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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Z 톡톡] 명분의 힘
황조은 강남언니 커뮤니케이션 리더
명분은 어떤 행동을 자신과 타인에게 납득시키는 이유를 말한다. 흔히 뚜렷한 논리가 없을 때 끌어오는 임시방편이나 이미 정해진 결론을 그럴듯하게 포장하는 말로 취급된다. 그러나 명분을 잘 활용한다는 것은 논리가 없다는 뜻이 아니다. 오히려 자신의 논리가 특정한 상황에서 어떻게 들리며, 어느 지점에서 설득력을 잃을지까지 내다본다는 뜻에 가깝다.
논리는 주장이 왜 타당한지를 설명한다. 하지만 사람은 논리만 보고 움직이지 않는다. 그 결정이 자신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누가 더 이익을 얻는지 등 복잡한 기준을 함께 따진다. 아무리 정확한 근거를 제시해도 상대가 자신이 움직여야 할 결정적 이유를 찾지 못하면, 같은 논리를 계속 반복하는 것은 무의미하다. 논리적으로 말하는 것과 그 말을 실제로 받아들이게 하는 것은 다른 능력이다.
이유가 행동에 미치는 영향은 심리학자 엘렌 랭어 교수의 ‘복사기 실험’에서 나타났다. 복사기 앞에 줄을 선 사람들에게 먼저 복사할 수 있을지 부탁하는 실험이었는데, 단순히 요청했을 때보다 ‘왜냐하면’이라는 말과 함께 이유를 제시했을 때 더 많은 사람이 순서를 양보했다. 같은 부탁이라도 이유를 듣자 반응이 달라졌다.
세 살배기 조카는 과자가 먹고 싶을 때 “인형이 과자 먹고 싶대”라고 말한다. 자신이 먹고 싶다고 곧장 말하는 대신, 엄마에게 자신이 생각하는 명분을 내세우는 것이다. 기업도 신규 사업의 수익성과 성장성을 입증하는 것만으로 설명을 끝낼 수 없다. 구성원에게는 왜 지금 이 일에 역량을 모아야 하는지, 소비자에게는 무엇이 달라지는지, 투자자에게는 어떤 기업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지를 보여줘야 한다. 공공의 영역에서도 정책의 타당성만 제시해서는 국민을 설득하기 어려우며, 그 정책이 국민의 삶에 어떤 변화와 가치를 가져오는지까지 설명해야 한다.
그래서 명분은 논리의 반대가 아니다. 좋은 명분을 세운다는 것은 자신의 논리를 더 그럴듯하게 꾸미는 일이 아니라, 그 결정이 놓인 여러 이해관계와 설득의 지점을 함께 읽는 일이다. 명분을 잘 세우는 사람은 자신의 주장이 현실에서 받아들여지는 방식을 내다보고, 사람들이 움직일 수 있는 이유와 타당한 논리를 연결한다. 맞는 말에 사람이 움직일 이유를 찾는 것. 그게 명분이 아입니까. 명분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