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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칼럼] 아이들에게 뭘 가르쳐야 할지 모르겠다
'초등학생 경제캠프' 앞둔 고민
경제교육 기본은 시장경제인데
N% 성과급, 초과이익 분배 등
교과서 거스르는 현실의 경제
레버리지ETF에 도박판 된 증시
장기투자 원칙 가르치기도 민망
유승호 경제교육연구소 연구위원
경제교육 기본은 시장경제인데
N% 성과급, 초과이익 분배 등
교과서 거스르는 현실의 경제
레버리지ETF에 도박판 된 증시
장기투자 원칙 가르치기도 민망
유승호 경제교육연구소 연구위원
매년 여름방학에 ‘초등학생 경제 캠프’를 열면서 이와 같은 경제교육열을 체감한다. 오는 10~14일 열리는 올해 경제 캠프는 신청 접수 이틀 만에 200여 명의 정원이 마감됐다. 주최 측 일원으로서 기분 좋은 일이지만, 한 가지 고민이 생겼다. 경제교육의 기본은 자라나는 미래 세대가 자본주의 시장경제를 올바르게 이해하도록 돕는 것이다. 하지만 최근 정부와 정치권, 산업계와 노동계에서 일어나는 일을 보고 있자면 아이들에게 무엇을 어떻게 가르쳐야 할지 혼란스러워진다.
문제는 교과서와 다른 현실이다. 기업의 주인이 주주라면 이익을 어떻게 처분할지는 주주가 결정해야 하지만, 실제로는 주주에 앞서 근로자가 먼저 숟가락을 드는 기업이 많아지고 있다.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에서 시작된 ‘영업이익의 n% 성과급’이 뉴노멀인 양 산업계 전반으로 번지는 분위기다. 이 과정에서 주주의 의견은 거의 반영되지 않고 있다. 주주는 의결권을 통해 회사의 주요 의사결정에 참여할 권리가 있다는 교과서적 설명이 무색하다. 이런 식이라면 기업의 주인은 주주가 아니라 근로자라고 해야 마땅하다.
교사들의 강의안에는 정치권에서 제기되는 기업 이익의 사회적 재분배에 관한 내용도 없다. 한 강의안에 “공동체에 이로운 일을 할 때 기업의 가치가 더 높아진다”는 원론적인 얘기가 나와 있을 뿐이다. 어느 경제학책에도 기업의 ‘초과 이익’을 사회와 나눠야 한다는 식의 설명은 없으니 당연한 일이다.
경제교육이 시장경제 원리를 가르치는 데 중점을 두는 것은 단지 우리 헌법이 시장경제를 규정하고 있어서만은 아니다. 동서고금의 역사적 경험을 통해 시장경제가 나라를 번영케 하고 국민이 풍요롭게 살 수 있도록 하는 가장 좋은 경제 체제라는 점이 입증됐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시장경제 원칙을 가볍게 여기는 사례를 많이 보게 된다. 고용노동부가 지난달 연 ‘AI 기술 혁신에 발맞춘 새로운 사회 혁신의 길’ 토론회에선 “임금 격차와 성과 배분 문제를 총괄하는 국가임금위원회 설치를 검토해야 한다”는 주장(정흥준 서울과학기술대 교수)까지 나왔다. “반도체는 공공재가 됐다”는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의 발언과 비슷하게 민간 기업을 공공 재산으로 취급하는 발상이다. “공공성을 가진 기업은 국영 또는 공영으로 한다”고 한 제헌 헌법 조문이라도 되살려야 할 판이다.
마지막으로 검토한 강의안에서 ‘결정타’가 나왔다. “주식에 오래 투자하면 높은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 강의안을 함께 보던 동료가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이렇게 말했다. “이거 맞아요? 아닌 것 같은데요.” 툭하면 사이드카가 발동되는 도박판 같은 주식시장에서 장기 투자하라니 한가한 소리 아니냐는 얘기였다. 주가가 내리막길에 접어든 것이 정부 탓은 아니라고 해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단일 종목 레버리지 상품을 도입해 시장 변동성을 키운 책임에선 자유롭지 못하다. “많은 문제의 원인이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 하나로 귀결되는 것은 아니다”며 책임 회피에 급급한 고위 당국자의 모습은 경제교육뿐만 아니라 도덕교육에도 좋아 보이지 않는다.
고민이 커지지만, 이런 상황일수록 아이들에게 경제교육을 제대로 하는 것이 중요해진다. 어릴 때부터 경제 원리를 제대로 배우고 합리적인 투자 습관을 기를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야 우리의 미래 역시 건강해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