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원(1921 - 2005) '농원', 1999. 케이옥션 제공
이대원(1921 - 2005) '농원', 1999. 케이옥션 제공
한국 미술시장 최대 이벤트 ‘한국국제아트페어(KIAF)-프리즈 2026’을 앞두고 국내 양대 미술품 경매사 케이옥션과 서울옥션이 한국 근현대 화단을 대표하는 거장들의 작품을 경매장에 올린다. 광복절을 전후해 치러지는 경매인 만큼, 탄생 150주년을 맞이한 백범 김구 선생의 유묵 ‘독립만세’도 눈길을 끈다.

14일 미술계에 따르면 케이옥션은 오는 26일 서울 신사동 본사에서 개최하는 8월 경매에 102점(낮은 추정가 기준 약 65억원 규모)을 출품한다. ‘국민화가’ 박수근이 1950년대부터 타계할 때까지 10여년 간 그려낸 대표 연작 ‘나무와 여인’이 주목할 만하다. 박수근의 가장 중요한 후원자였던 마거릿 밀러 여사의 컬렉션에 소장된 작품으로, 40여년 만에 처음 시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현대화랑 등 다수 박수근 기념전에 출품되고 관련 학술문헌에 인용된 이력이 있는 작품으로 추정가는 4억~8억 원이다.

박수근과 동시대를 살았던 천경자의 ‘새와 여인’(2억9000만~5억원)도 함께 새 주인을 찾는다. 화려한 색채와 독창적인 서사로 나름의 여성상을 구축해온 작가의 세계관이 고스란히 응축된 작품이란 평가다.
케이옥션이 8월 경매에 출품한 박수근의 1950년대 작 ‘나무와 여인’(왼쪽)과 서울옥션이 ‘194회 미술품 경매’에 선보이는 김창열의 1981년작 '물방울'. 각 사 제공
케이옥션이 8월 경매에 출품한 박수근의 1950년대 작 ‘나무와 여인’(왼쪽)과 서울옥션이 ‘194회 미술품 경매’에 선보이는 김창열의 1981년작 '물방울'. 각 사 제공
이번 경매에서 특히 눈에 띄는 이름이 있다면 이대원이다. 최근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관에서 대규모 회고전 ‘당신을 슬프게 하는 것은 하나도 없다’가 개최되며 그의 화업이 재조명받고 있어서다. 이대원은 당대 화단을 주름잡았던 화가인 동시에 홍익대 미대 학장부터 총장까지 역임한 미술교육자로 한국 미술의 기틀을 확립한 문화지식인으로 잘 알려져 있다. 서울 소공동에서 반도화랑을 운영하며 무명의 국내 작가 작품을 해외에 소개하면서 박수근을 비롯한 여러 작가의 삶을 지탱한 후원자이기도 했다.

이번 경매에는 ‘농원’(5500만~1억 원)부터 ‘소나무’(3000만~6000만 원), ‘나무’(1400만~3000만 원)이 출품된다. 원색의 점묘와 자유로운 붓선으로 자연을 재구성한 이대원의 회화를 조망할 수 있다.

서울옥션은 케이옥션에 하루 앞선 25일 신사동 서울옥션 강남센터에서 ‘194회 미술품 경매’를 연다. 이번 경매에는 약 91억원 규모의 117점이 출품된다. 지난해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에서 대규모 회고전을 열었던 ‘물방울 화가’ 김창열의 1981년 작 ‘물방울’이 경매 분위기를 달굴 예정이다. 100호 대작인 이 작품은 1981년 프랑스 파리 그랑팔레에서 열린 국제적 권위의 아트페어 ‘피악(FIAC)’에 출품됐던 작품으로, 국내에선 처음 공개된다. 김창열은 이 작품으로 당시 프랑스 일간지 ‘스와르지’가 선정한 ‘4명의 화가’에 이름을 올렸다. 물방울이 금방이라도 떨어질 듯, 천 사이로 배어들 듯 팽팽한 긴장감을 자아내는 게 특징으로 추정가는 6억~12억 원이다.

또 다른 주요 작품으로는 김환기의 ‘3-Ⅱ-66’(추정가 별도문의)을 꼽을 수 있다. 150호짜리 대작으로 화면에 구체적인 형상이 서서히 지워지고 점과 선, 면이 그 자리를 대체하는 전면점화 세계로 나아간 김환기의 ‘뉴욕시기’ 변곡점으로 평가되는 1966년 작품이다. 서양화가 변시지가 유럽을 기행하는 과정에서 그린 ‘콜로세움’(1200만~3000만 원)도 재밌다. 고향 제주도의 풍광을 그리며 구축한 특유의 황톳빛과 먹빛 필치를 이국 풍경에 어떻게 심었는지를 보여준다는 점에서다.
김구 '독립만세(獨立萬歲)', 1948. 서울옥션 제공
김구 '독립만세(獨立萬歲)', 1948. 서울옥션 제공
서울옥션의 이번 경매 고미술섹션에선 단연 김구의 서예 작품 ‘독립만세’(2000만~4000만 원)가 관전 포인트다. 이 작품은 1947년 미국이 한반도 독립 문제를 유엔(국제연합)에 상정한 후 창설된 ‘유엔한국임시위원단’ 각국 대표가 서울에 입국한 1948년 1월 8일에 쓴 유묵이다. 서울옥션 관계자는 “해방 정국의 혼란 속에서도 자주독립을 염원했던 의지가 곧은 필획에 담겨 있어 역사적 가치가 높다”고 설명했다. 서울옥션은 이날부터, 케이옥션은 15일부터 경매 당일까지 프리뷰 전시를 통해 경매 출품작을 무료 공개한다.

유승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