려면 연산의 용도와 국내 경제에 미치는 효과를 명확히 해야 한다.

우선순위를 사업자의 국적이나 시설 소유 형태만으로 정해서도 안 된다. 판단 기준은 국가적 필요성, 국내 부가가치, 공공자원 부담이어야 한다. 첫째, 소버린 클라우드와 공공서비스, 국내 기업의 AI 전환, 연구개발과 전략산업에 활용되는 수요는 우선할 수 있다. 둘째, 세수와 고용, 국내 조달, 기술개발과 산업파급 등 편익이 국내에 얼마나 남는지 따져야 한다. 셋째, 전력과 계통, 탄소 부담을 평가해야 한다. 기존 전력망과 화석연료에 의존하는 사업보다 신규 재생에너지 전원과 저장장치를 확보하고 계통 부담을 줄이는 사업을 우선시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다만 재생에너지 인증서를 구매하거나 기존 무탄소 전력을 선점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기존 재생에너지와 원전 전력이 AIDC로 이동하고 부족분을 화석연료가 채운다면 국가 전체의 탄소 배출은 줄지 않기 때문이다. 재생에너지와 저장장치 투자를 실제로 유발하고 사회적 비용을 줄이는지를 봐야 한다.

이 기준은 제도 설계로 이어져야 한다. 대규모 신규 AIDC의 계통 접속과 입지, 재정 및 세제 지원을 결정할 때 연산의 용도와 국내 경제 기여도, 전력·계통·탄소 부담, 신규 재생에너지 전원과 저장장치 확보 계획을 종합적으로 평가해야 한다. 계통 보강 비용은 이를 유발한 사업자가 부담하도록 요금체계에 반영해야 한다.

논점은 AIDC 유치 여부가 아니다. 국가적 필요성과 파급효과가 크고 공공자원 부담을 줄이는 사업은 우선하되, 국내 편익이 제한적이면서 화석연료와 공공인프라에 크게 의존하는 사업은 후순위로 두자는 것이다. AI 시대의 경쟁력은 AIDC를 얼마나 많이 유치했는가가 아니라, 희소한 자원을 어떤 원칙으로 배분하고 이를 국내 부가가치와 산업 역량으로 얼마나 전환해내는지에 달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