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경제 핵심 인프라 기업 탄생" 한앤코 호언장담에 담긴 속내는
국내 대형 사모펀드(PEF) 한앤컴퍼니의 포트폴리오기업 SK해운이 사명을 'K-LNG'로 교체한다. 한국을 대표하는 액화천연가스(LNG) 선사로 재편하겠다는 구상이다. 한앤코의 또다른 해운 포트폴리오사 에이치라인해운으로부터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16척을 받아 총 32척을 운항하게 된다.

한앤코는 이번 리밸런싱을 두고 "PEF가 주도해 '한국 경제의 핵심 인프라' 기업을 탄생시킨 드문 사례로 주목받을 전망"이라고 자평했다. 통상 PEF의 포트폴리오사 자산 매각이나 추가 인수(볼트온)는 투자금 회수와 밸류업이라는 재무적 관점에서 다뤄지는 경우가 많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례적으로 힘이 실린 표현이다. 업계에선 한앤코가 다른 PEF운용사와 거리를 두면서 독자적인 정치·여론 관리에 나섰다는 평가가 나온다.

14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이번 발표를 바라보는 PEF업계 관계자들의 시선은 단순하지 않다. 한앤코가 재무적 성과보다 '국가 에너지 안보 기여', '한국 경제 핵심 인프라'라는 수사를 전면에 내세운 배경에 관심이 쏠리는 분위기다.

여기엔 최근 몇 년간 국내 PEF업계가 겪어온 '외국 자본' 프레임 리스크가 자리한다. 동북아 최대 PEF운용사 MBK파트너스는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 과정에서 '해외 자본'이라는 꼬리표 때문에 홍역을 치렀다. IMM프라이빗에쿼티(IMM PE) 역시 현대LNG해운을 인도네시아 시나르마스그룹에 매각하는 과정에서 해운업계 일각에서 제기한 '에너지 안보' 프레임에 부딪혀 물밑에서 진땀을 흘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한앤코가 SK해운 해외 매각을 사실상 포기하고 '국가 에너지 안보에 기여할 경제 핵심 인프라'라고 규정한 것은 다분히 의도적인 '국내 GP와의 구별짓기' 행보로 읽힌다는 게 업계 시각이다. 같은 PEF라도 자산을 해외로 팔아 치우는 자본이 아니라, 국가 기간산업을 키우는 자본이라는 이미지를 선점하려는 포석이라는 해석이다.

한앤코의 이 같은 행보가 이번 한 번에 그치지 않는다는 점도 눈길을 끈다. 지난해 7월 집중호우로 전국 각지에서 피해가 속출하자 한앤코는 포트폴리오사들과 함께 20억원을 기부했다. 당시 삼성그룹이 30억원, 현대차·SK·한화 등 주요 대기업이 각 20억원씩 기탁한 것과 견줘도 적지 않은 규모다. 한앤코는 이를 'PEF의 사회적 책임 실천' 사례로 적극 홍보했는데, 이는 앞서 홈플러스 사태로 여론의 뭇매를 맞은 MBK와 대비되는 모습으로 부각됐다.

이밖에도 대통령 해외 경제사절단 동행, KG그룹에 매각된 케이카 노조에 대한 격려금 전달 등 한앤코는 PEF 업계에서 유독 두드러지는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물론 개별 운용사(GP)들도 저마다 사회적 책임경영(CSR) 홍보 유인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한앤코처럼 이를 노골적으로 반복해온 곳은 찾아보기 어렵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공통된 평가다.

최근 한앤코의 행보를 PEF협의회 탈퇴와 연결 짓는 시선도 있다. 손꼽히는 대형 GP인 한앤코의 탈퇴로 협의회 내부에서는 적지 않은 동요가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업계 전체가 위기 국면에 놓인 상황에서 '큰 형님' 노릇을 해야 할 대형사가 책임을 저버렸다는 격앙된 반응도 일각에서 터져나왔다.

이 같은 맥락에서 결국 한앤코는 협의회라는 업계 공동의 대관(對官) 창구에 기대지 않고, 스스로 정부·여론과의 관계를 관리해나가기로 선택한 것으로 해석된다. 협의회를 통한 집단 대응 대신 개별 GP 차원에서 '국가 핵심 인프라를 지키는 자본'이라는 서사를 축적해 정치적·사회적 리스크를 관리하겠다는 계산이 깔려 있다는 분석이다.

한앤코가 다른 GP들과 거리를 두는 건 최종적으로 사모투자 운용사가 아닌 자산운용업으로 활동 무대를 옮기기 위한 포석이라는 해석도 있다. 한앤코는 국내 굴뚝산업 바이아웃만 고집했던 과거에서 벗어나 부동산펀드를 조성하고 별도 법인을 설립하는 등 투자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송은경/최다은 기자 nor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