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전문가들은 13일 정부가 발표한 ‘8·13 공급대책’에 대해 단순히 공급 물량을 늘리는 데 그치지 않고 착공을 가로막는 병목 요인을 해소해 공급 속도를 높이려는 정책 의지와 실행력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특히 인허가·금융·정비사업 갈등 등 현장의 실무적 걸림돌을 구체적으로 손보기로 한 점에 의미가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발표한 공급 물량 상당수가 입주로 이어지기까지 수년의 시차가 있어 당장 수도권 집값과 전·월세시장 불안을 잠재우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전문가들은 이번 대책이 시장 안정으로 이어지려면 ‘23만 가구+α’라는 숫자보다 현장에서 얼마나 신속하고 차질 없이 착공과 준공으로 연결하느냐가 관건이라고 입을 모았다.

◇“PF 보증 등 금융지원 효과 클 것”

"주택 신속공급 의지 드러내…병목 요인 손보고 금융 물꼬 터줘"
전문가들은 공급을 가로막는 현실적인 문제에 구체적인 해법을 제시했다는 점에 높은 점수를 줬다. 양지영 신한 프리미어 패스파인더 전문위원은 “이번 대책은 신규 공급 물량을 제시하는 데 그치지 않고 프로젝트파이낸싱(PF) 금융, 정비사업 이주비, 사업성 개선, 용도 규제 완화 등 착공을 지연시킨 병목 요인을 함께 손보려 했다는 점에서 이전 대책보다 발전했다”고 평가했다. 이어 “다세대·다가구 건축 규제 완화와 기금 지원 등 비아파트 공급 지원은 아파트보다 사업 기간이 짧아 최근 위축된 도심 전·월세 공급을 보완하는 효과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도 “공급량 확대보다 공급 속도 혁신에 방점이 찍혔다는 데 의미가 있다”며 “진행 중인 3기 신도시와 공공택지 착공을 앞당기는 것이 공급 체감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보상, 환경·재해영향평가, 문화재 조사, 오염토 정화 등 그동안 사업을 지연시켜온 요인을 구체적으로 손질한 점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함 랩장은 “주택도시보증공사(HUG)와 한국주택금융공사(HF)의 PF 보증 확대, 원스톱 심사 도입 등 민간 공급 금융 지원은 단기적으로 가장 실효성이 큰 카드”라며 “공급시장의 자금 조달에 실질적인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원갑 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지난달 부동산 토론회에서 제기된 정비사업 이주비대출과 잔금대출 완화 등의 요청 사항이 많이 반영됐다”며 “수도권 공급의 큰 축을 담당하는 민간 부문 활성화가 중요하다는 점을 정부가 인식하고 있는 것은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무주택 서민의 불안을 해소하려면 속도감 있게 개발할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며 “개발 진행 과정을 국민에게 수시로 공개해 공급 확대를 체감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당장 입주 가뭄 해소엔 한계”

이번 대책이 중장기 공급 확대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 단기적인 매수 심리 진정이나 전·월세 불안 해소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많았다. 유선종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정부가 애쓴 흔적은 보이지만 백화점식 처방에 가깝고 숫자 부풀리기 경향도 느껴진다”며 “지금 가장 필요한 무주택자의 조바심과 매수 심리를 잠재울 구체적인 유인책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이어 “과거 보금자리주택처럼 수도권 요지에 시세보다 저렴하게 공급한다는 확실한 신호가 있어야 무주택자가 집을 사지 않고 기다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유 교수는 “전·월세 물량이 줄어드는 것도 무주택자를 불안하게 하는 요인”이라며 “다주택자가 집을 사서 임대할 수 있도록 실거주 의무 완화나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 등 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전향적으로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심형석 우대빵연구소 소장(미국 IAU 교수)은 “공공택지나 도심 유휴부지 활용은 지방자치단체와 주민 반발 등 넘어야 할 산이 많아 현실성에 의문이 든다”고 평가했다. 그는 “이주·철거 단계에 들어간 서울 70여 개 정비사업장에 역량을 집중하는 것이 훨씬 효과적일 수 있다”며 “이들 사업장에서 3~4년 안에 10만 가구가 나올 수 있다”고 봤다. 이어 “전·월세 대책도 부족한 편”이라며 “비아파트를 주택 수에서 제외하는 방안이 이번 대책에서 빠졌다”고 지적했다. 양 위원은 “당장 올해와 내년에 부족한 입주 물량을 채우거나 전·월세 가격을 안정시키는 효과는 제한적일 수 있다”고 말했다.

임근호/구은서 기자 eig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