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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공공주택 사업도 이주비 대출 규제에 발목
"민간정비는 자금조달 더 힘들어"
철거·이주 위한 '공급금융' 풀어야
유오상 건설부동산부 기자
철거·이주 위한 '공급금융' 풀어야
유오상 건설부동산부 기자
서울 정비사업 대출을 주로 담당하는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서울 도봉구 쌍문역 서측 도심공공주택복합사업의 전망을 묻자 이렇게 답했다. 최근 은행마다 대출 총량 제한에 걸려 신규 대출 취급이 어렵다는 설명이다. LH(한국토지주택공사)는 최근 이 사업의 이주비 대출을 맡을 금융회사를 선정하기 위해 세 번째 공고를 냈다. 지난 3월과 5월 두 차례 공고에는 신청한 금융사가 없었다.
쌍문역 서측 지구는 2021년 도심복합사업 1차 후보지로 선정된 사업장이다. 쌍문동 4만1325㎡ 부지에 1404가구를 조성한다. 다음달 현물보상 계약을 체결하고 내년 1월부터 이주를 시작하는 일정이다.
이 사업장은 정부의 이주비 대출 규제 완화가 적용된 곳이다. 수용 방식으로 추진돼 관리처분인가 절차가 없는 도심복합사업은 사업계획 승인이 이에 준하는 절차로 인정된다. 2024년 12월 승인을 받은 쌍문역 서측 지구는 담보인정비율(LTV) 70%까지 이주비 대출이 가능하다.
LH는 금융사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공고 때마다 문턱을 낮췄다. 처음에는 제1금융권으로 자격을 제한하고 은행 간 공동 제안도 허용하지 않았다. 이후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인정하는 기관까지 범위를 넓히고 복수 기관 공동 제안을 허용했다. 이번에는 증권사까지 참여할 수 있도록 했다. 대출 규모도 1·2차 공고에서는 2595억원을 제시했지만, 3차 공고에서는 1500억원으로 낮췄다.
하지만 참여 조건을 완화해도 금융사들은 여전히 부담을 느낀다. 이주비 대출이 은행의 가계대출 총량 관리 대상에 포함되기 때문이다. 수천억원 규모의 집단대출을 취급하면 대출 여력이 크게 줄어든다. 정부가 이주비를 규제 대상에서 제외해도 대출 총량 관리라는 상위 규제가 남아 있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공공사업마저 이 정도라면 민간 정비사업의 자금 조달 여건은 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조합이 시행하는 재건축·재개발사업은 지난해 6월 27일 이전에 관리처분인가를 받지 못했다면 이주비 대출 한도가 6억원, LTV는 40%로 제한된다. 전셋값이 오르는 상황에서 대출 한도까지 줄면 이주가 지연되고, 시공사가 부족한 자금을 부담할 경우 사업비 증가로 이어진다. 늘어난 비용은 분양가 상승으로 연결될 수 있다.
이주비는 주택 구입을 위한 자금이 아니라 철거와 착공에 앞서 반드시 필요한 정비사업 절차상의 비용에 가깝다. 정부가 공급 확대를 정책 목표로 내걸었다면, 시장이 정비사업 이주비를 가계대출 총량 산정에서 분리해달라고 요구하는 이유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