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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자칼럼] 소확행 '뽑기 매장'
국세청이 최근 발표한 ‘100대 생활업종 사업자 현황’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기준 전국 장난감 가게는 1년 전보다 20.3% 늘었다. 반면 호프집과 간이주점은 각각 9%가량 줄었다. 젊은이들 사이에서 비싼 술자리 대신 적은 돈으로 즉각적인 재미를 얻는 소비 트렌드가 확산하고 있다. 이른바 ‘소확행’(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이다.
이 같은 현상은 해외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미국에서는 집값 상승과 인플레이션으로 청년의 삶이 팍팍해지면서 5~10달러 안팎의 디저트나 캐릭터 랜덤 박스로 작은 만족을 얻는 ‘리틀 트리트’(소소한 보상) 문화가 유행하고 있다. 중국 역시 청년 고용 한파와 경기 둔화 속에 50위안(약 1만원) 남짓의 ‘블라인드 박스’를 뽑으며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청년이 급증했다. 골드바 대신 1g짜리 금콩을 모으기도 한다.
주머니 사정이 넉넉지 않은 청년들이 적은 돈으로 누리는 소소한 기쁨은 삶의 청량제가 될 수 있다. 하지만 내 집 마련이나 번듯한 일자리 같은 굵직한 인생의 목표가 점차 아득해지면서 나타난 현상이라는 점에서 씁쓸한 잔상도 남는다. 국가데이터처가 최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청년층(15~29세) 취업자는 전년 동기 대비 19만1000명 줄었다. 45개월 연속 감소했다. 청년 실업률은 6.8%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1.3%포인트 올랐다. 상승 폭은 2021년 1월 이후 5년6개월 만에 가장 컸다.
거창한 희망을 품기 어려운 시대에 청년들이 찾아낸 ‘작은 사치’는 막막한 현실을 견뎌내기 위한 방어기제일지도 모른다. 그들의 소확행 뒤에 드리워진 사회·경제적 그늘을 걷어낼 방안을 찾아야 한다.
안정락 논설위원 jr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