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암살자(들)'의 한 장면. 하이브미디어코프 제공
영화 '암살자(들)'의 한 장면. 하이브미디어코프 제공
역사의 그날을 스크린에 소환하는 일은 마치 살얼음판을 걷는 듯한 위험 요소가 있지만, 그만큼 대중을 끌어당기는 매력적인 도박이다. 묵은 기억을 헤집어 칭찬과 비판, 온갖 날 선 목소리를 동시에 끌어낸다면 ‘탁월한 이야기꾼’으로 기억될 수 있기에 적잖은 영화인들이 과거를 소재 삼아 메가폰을 잡곤 한다.

10일 서울 한강로3가 CGV 용산아이파크몰에서 열린 ‘암살자(들)’ 제작발표회에 나선 허진호 감독은 “이야기를 구상한 지 10년이 훌쩍 넘었을 만큼 쉽지 않은 이야기”라고 영화를 소개했다. 논쟁적인 과거사를 소재 삼은 만큼 고민을 거듭했다는 뜻이다. 그는 “객관적이고 균형 잡힌 시선을 갖고 연출하면서 긴장감과 속도감을 가질 수 있도록 노력했다”고 덧붙였다.

허 감독의 신작 ‘암살자(들)’은 ‘박정희 전 대통령 저격 미수 사건’, 흔히 세간에 알려진 ‘육영수 여사 피살 사건’을 모티브로 제작한 작품이다. 1974년 8월 15일 서울 장충동에서 열린 광복절 경축식 도중 한국에 잠입한 재일교포 문세광이 오발로 당시 영부인이던 육 여사를 사망케 한 사건이다.

교과서에 비중 있게 실리진 않았지만, 이 사건은 당시 격발 횟수와 테러 배경 등 온갖 의혹과 음모론이 제기되며 최근에도 다큐멘터리 등으로 다뤄졌다. 대한제국의 마지막 황녀 덕혜옹주를 다룬 영화 ‘덕혜옹주’(2016), 조선 발명가 장영실과 세종의 이야기를 다룬 ‘천문: 하늘에 묻는다’(2019) 등 실제 역사 한 줄에 상상을 덧붙인 영화를 선보였던 허 감독이 관심을 가진 이유다. 그는 “사건부터가 의문과 미스터리한 부분이 많았던 영화적 소재”라며 “실제 인물 여럿을 종합해 창작한 캐릭터로 ‘미스터리 추적극’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10일 서울 용산구 CGV 용산아이파크몰에서 열린 영화 '암살자(들)' 제작보고회에서 감독, 배우들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왼쪽부터 허진호 감독, 유해진, 박해일, 이민호. 연합
10일 서울 용산구 CGV 용산아이파크몰에서 열린 영화 '암살자(들)' 제작보고회에서 감독, 배우들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왼쪽부터 허진호 감독, 유해진, 박해일, 이민호. 연합
영화는 사건 현장을 직접 목격한 경찰 철구(유해진)와 수사 과정의 의문점을 파헤치는 신문사 사회부장 재환(박해일)과 신입기자 영일(이민호)이 의혹과 배후를 추적하는 이야기를 그린다. ‘남산의 부장들’(2020) ‘서울의 봄’(2023) 등 실제 역사에 상상력을 덧댄 작품으로 눈길을 끈 하이브미디어코프가 제작과 배급을 맡았다.

허 감독은 영화의 매력으로 1970년대 공간을 재현한 촬영·미술 역량을 꼽았다. ‘파묘’(2024) 등에 참여한 이모개 촬영감독, 디즈니플러스 ‘북극성’에 참여한 김병한 미술감독 등 베테랑 스태프가 모여 시대 분위기를 고스란히 드러냈다는 것이다. 박해일은 “만들어진 세트보다 실제 감각이 묻은 장소를 찾아내 현장감 있는 분위기를 뽑아내 더 사실적으로 느껴질 것”이라고 말했다.

하반기 주요 작품으로 거론되지만, 흥행 여부는 미지수다. 추석 연휴를 겨냥해 9월 말 개봉하는데, 이 시기를 전후해 ‘타짜: 벨제붑의 노래’ 등 한국 영화들이 대거 개봉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박해일은 “과거에 대한 기억을 불러일으키거나, 이를 모르는 젊은이에게 현대사를 알리는 계기가 될 수 있는 영화 소재”라며 “다큐멘터리가 아니라 호흡이 빠르게 진행되는 드라마와 디테일한 짜임새가 맞물리는 만큼 관객들이 많이 올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유승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