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호남 반도체 클러스터 등 메가특구에 근무하는 고소득 전문직은 주 52시간 근로제를 적용하지 않는 방안을 추진한다. 기간제 근로자 사용기간은 2년에서 4년으로 늘린다.

31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무조정실과 산업통상부는 8월 발의할 예정인 메가특구특별법 제정안에 이 같은 내용을 포함할 것으로 알려졌다.

직무 요건을 갖춘 소득 상위 3% 근로자는 주 52시간 상한과 초과근로 가산수당 적용에서 제외한다. 2년 이상 근무한 기간제 근로자는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되지만 특구에서는 이 기간이 4년으로 늘어난다. 연구개발 인력의 선택근로제 정산기간은 최대 3개월에서 6개월로 늘린다. 전문직 파견도 첨단산업 업종 단위로 확대하고 파견기간을 연장한다.

기간제·선택근로제 확대 등 노동규제 대폭 손질
野 "전국 단위 확대" 법안 발의, 양대 노총 "용납 못한다" 반발

정부가 노동계 반발을 감수하면서까지 메가특구에 파격적인 노동 특례를 도입하려는 것은 호남 반도체 클러스터의 성패가 전문인력 확보에 달렸다고 판단해서다. 기업들은 주 52시간 근로제 예외와 고용 규제 완화가 특구를 넘어 다른 첨단산업으로까지 확산할지 기대하고 있다.

메가특구, 주52시간 제외
근로시간 특례는 소득 상위 3%인 고소득 전문직 가운데 직무 요건을 갖춘 근로자에게 적용된다. 정부는 임금 변화에 따라 기준을 계속 손봐야 하는 정액 연봉 대신 소득 순위를 택하고 미국과 일본 사례를 참고해 직무 요건도 함께 두기로 했다. 대상자는 주 52시간제와 연장·야간·휴일근로 가산수당 적용에서 제외된다.

기간제 사용기간은 2년에서 4년으로 늘린다. 사업 기간이 긴 연구개발 분야에서 전문인력을 무기계약직 전환 없이 최대 4년까지 활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첨단산업 연구개발 인력은 직무별이 아니라 업종 단위로 파견할 수 있도록 하고 현행 최대 2년인 파견 기간도 3년 이상으로 늘리는 방안이 추진된다.

연구개발 인력의 선택근로제 정산기간을 최대 3개월에서 6개월로 늘리는 방안은 노동계 반발이 특히 거센 대목이다. 선택근로제는 정산기간 평균 주 40시간을 지키면 특정 시기에 법정 근로시간을 넘겨 일할 수 있도록 한 제도다. 2020년 말 경영계가 최대 1년을 요구한 것을 노동계가 반대해 신상품·신기술 연구개발 업무에 한해 3개월만 허용했다. 노동계에서는 “당시 막아낸 선택근로제 확대안이 5년 만에 진보 정권에서 다시 살아났다”는 반응이 나온다.

노동계는 특례가 첨단산업 전반으로 확산할 가능성도 경계하고 있다. 한 번 길이 열리면 다른 산업과 특구에서도 비슷한 요구가 잇달아 근로시간 규제의 원칙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것이다. 국민의힘은 이날 모든 반도체 연구개발 인력은 주 52시간제 예외를 적용하는 반도체특별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은 “재계가 요구해온 노동규제 완화 방안이 메가특구를 통해 한꺼번에 추진되고 있다”며 “특정 지역에서 먼저 시행한 뒤 전국 확산의 발판으로 삼으려는 것 아니냐”고 비판했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도 “특정 산업과 지역에 예외를 허용하면 결국 다른 산업과 전국으로 확산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여권에서도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의원들을 중심으로 반발이 나왔다. 야당 시절 ‘노동법 개악’이라며 반대했던 경영계 요구를 직접 추진하는 셈인 데다 이재명 정부의 노동시간 단축 기조와도 정면으로 어긋난다는 것이다. 더불어민주당 관계자는 “기후노동위 반발이 극심하지만 대통령 의지가 강하고 당 내에서도 호남 반도체 클러스터의 중요성을 알고 있기 때문에 법안이 통과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하지은/곽용희 기자 hazz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