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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칼럼] 승부수보다 '지키는 한 수'가 필요한 부동산 정책
카타고 이긴 신진서의 전략
전투 대신 지키는 수로 역전승
부동산 공급대책 잇따랐지만
인허가 절반도 착공 못 해
단기적 묘수는 패착 될 수도
규제 개선·민간 역할 확대해야
강영연 건설부동산부 차장
전투 대신 지키는 수로 역전승
부동산 공급대책 잇따랐지만
인허가 절반도 착공 못 해
단기적 묘수는 패착 될 수도
규제 개선·민간 역할 확대해야
강영연 건설부동산부 차장
10년 전 알파고와 이세돌 9단의 대결 이후 바둑에서 인간이 인공지능(AI)을 이길 수 없다는 인식은 하나의 정설처럼 자리 잡았다. 챗GPT 등장 이후에는 이런 패배감이 바둑을 넘어 다양한 분야로 확산했다.
성급한 판단이었다. 쎈수학·한경 기신전(棋神戰)에서 인간 최강자로 평가받는 신진서 9단은 현존 최고 수준의 바둑 AI 카타고와의 2점 접바둑에서 2승1패라는 놀라운 성과를 거뒀다.
기신전을 후원한 홍범준 대표는 “인간이 목표를 이루기 위해 끊임없이 방법을 바꿔 가는 과정을 보여준 대국”이라고 평가했다.
개개인뿐 아니라 정부도 꿈(목표)을 달성하기 위해 정책을 끊임없이 개발한다. 현 정부의 가장 큰 꿈 중 하나는 부동산시장 안정일 것이다. 그 꿈은 문제가 없을 뿐 아니라 꼭 필요해 보인다. 집은 사람에게 없어선 안 되는 필수재다. 게다가 주택시장 안정은 국민의 삶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
정부는 부동산시장 안정이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지난해 6·27 대책을 시작으로 10·15 대책, 1·29 공급대책 등을 잇달아 내놨다. 변덕스러운 시장은 정부가 원하는 대로 움직이지 않았다. 오히려 전·월세와 매매가격이 한 번에 오르는 ‘트리플 강세’로 답했다.
집값 상승 원인에 대한 분석은 엇갈리지만 수요와 공급의 불균형이 주요 원인이라는 점에는 정부와 전문가들의 인식이 크게 다르지 않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가 “닥치고 공급”이라고 표현할 정도로 정부 역시 공급 부족에 대한 위기의식을 드러내고 있다.
하지만 여러 대책에도 공급은 쉽게 늘지 않고 있다. 당연하다. 전 국토교통부 장관의 말처럼 집은 빵이 아니다. 정부가 발표를 해도 토지 확보부터 인허가 지연, 공사비 상승, 프로젝트파이낸싱(PF) 위축, 금융·세제 규제까지 공급 전 과정에서 장벽을 없애지 않으면 바로 공급을 늘리는 게 불가능하다.
예컨대 서울에서 2020~2022년 인허가된 주택 18만3055가구 가운데 이후 3년간 착공으로 이어진 물량은 9만1490가구에 그쳤다. 인허가가 나와도 착공 단계에서 발목이 잡힌 사업이 절반이라는 뜻이다. 사실 주택 공급 효과는 대부분 착공 이후 준공과 입주 단계에서 나타난다. 정부가 잇달아 공급 대책을 내놨지만 새로 입주할 주택이 모자라고 주거 불안 우려가 해소되지 않는 이유다.
전문가들은 인허가와 착공 사이의 간극을 좁히는 것이 선결 과제라고 입을 모은다. 이를 위해 주택 건설에 필요한 자금을 지원해주고, 규제 완화를 통해 공급 파이프라인을 복원해야 한다. 공공에서 모든 사업을 하려고 하기보다 민간 역할을 인정해야 한다. 재건축·재개발은 당장은 멸실과 전세 부족을 불러올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 서울 시내 공급을 늘릴 중요한 방법이라는 것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물론 시간이 걸린다.
지금 공급이 부족한 건 현 정부 탓만은 아니다. 과거 정부에서 시작된 문제가 축적된 영향이 크다. 그래도 부동산 가격이 들썩이니 정부 관계자의 마음은 불안할 수밖에 없다. 단기간에 문제를 해결할 ‘묘수’를 찾고 싶을 것이다. 하지만 바둑에는 ‘묘수 세 번이면 필패’라는 말이 있다.
신 9단은 카타고와의 대국에서 가장 힘들었던 것으로 ‘전투본능을 억눌러야 한다는 압박감’을 꼽았다. 부동산도 마찬가지다. 시장과의 전투는 패착이 될 수 있다. 불리한 상황에서 던지는 어설픈 승부수는 승률을 낮출 뿐이다. 화려한 볼거리보다 실속 있는 승리가 필요한 때다. 시장의 신뢰를 쌓는 꾸준한 전략이 중요하다. 정부의 ‘지키는 한 수’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