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로봇 학습 데이터를 모으는 데 한국은 미국보다 최대 다섯 배 많은 비용이 듭니다.”

[취재수첩] 미국보다 5배 비싼 피지컬AI 데이터값
최근 만난 한 로봇회사 관계자는 국내 피지컬 인공지능(AI)의 현주소를 이렇게 말했다. 정부는 지난 6월 ‘대한민국 대도약 3대 메가 프로젝트 국민보고회’에서 2030년 피지컬 AI 분야 세계 1위를 내걸었다. 배경훈 부총리 겸 과학기술정통부 장관도 향후 3년을 ‘골든타임’으로 규정하고 글로벌 1강을 강조했다.

하지만 출발선인 데이터 수집 현장에서는 이미 다른 경쟁국과 격차가 벌어지고 있다. 피지컬 AI에서 데이터가 중요한 이유는 로봇이 현실의 행동 순서와 결과를 배워야 하기 때문이다. 사람이 물건을 집고 문을 여는 영상뿐 아니라 관절 움직임과 센서값 등 다각적인 데이터가 동시에 필요하다.

문제는 이 데이터 수집 과정에서 사람 얼굴과 차량번호, 이동 경로 같은 개인정보가 함께 촬영된다는 점이다. 국내 기업은 개인정보보호법에 따라 촬영한 영상을 AI 학습에 활용할 때 개인을 알아볼 수 없도록 처리하고 접근 권한과 이용·파기 이력 등을 관리해야 한다. 가령 카메라 네 대를 단 로봇 한 대가 한 시간만 운행해도 43만2000개 프레임이 쌓이는데, 데이터가 누적될수록 가명처리와 검수·관리에 투입되는 비용 및 인력이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비용만의 문제도 아니다. 얼굴과 신체를 가리다가 시선과 머리 방향, 손의 위치까지 지우면 로봇이 사람의 의도와 다음 행동을 예측할 단서가 사라진다. 독일 프라운호퍼 연구팀이 2024년 발표한 논문에서 익명화한 영상의 행동 인식 정확도는 평균 약 60%에 그쳤다. 개인정보를 보호하는 과정에서 정작 고품질 학습 데이터를 확보하기 어려워지는 것이다.

반면 미국에서는 한국보다 개인정보 규제의 문턱이 상대적으로 낮아 현실 세계의 영상 데이터를 대규모로 수집하는 사업이 등장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배달 플랫폼 도어대시다. 도어대시는 3월 배달원이 몸에 카메라를 착용한 채 설거지하거나 빨래를 개고 요리하는 등 일상 행동을 촬영해 제출하면 보상하는 ‘태스크’ 앱을 선보였다. 이렇게 확보한 영상은 AI와 로봇이 사람의 손동작과 작업 순서를 학습하는 데 활용한다. 미국 전역에 흩어진 플랫폼 노동자를 활용해 가정과 상점, 거리에서 피지컬 AI용 행동 데이터를 빠르게 축적하는 방식이다.

피지컬 AI 경쟁력은 데이터를 모으고 모델을 고친 뒤 다시 현장에 투입하는 속도에서 갈린다. 경쟁국보다 높은 비용을 치르고도 품질 낮은 데이터를 얻는 구조를 그대로 둔 채 글로벌 1강을 말하기는 어렵다. 세계 1위를 노리려면 먼저 로봇의 눈을 가려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