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경력의 환경미화원이 옮겨적은 캐나다 사회 [글로벌 북 트렌드]
인간이 지나간 자리에는 언제나 쓰레기가 있다. 하지만 쓰레기더미는 좀처럼 사람들의 눈에 잘 띄지 않는다. 새벽녘 부지런히 쓰레기를 치우는 환경미화원 덕분에 도시인들의 삶이 편안하고 안락하게 유지되고 있다.

캐나다에서 먼저 출간돼 베스트셀러 목록에 올랐고, 지난달 미국에서 출간되자마자 주요 언론이 선정한 ‘여름 휴가 독서리스트’에 오른 <쓰레기!: 환경미화원의 이야기(Trash!: A Garbageman's Story)>는 20년 넘게 실제로 캐나다 몬트리올 지역에서 환경미화원으로 일하는 시몽 파레푸파르(Simon Pare-Poupart)가 쓴 책이다.

대학 등록금을 마련하기 위해 환경미화원의 세계에 처음으로 발을 들였고, 대학에서 사회학과 국제경영학을 공부한 후 저널리스트와 사회복지사로 일하다가 다시 육체노동의 정직함과 자유로움에 끌려 청소 트럭으로 돌아온 저자는 20년째 청소 트럭 뒤에 매달려 일하고 있다.

“나는 매일 쓰레기에 둘러싸여 살아갑니다. 20년 동안 거의 7만 톤에 달하는 쓰레기를 수거했고, 이 분명한 사실이 오늘날 나를 만들었습니다. 쓰레기 수거 작업을 하면서 사람들이 나를 마치 쓰레기처럼 여기고 있다는 걸 느낍니다. 하지만 내가 하는 일은 정말 중요한 일입니다. 인류 역사상 가장 심하게 오염을 일으키는 문명의 잔해들을 어디론가 옮깁니다. 현대 소비 사회의 오점을 깨끗이 씻어냅니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이루어지는 환경미화원들의 노력이 사회라는 거대한 구조물을 지탱해 주고 있습니다.”

저자는 여름철에는 구더기가 들끓고 악취가 진동하는 쓰레기를 옮기며, 겨울철에는 시속 10마일이 넘는 속도로 달리는 청소 트럭 뒤를 쫓아 빙판길 위를 달려야만 하는 환경미화원들의 가혹한 노동 현장을 고발한다.

이 책의 또 다른 매력은 삶의 벼랑 끝에 몰린 사람들이 모여드는 청소업계의 동료들에 대한 생동감 넘치는 묘사다.

엉덩이가 꽉 끼는 쫄쫄이바지에 쪼리 슬리퍼를 신고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쓰레기를 치우는 ‘스판덱스’라는 별명으로 불리는 동료, 심각한 중독 증세로 법원이 지정한 중독 치료 센터에서 생활하면서 청소 트럭을 운전하는 근무 시간에만 외출이 허락된 동료, 매일 아침 첫 번째 골목길 끝에서 어김없이 구토하고 일을 시작하는 동료 등, 거친 삶의 터전에서 일하는 개성 넘치는 인물들의 사연과 에피소드가 기구하면서도 웃음을 자아낸다.

‘정제되지 않은 날것의 에너지 넘치는 뛰어난 블루칼라 회고록’이라는 ‘뉴욕타임즈’의 평가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쓰레기는 현대 사회의 가장 큰 골칫거리 가운데 하나다. 쓰레기는 계속 늘고 있지만, 버릴 곳이 마땅치 않다. 도시에서 발생한 쓰레기는 시골로, 부유한 나라에서 발생한 쓰레기는 가난한 나라로 옮겨진다. 쓰레기는 지구생태계 전체에 이미 큰 부담이다. ‘아나코(Anarcho:무정부주의) 환경미화원’은 저자가 자신을 부르는 이름이다. 이 이름에는 현대 소비 사회에 대한 ‘철학적 저항’이 담겨 있다.

저자는 쓰레기더미 속에서 멀쩡하게 버려진 가구나 가전제품 등을 건져내 자신의 집을 꾸미거나 벼룩시장으로 가져간다. 책은 쓰레기통 뚜껑을 닫거나 봉투를 묶는 순간 쓰레기가 눈앞에서 사라져버린 것처럼 느끼는 ‘시각적 은폐’를 일깨워주면서, 책임 회피에 익숙한 현대인들에게 경종을 울린다.

홍순철 BC에이전시 대표, 북칼럼니스트