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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소비자원 산하 소비자분쟁조정위원회(소비자분조위)가 지난해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고를 낸 쿠팡에 피해자 1인당 10만원을 배상하라고 결정했다.

소비자분쟁조정위원회는 쿠팡 개인정보 유출 피해자 50명이 지난해 12월 신청한 집단분쟁조정 사건에서 쿠팡이 신청인들에게 각각 현금 10만원 또는 쿠팡캐시 10만원을 지급하도록 권고 결정했다고 31일 밝혔다. 소비자분조위가 쿠팡의 개인정보 유출 사고와 관련해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한 첫 사례다.

위원회는 쿠팡 회원의 이름과 이메일, 전화번호, 주소뿐 아니라 공동현관 비밀번호와 주문내역 등 사생활과 밀접한 정보까지 유출된 점을 배상 책임의 주요 근거로 들었다. 해커가 지난해 4월께부터 11월께까지 상당 기간 정보를 빼내고 일부 고객에게 직접 유출 사실을 알리는 이메일을 보낸 만큼 실제 악용 가능성도 작지 않다고 판단했다.

쿠팡은 유출된 개인정보와 범행에 사용된 기기를 모두 회수해 추가 유출 가능성이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위원회는 이를 단정하기 어렵고, 일상적으로 쿠팡 서비스를 이용해온 소비자들이 개인정보 유출로 정신적 고통을 겪은 만큼 위자료를 지급할 책임이 있다고 봤다.

쿠팡은 지난해 11월 처음에는 4536개 회원 계정의 고객명과 이메일, 주소 등이 유출됐다고 신고했다. 그러다 이후 개인정보보호위원회 조사에서는 유출 규모가 더 커진 것으로 파악됐다. 개인정보위는 지난 6월 쿠팡 회원 3322만여명과 비회원 최소 433만여명 등 총 3756만여명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것으로 파악했다. 이름과 이메일, 전화번호, 주소, 공동현관 비밀번호, 주문내역 등이 유출됐으며 쿠팡이 안전조치와 유출 통지, 개인정보 파기 의무 등을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개인정보위는 이에 지난 6월 쿠팡에 과징금 6246억8100만원과 과태료 1680만원을 부과했다. 국내 개인정보 보호 관련 과징금 가운데 역대 최대 규모다.

분쟁조정위는 피해 소비자가 50명 이상이고 법률상 쟁점이 공통된다고 보고 지난 4월 집단분쟁조정 절차를 개시했다. 이후 개인정보위 조사 결과와 관련 판례 등을 검토하고 두 차례 조정기일을 거쳐 이번 결정을 내렸다.

배상액은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건에서 법원이 통상 10만원 안팎의 위자료를 인정해온 점과 유출 정보가 일상생활에서 악용될 가능성이 높은 점 등을 고려해 정했다. 쿠팡이 앞서 지급한 5만원 상당의 구매 이용권이 실제로 얼마나 사용됐는지 관련 자료를 제출하지 않은 점도 반영됐다.

신청인은 현금과 쿠팡캐시 가운데 지급 방식을 선택할 수 있다. 신청인 대표가 조정 수용률을 높이기 위해 대체 지급 방식도 받아들일 수 있다는 의견을 내면서 쿠팡캐시 지급도 허용됐다.

쿠팡과 신청인들은 결정서를 받은 날부터 15일 안에 수락 여부를 위원회에 알려야 한다. 별도의 의사표시가 없으면 조정안을 수락한 것으로 보며 양측이 모두 수락하면 재판상 화해와 같은 효력이 발생한다. 쿠팡이 조정안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이번 결정만으로 배상을 강제할 수 없다. 이 경우 피해자들은 민사소송 등을 통해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쿠팡이 이번 결정을 수락하면 위원회는 집단분쟁조정에 참여하지 않은 다른 피해자들에게도 같은 보상이 이뤄질 수 있도록 보상계획서 제출을 권고하는 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다.

최영총 기자 youngcho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